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는 세월호 유가족 모욕에서부터 5·18 역사 왜곡, 여성 혐오와 동성애 혐오를 둘러싼 길고 거친 논쟁, 그리고 ‘가짜 뉴스’들의 포연 속에서 진행되는 오늘의 격렬한 정치적 대립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를 몇 년째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 중 하나는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이다. 한쪽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검열과 독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혐오 표현의 경우 표현의 자유로 용인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나 폭력과 다를 바 없다고 맞선다. 평행선을 달리는 이런 팽팽한 두 입장은 영영 화해할 수는 없는 것일까?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도 긍정하면서, 혐오 표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호주의 정치학자 캐서린 겔버의 책 『말대꾸: 표현의 자유 대 혐오 표현』는 이러한 딜레마와 이분법에 도전한다. 그동안의 이런저런 해법들은 오로지 하나의 해결책, 즉 ‘표현의 자유’만을 극단적으로 옹호하거나,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에 몰두하다가 결국 둘 다 해결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진단 아래 이 책은 두 가지 대립되는 관점을 이론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것은 상대를 제압하거나 절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변화시키는 능력으로 우리의 자유를 확대해 가는 길이다. 우리 사회가 더 깊이 혐오의 수렁에 빠지기 전에, 이제 그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