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 직장 상사, 군대 상관 등 권위자가 도덕적 신념에 반하는 명령을 내린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부 그라이브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또 다른 강제 수용소에서처럼 과도한 권위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인간 본성’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방식으로 권위를 행사하도록 허용한 사람을 비난해야 한다.”
50여 년 전 사회과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일련의 실험을 수행했다. 이른바 복종 실험으로 알려진 이 실험은 사람들이 어떻게 결과와 상관없이 권위에 복종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실험 준비
먼저 뉴헤이번 지역 신문에 공고를 내어 피험자를 모집했다. 기억과 학습에 관한 연구의 참가자로 모든 직업군을 대상으로 하며, 시간당 4달러와 주차료 50센트를 지불한다는 공고였다(42쪽). 그 결과 전체 296명이 지원했다. 실험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인원이어서, 여기에 덧붙여 보조적으로 직접 편지를 보내 모집했다. 그중에서 성별, 연령, 직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응답자들로 피험자 집단을 구성했다. 실험은 예일대학교의 격조 높은 상호작용 실험실에서 이루어졌다.
피험자들에게 처벌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라고 말한 뒤 한 사람은 ‘선생’ 역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학습자’ 역을 해야 한다며 제비뽑기로 역할을 정했다. 그러나 제비뽑기에서는 피험자는 늘 선생이 되고 실험협조자(학습자 역을 맡은 사람)는 항상 학습자가 되게 조작되어 있었다(두 종이 모두에 ‘선생’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다). 제비뽑기를 마친 후 선생과 학습자를 모두 옆방으로 데려가서는 학습자를 ‘전기의자’ 장치에 앉히고 끈으로 묶었다. 끈으로 묶는 이유는 학습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동안 그가 과도하게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학습자가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피험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 전극봉을 학습자의 손목에 붙이고, ‘물집과 화상을 예방하기 위해’ 연고를 발랐다. 피험자에게 전극봉이 옆방의 전기충격기와 연결되어 있다고 알려주었다.
학습자가 문제제기를 하면 실험자는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충격이 극도로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몸의 세포 조직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지는 않는다”고 명확하게 말해주었다.
처벌 장치-전기충격기
계기판 위에는 레버 스위치 30개가 가로로 늘어서 있다. 각 스위치에는 15볼트에서 450볼트 범위의 전압을 표시한 라벨이 붙어 있다. 라벨은 스위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하나씩 옮겨갈 때마다 전기충격이 15볼트씩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네 개의 스위치마다 ‘약한 충격, 중간 충격, 강한 충격, 매우 강한 충격, 극심한 충격, 지극히 극심한 충격, 위험: 심각한 충격’ 등 충격 정도를 나타내는 언어적 표기도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남은 마지막 두 개의 스위치에는 XXX로 표기되어 있다.
피험자들이 예상한 전기충격치(59쪽 표 참조)
이런 실험 상황에서 자신이라면 언제 전기충격을 멈출지를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가진 미국인 100명에게 예측해보게 했다. 정신과 의사, 행동과학부 대학원생과 교수, 대학생, 그리고 중산층 성인들이 질문에 응답했다. 이 집단들의 예측은 서로 매우 비슷했다. 그들은 실제로 모든 피험자가 실험자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단지 병리적인 문제를 가진 1∼2퍼센트 미만의 극단론자들만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전기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실험 결과는 어떠했을까
실험 1(원격 반응 조건)은 희생자가 다른 방에 있기 때문에, 피험자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 희생자가 응답하면 신호 상자에 불이 켜질 뿐이다. 그러나 300볼트에서 희생자가 항의하면서 실험실 벽을 쾅쾅 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315볼트부터는 더 이상 응답이 없고 쾅쾅 치는 소리도 멈춘다.
이 조건에서 피험자 40명 가운데 26명이 실험자의 명령에 끝까지 복종했다. 즉 그들은 전기충격기가 낼 수 있는 최고 전압에 도달할 때까지 희생자들을 처벌했다. 결국, 450볼트의 전기충격이 세 번 정도 가해진 후 실험자가 실험을 중단시켰다.
