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데이비드 보위는 단지 카멜레온 같은 변신의 천재, 즉 ‘가짜’였울까?
소외와 우울, 그리고 '무(無)'를 노래했던 그는 허무주의자였을까?
보위는 어떻게 록 스타의 한계를 뛰어넘고, 수 세대의 아웃사이더들을 매혹시켰나?
철학자이자 보위의 오랜 팬인 사이먼 크리츨리가 풀어낸
간명하고 아름다운 ‘보위론(Bowie-ology)’ 입문서
“보위는 미지의 쾌락과 반짝이는 지성의 세계를 구현했다. 보위는 우리가 살고 있던 몹시 기분 나쁜 중산층 주택가에서 탈출할 길을 열어 주었다. 보위는 불만을 품은 사람, 자기 자신이 편안하지 않은 사람, 사회적으로 서투른 사람, 소외된 사람에게 가장 능란하게 말했다. 괴짜들, 괴물들, 아웃사이더들에게 말했고, 특별한 친밀함으로 우리를 끌어들이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물론 우리는 그것이 완전히 환상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이지, 이것은 사랑 이야기다. 내 경우에는, 44년 동안 계속된 사랑 이야기.” (pp.189-190)
무엇이 보위를 특별하게 하나? 그는 어떻게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나?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특이한 주파수에 귀 기울이고, 바로 그에게서 자신이 그토록 찾아 온 무언가를 발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뉴욕 뉴스쿨 철학 교수이자 영국 교외의 노동계층 가정에서 자란 어린 시절부터 데이비드 보위의 팬이었던 사이먼 크리츨리(Simon Critchley)는 《데이비드 보위: 그의 영향》(원제: 《BOWIE》)이라는 보위에 대한 간결한 헌사에서 바로 그 같은 물음들을 다룬다. 너무 단출해 뵈기도 하는 스무 몇 개의 장들은 보위를 각각 새로운 각도에서 논하며, 겹겹의 통찰을 통해 보위의 예술과 삶의 수수께끼를 찬찬히 드러낸다. 저자가 어린 시절 매혹됐던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 시절의 보위에서부터 초신성의 광휘를 내뿜는 마지막 앨범 <블랙스타(Blackstar)>까지, 그리고 그 사이를 밀도 높게 채웠던 보위 평생의 예술 전부를 다루며, 크리츨리는 보위가 어떻게 시대정신을 구현했으며 수많은 ‘괴짜’들의 마음에 호소할 수 있었는지를 살핀다. 크리츨리 자신의 성장기와 그와 병행한, 변신을 거듭한 보위 예술의 일대기에 대한 개인적 서사, 그리고 ‘진정성(authenticity)’과 ‘정체성(identity)’이라는 개념이 보위의 작품 속에서 전복된 방식에 관한 철학적 성찰이 교묘히 직조된 책이다.
보위가 음악으로 구현한 디스토피아 서사 <다이아몬드 도그스(Diamond Dogs)>에서
게오르크 뷔히너의 희곡 《당통의 죽음》, 니체와 브레히트, 하이데거와 베유,
다시 프랑스 혁명까지 ― 수많은 문화적, 철학적 접점들과 더불어
보위 음악에 대한 저자 자신의 강렬한 경험을 토대로
작곡가, 시인, 공연 예술가, 문화적 아이콘으로서의 보위의 초상을 그려 보이는
철학자 사이먼 크리츨리의 회고록-비평-철학서
사이먼 크리츨리가 처음 데이비드 보위를 알게 된 것은 1970년대 초, 영국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음악 프로그램 ‘톱 오브 더 팝스’에 보위가 출연했을 때였다. ‘스타맨(Starman)’을 부르는, 외계 생명체 같은 그의 모습이 크리츨리를 매료시켰다. “아주 도발적이고, 뭐든 꿰뚫고 있는 것 같고, 음흉하고, 특이했다.” 이틀 뒤, 전직 미용사였던 그의 어머니가 <스타맨> 싱글 앨범을 사 온다. 그가 일생 동안 이어갈 애정의 씨앗이 그렇게 심긴 것이다. 그때 그는 열두 살이었다.
이후 환멸로 가득 찬 70년대 영국 교외에서 따분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사랑을 하고, 팔이 기계에 끼는 사고로 예정에 없던 인문대학에 진학하고, 하이데거를 탐독하고, 장년이 되어 뉴욕을 방문해서는 혹시라도 보위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설렘에 잠 못 이루는 "44년"의 여정 내내, 보위는 그에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혹적인 텍스트이자 지향점, 의미, 일생에 걸친 "사운드트랙"이 된다.
"나의 변함없는 은밀한 동행.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나의 그리고 그의."
크리츨리의 말에 따르면, 보위는 70년대 영국 노동계층 청소년들에게 이제껏 상상도 못해 본 전혀 새로운, 기묘한,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었다. 영국에서 보위라는 기계는 엄격한 사회계급과 성 역할을 조롱하는 선동가로 작동했다. 그에게 매료된 최초의 관객이었던 노동계층 10대들은 보위가 선보인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팝음악의 이단적 결합에 환호했다. "내게 있어, 그리고 수백만의 팬들에게, 그는 삶을 덜 평범하게 만들어 준 사람이었다." "그것이 과장처럼 들린다면, 아마 당신은 음악이 무엇이며 무엇일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리라." (2016년 1월 <뉴욕타임스> '더 스톤' 칼럼 중)
합당한 '보위론(Bowieology)'을 위한 기간 작업
크리츨리는 인터뷰에서 이 책을 집필하면서 지녔던 목표는 매우 간단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대중음악 저널리즘도, 싸구려 심리학도, 전기도, 엉터리 사회사도 아닌 방식으로" "보위의 예술을 정당하게 다룰 개념을" 찾고자 했다. "나뿐 아니라 수많은 다른 이들에게도, 세계는 대중음악을 통해, 특히 보위의 음악을 통해 처음 일련의 가능성으로 열렸다. 보위는 두 말 할 나위 없이 지난 60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예술가였으며, 이 단언을 그의 노래가 어떻게 뒷받침하는지를 누군가는 나서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2014년 <더 콰이어터스> 인터뷰 중)
덕분에 《데이비드 보위: 그의 영향》은 대중문화의 유명인사에 대한 책으로서 가장 일반적인, '전기'라는 장르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이 호평하는 휴고 윌큰(Hugo Wilcken)이 쓴 '33 1/3' 시리즈 책자 같은) 평론집을 썼나 하면 그렇지도 않다. 크리츨리는 보위의 오랜 팬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기민하고 예리한 당대의 철학자로서 '보위를 다룬 자기 자신의 여정'을 썼다. 《데이비드 보위: 그의 영향》은 보위라는 기이한 예술가에 깊이 공명하는, 영악한 관찰자인 크리츨리가 보위의 '페르소나'나 각각의 '시기'에 붙잡히는 대신, 그의 음악과 작법에, 그의 음악이 뜻하는 바의 힘에 집중하며 거기서 의미를 끄집어 내는 철학적 소책자다. 동시에 이 천재적인 예술가와 함께한/를 통과한 크리츨리 자신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회고록과 철학 소고, 비평이 결합된 이 별난 문서에서 밝혀지는 데이비드 보위는 식을 줄 모르는 호기심, 재치와 지성을 지닌, 예술가로서의 자기수련을 평생 포기하지 않은 비범한 인간이다. 그리고 사이먼 크리츨리 특유의 통찰은 글의 주제가 된 이 예술가만큼이나 도발적이며 (보위의 팬이거나 그렇지 않은, 모든) 독자들의 사고의 지평을 전방위로 확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