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디 벨트』 선정, <가장 아름다운 책 100권>, 유럽 그래픽노블을 대표하는 브레흐트 에번스의 신작. 유럽 그래픽노블을 대표하는 에번스답게 이번 작품 역시 독특한 구성과 자신만의 색채로 한 편의 새로운 동화를 완성하였다. 주인공인 어린 소녀 크리스틴은 아빠와 고양이 루시 그리고 강아지 인형 본조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크리스틴이 어릴 적 집을 나가 버렸고, 사랑하는 고양이 루시는 어딘가 아프다. 루시가 동물 병원에서 돌아오지 못한 어느 날, 크리스틴의 옷장 맨 아래 서랍이 열리고 마술처럼 표범 한 마리가 나타난다. 나비넥타이와 턱시도 차림을 한 표범은 자신이 팬더랜드에서 온 왕자라고 밝힌다. 크리스틴의 울음소리를 듣고 옷장 밖으로 나온 표범 왕자는 장장 9페이지에 걸쳐 크리스틴이 잠들 때까지 팬더랜드에 대해 들려준다. 매일 표범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크리스틴은 점점 더 표범 왕자에게 빠지게 되지만 동시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표범의 등장과 함께 잠시 자취를 감췄던 인형 본조는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고, 본조가 팬더랜드에서 데리고 온 방문객들은 기이하기만 하다. 크리스틴의 생일날, 결국 모든 일이 벌어지고야 만다. 처음 크리스틴 앞에 나타난 표범 왕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 같았다가 코믹한 <핑크 팬더>로 혹은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등장하는 <괴물>이거나 『캘빈과 홉스』의 <홉스>처럼 친근하고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어느 순간 표범은 스티븐 킹의 『그것』에서 아이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괴물처럼 느껴지게 되며 에번스가 그린 상상의 세계는 어둡고 혼란스럽고 폭력적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