피험자들은 자신의 의지에 반해 타인을 해치는 것이 기본적인 도덕적 품행에 위배된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배워왔다. 그러나 피험자의 절반 이상은 강제할 만한 특별한 권한이 없는 권위자의 명령에 따르면서 이러한 도덕적 신념을 포기했다. 불복종이 어떤 물질적 손실이나 처벌을 야기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때로 피험자들은 희생자의 항의에 직면하여 더 이상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았고, 또 다른 피험자들은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행동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실험에서 명령을 따랐다.
변형된 실험들(67, 102~103, 146~147, 178쪽 표 참조)
실험 2(음성 반응)는 희생자의 음성 반응을 도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실험 1과 동일하다. 첫 번째 조건에서처럼, 희생자는 실험실 옆방에 분리되어 있지만, 피험자는 희생자의 불만을 실험실 벽을 통해 명확히 들을 수 있었다.
실험 3(근접성)은 희생자와 피험자를 같은 방에 몇 미터 떨어뜨려 놓은 것 외에는 실험 2와 유사하다. 따라서 피험자는 희생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볼 수도 있었다.
실험 4(접촉-근접성)는 실험 3과 동일하지만,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즉 희생자가 전기충격판 위에 손을 올려놓아야만 전기충격을 받는다. 150볼트 수준에서 희생자는 풀어달라고 요구하면서 전기충격판 위에 손을 올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실험자는 피험자에게 희생자의 손을 전기충격판 위에 강제로 올려놓으라고 명령했다. 따라서 이 조건에서 복종하려면 피험자는 150볼트 이상에서 희생자를 처벌하기 위해 그와 신체적 접촉을 해야 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희생자가 ‘심장의 문제’(실험 5)를 거론한다거나 권위자가 실험실에서 나가 전화로 지시를 한다(실험 7)거나 희생자가 전제 조건을 제시한다(실험 9)거나 앞선 실험에서 변인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추가함으로써 실험을 계속 확장해나갔다.
이 모든 실험은 예일대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실험 장소를 일반 사무실용 건물로 옮겨 실시해보았다(실험 10). 권위자가 아닌 일반인이 명령을 하고(실험 13), 실험자가 희생자 노릇을 한다(실험 14)거나 집단 효과와 관련해서 동료들이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겠다고 할 때 피험자의 반응(실험 17) 등 18가지의 실험을 진행한 결과, 거의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으리라던 실험 전 예상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권위자의 명령에 따라 전기충격을 가했다.
실험 분석(10장)
권위에 대한 복종은 인간에게 매우 강력하고 지배적인 경향이다. 복종은 본능이다. 인간은 복종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나고, 그다음 이러한 잠재력이 사회의 영향을 받아 복종적인 인간을 만들어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복종할 수 있는 능력은 언어 능력과 유사하다. 즉 한 유기체가 언어에 대한 잠재력을 갖기 위해서는 매우 구체적인 정신 구조를 가져야 하지만, 또한 말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회적 환경에 노출될 필요가 있다.
(1) 조직화한 사회적 삶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 그리고 그 집단에게 생존 혜택을 부여한다. (2) 조직화한 사회적 삶을 위해 필요한 행동적·심리적 특징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모두 진화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 (3) 인공두뇌학의 관점에서 볼 때, 스스로 조절하는 자동기계들을 통합·조정하는 위계 구조로 편입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필요한 것은 개별적인 방향과 통제를 억제하고, 그것을 상위 구성요소에 맡기는 것이다. (4) 좀더 일반적으로, 위계 구조는 그 구성요소들의 내적인 변화가 있을 때에만 기능할 수 있다. (5) 사회적 삶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위계 구조들은 이러한 각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6) 이러한 위계 구조로 편입하는 개인들은 자신의 기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