syzygy

신해욱 · Poem
1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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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446권. 시집 <간결한 배치>(2005)와 <생물성>(2009)을 통해 최소화한 언어와 담백한 묘사, 간결하면서도 견고한 구조가 빚어낸 특별한 감각과 인식의 신세계를 그려온 시인 신해욱의 세번째 시집. 일상에서 채록됐지만 살짝 현실을 비껴가는 겹겹의 시간들, 검게 타들어가거나 하얗게 명멸하는 언어들, 그리고 '나'에게서 비롯됐으나 매일 아침 변신을 거듭하는 무수한 '나-들'의 투명한 목소리들이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에 남겨놓았던 '신해욱의 웜홀'은 이번 시집에서 좀더 전면화된 모습을 띤다. 바둑판 위에 흰 돌과 검은 돌이 종잡을 수 없는 방향과 형태로 놓이듯 신해욱의 시들은 조금 더 고요하게, 조금 더 정교하게, 조금 더 긴 보폭으로 마음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그곳에서 '실물보다 큰 생각에 사로잡히게'된 시인은 '가청권 바깥에서/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소리들을 좇아 설령 가슴이 터질 지경에 이르더라도 기꺼이 '너-당신' 혹은 제3의 인물이 되어보는 '아름다운 악몽' 속에 발을 담근다. 이 악몽은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꿈이면서, 누구나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젖니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동화 속 여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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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시인의 말 ⅰ 체인질링/주사위 던지기/ 하류/윈터바텀/뮤트/허와 실 ⅱ 화이트 크리스마스/악마의 묘약/분갈이/복제지구의 어린양/이창호의 場/역할들/중력의 법칙/ 개그맨/卒들/탈출기/로맨스/여자인간/메두사 미용실/프릭 쇼/모르는 동생들/4인용 식탁/ 단골들/복고풍 이야기/홍수 ⅲ 터치/겨울을 나는 방법/선물/대기자들/비둘기와 숨은 것들/일기와 유령/문워킹 ⅳ 무언극/개의 자리/포옹의 끝/종의 기원/전염병/괄목/마이크로코스모스/아담의 사과/승차권/ 산초 판자의 말씀/문지기/표 있음/exchange/포즈/뇌에 든 것/녹취록/환생실습 ⅴ 간이식탁/내가 감춘 것들/이렇게 앉은 자세/메아리/예언보다 가까운/다음에는 중간에서/未然에

