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림으로 건네주는 조용한 위로, 그리고 충만
돌이켜보니 힘든 순간이면 불쑥불쑥 마음은 쪼그라들곤 했었습니다. 그때 그 마음이 펴지고 다시 커질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었나 생각해봅니다. 맛난 음식을 먹으며 잊으려 했고, 책 속에서 답을 찾으며 달래려 했던 것 같아요. 때론 음악도 들었고 친구도 만나 위로를 받으려 했고요. 그러나 이진희 작가는 힘든 마음을 작아진 몸으로 표현하고 이러한 일상의 위로가 아닌 도토리시간으로의 여행을 제안합니다. 작아진 주인공은 큰 세상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더 작고 보잘것없지만 ‘도토리’의 공간에서는 그런 느낌이 아닌 것이지요. 도토리 안에서 누리는 조용한 심심함과 자연에 대한 응시는 주인공이 고개를 들어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이끌어 줍니다. 더불어, 하늘을 보는 마지막 장면은 고개를 떨구었던 첫 장면과 대구를 이루며 주인공의 작아진 마음과 몸이 달라졌음을 나타내고 있기도 합니다.
꼴라주와 색연필 등을 통해 표현된 『도토리시간』의 그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될 만큼 아름답습니다. 선 하나하나에 긴 시간의 정성과 아름다움의 겹을 더해 담아낸 이진희 작가의 그림과 텍스트에 담긴 의미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해낸 디자인의 조합은 물리적 요소로써 글과 그림이 그림책에서 서로를 더 빛나게 할 수 또 하나의 본보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