Description

당신이 잃어버린 생각의 자유들 소리 없이 무르익는 내 영혼의 형식들 신해욱의 장르라고 불리는 시 ― 깊어진 ‘웜홀worm hole’에서 시작된 너와 나, 2인 3각의 릴레이 시집 『간결한 배치』(2005)와 『생물성』(2009)을 통해 최소화한 언어와 담백한 묘사, 간결하면서도 견고한 구조가 빚어낸 특별한 감각과 인식의 신세계를 그려온 시인 신해욱이 세번째 시집 『syzygy』(2014)를 출간했다. 일상에서 채록됐지만 살짝 현실을 비껴가는 겹겹의 시간들, 검게 타들어가거나 하얗게 명멸하는 언어들, 그리고 ‘나’에게서 비롯됐으나 매일 아침 변신을 거듭하는 무수한 ‘나-들’의 투명한 목소리들이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에 남겨놓았던 (시인 김소연이 이름 붙인 그토록 다정하고 적실한) “신해욱의 웜홀”은 이번 시집에서 좀더 전면화된 모습을 띤다. 바둑판 위에 흰 돌과 검은 돌이 종잡을 수 없는 방향과 형태로 놓이듯 신해욱의 시들은 조금 더 고요하게, 조금 더 정교하게, 조금 더 긴 보폭으로 마음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그곳에서 “실물보다 큰 생각에 사로잡히게”(「중력의 법칙」) 된 시인은 “가청권 바깥에서/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뮤트」) 모를 소리들을 좇아 기꺼이 ‘너-당신’ 혹은 제3의 인물이 되어보는 “아름다운 악몽”(「체인질링」) 속에 발을 담근다. 이 악몽은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꿈이면서, 누구나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젖니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동화 속 여정이기도 하다. 세상의 주사위들이 한꺼번에 던져지면 진짜 복소수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이야기를 잃은 사물들아, 그러니 근심을 접고 이리 와봐. 여기가 아주 좋아. ―「주사위 던지기」 부분 이런 시간 ― 빛이 건드려본 적 없는 물체들과 나에게 닿지 않는 난해한 경험들 서시 「체인질링」에서 시작해 마지막 「未然에」로 일단락되는 시집 『syzygy』는 전체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섬세하고 견고한 구조주의자답게 시인은 각각의 장에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를 담아놓고 있다. 여기에 동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한 번, 두 번, 세 번, 눈을 깜빡일 때마다 당신은 자연스럽게 다음 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후―’ 깊게 숨을 내쉬고 눈을 떠보면 당신은 어느새 스물 몇 개나 되는 꿈속을 유영하는 기차 안 객실에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차장이 검표가위로 손바닥에 뚫어준 구멍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하나의 이야기가/그 위에 또 다른 이야기가 낮게/점점 더 낮게 무너져 내려”(「윈터바텀」)앉으면서 영물들과의 눈부신 하룻밤(「체인질링」)을 맞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여긴 어디일까. 무대일까, 객석일까. 혹은 세트일까, 자연일까’ 하는 궁금증이 밀려들 것이다. 어쩌면 해와 달과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여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력이 가장 팽팽해질 즈음, “악마의 묘약”을 마시고 나와 너-당신의 역할을, 나와 너-당신의 세계를 살짝 바꿔치기해보면 어떨까, 시인은 한창 골몰한다. 그러는 동안의 나와 당신은 2인 3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선뜻 어떻게 읽어야 좋을지 모를, 낯설고 기묘한 시집 제목 ‘syzygy’처럼, “두 개의 손과 한 개의 손가락을 위한 행진곡” “왼손과 오른손의 자리가 뒤바뀌어 있는 둔주곡”(「역할들」)을 연주하듯, 신해욱은 당신에게 2인 3각의 릴레이를 제안한다. 그의 손을 맞잡는 순간,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 밤이 지속되는 신비 속에 사로잡혀”(「문지기」), 거짓말처럼 투명한 공기의 내부에 속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세 개의 젓가락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사이. 우리는 짝이 맞지 않는다. 가능성이 많으니까 자꾸 멍이 들고 있다. […] 우리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면 어떤 종류의 사람처럼 보일까. ―「4인용 식탁」 부분 왼쪽으로 더듬더듬 단체사진 속으로 몰래 들어가 눈에 띄지 않는 잘못이 되어야 할 것 같아. 나는 나의 장르를 바꾸어야 하거든. 오늘은 오른쪽에 나와야 하거든. 내일은 새벽 아홉 시의 방향에서 처음부터 다시 태어나야 하거든. ―「괄목」 부분 不在 ― 봐라, 이렇게 맹렬한 현재에는 어울리는 게 하나도 없다 시인은 매일, 평범하고 안온해 보이는 일상을 다르게 감지한다. “무의미의 맛에 중독이 된 후에는 독배를 마셔도 비틀거릴 수” 없고 “끔찍한 시를 쓰고 나서는 맹물로 입을 헹궈도 소용이”(「개그맨」) 없는 그런 익숙한 일상을 살짝 비켜서서 고개를 갸웃한다. 흰 눈을 두 눈 가득 담기도 전에 머릿속을 하얗게 지배하고 마는 “하얀 밥”(「화이트 크리스마스」)을 의식하는 시인은 묻는다: “저는 아이작 뉴턴에게 물어볼 것이 많습니다.//아무리 팔이 길어져도/어째서 한번 가라앉은 것은 손에 닿지 않는 걸까요.//죽은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해도 안 될까요//날개가 달린 꿈을/제가 꿀 수는 없는 겁니까”(「중력의 법칙」). 시집 『syzygy』는 우리가 사는 이곳, 지구 위 보편의 삶과 그 속도에 의문을 품기 시작할 때(“지구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간/다른 종/다른 류의 인간을 약간씩 세어보기도 한다” -「여자인간」), “좌표를 잃”(「허와 실」)고, 잔뜩 “너의 육안을 시험”(「마이크로코스모스」)하게 될 때, 마침내 “우리는 처음부터 틀렸던 것일까”(역할들) 하고 회의가 들 때, 원래부터 인간은 홀로,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그 불가피한 진실과 맞닥뜨렸을 때 밀려드는 “깊은 소외감”(「허와 실」)을 곱씹고 있다. 우리에게는 빠진 것이 있다. 우리의 순서는 하필 빠진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제 어쩐다? […] 사복을 입고 있는데도 우리는 모두 이름이 같다. 이름이 밝혀질 때마다 우리는 벌거벗기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숨고 싶다. […] 우리는 줄을 서야 한다. 우리는 결번으로 시작되는 수열을 완성해야 한다. 끝에서 끝까지 ―「卒들」 부분 우리는 우리가 몇 명인지 모른다. 처음부터 한 자리가 모자랐으니까 어쩔 수 없다. ―「모르는 동생들」 부분 환생실습 ― 내가 그의 뒤에 숨었는데 그의 뒤에 남는 것이 없을 때까지 불완전한 삶도, 깊은 소외감도, 심지어 이 익숙한 공기도 모두 우리가 “표절을 할 겨를도 없이 허락”(「터치」)받은 것들이다. 여기에서 시작된 시인의 고민은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점이 될 때까지”(「단골들」) “생각의 모서리”(「터치」)들을 만지작거린다. 애당초 리셋reset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지구 바깥에서 다시 태어나/순결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릴 수는 없는 거잖아”―「종의 기원」), 시인은 “손가락을 목구멍에 집어넣어 영혼을 토해낸 다음/가루로 만들어 다시 입에 털어”(「개그맨」) 넣거나 “아담의 갈비뼈를 모조리 부러뜨려 종이봉투에 담은 다음,/애틋한 마음으로 기합을 불어”(「로맨스」)넣거나 혹은 “쉴 새 없이. 악의 없이/[…]/어제가 없도록. 옷이 나를 빙자할 수 없도록. 하루하루. 하루하루.//단추를 옮겨”(「복고풍 이야기」)다는 상상-놀이를 멈추지 않는다(“영원한 포물선을 그리는 건/나의 소원./나의 어깨에서 분리된/나의 그래프./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꿈”—「비둘기와 숨은 것들」). 생각보다 견고한 이 세계는 쉽게 허물어질리 없지만(“나의 사념은 산성액에 녹아/기포가 되어 올라오고//모서리는//모서리는//함부로 망가지는 법이 없지”―「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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