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용기 있는 실험과 성찰로 구축된, 세련된 우아함을 지닌 매우 참신한 작품이다.
진정한 인간다움에 이르는 길을 보여 주는 희망적인 책이다. ?2013 라가치상 심사평
한국 출판물 최초 라가치 대상 2회 수상
한국 아동출판이 이룬 쾌거
창비에서 출간한 그림책 <눈>(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이 2013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 대상(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라가치 상(Ragazzi Award)은 전세계에서 출간된 어린이책 중 창작성, 교육적 가치, 예술적인 디자인이 뛰어난 책에 수여하는, 어린이책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아동출판계의 노벨문학상'으로도 불린다. 해마다 전세계에서 출간된 작품 중 픽션 부문과 논픽션 부문에 각각 한 작품씩 선정하여 대상을 수여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와 작가의 공력이 돋보이는 창작 그림책을 꾸준히 출간해 온 창비는 2011년 한국 출판물 최초로 라가치 대상(논픽션 부문)을 받았던 <마음의 집>에 이어 2013년 또 한 번 라가치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어린이책 행사이다. 1966년 라가치상이 제정된 이래 한 출판사에서 같은 작가와 함께한 작품이 라가치 대상을 두 차례 수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올해 라가치상에는 세계 45개국 200여 개 출판사가 1000여 종의 작품을 출품해 경쟁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 아동출판이 창작 그림책을 본격적으로 출간하기 시작한 지 30여 년 만에 이룬 쾌거다.
한국 출판사와 폴란드 작가의 협업으로 이뤄 낸 성취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수상 소식을 듣고 평생 한 번 받기도 힘든 큰 상을 두 번이나 받게 된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함께 일한 한국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한국은 나에게 작가로서의 삶을 실현하게 해 준 두 번째 조국'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번역가인 이지원씨의 소개로 한국에서 첫 작품을 내고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이미 한국에서 열 권이 넘는 그림책을 내면서 작품마다 상징적인 그림과 철학적인 글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덕분에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아우르는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눈>은 한국에서 첫 출간된 그림책으로 원고 단계에서부터 창비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원고 분량, 그림의 내용과 순서, 레이아웃, 색감뿐만 아니라 종이의 두께, 제목자의 위치 등 세밀한 부분까지 함께 논의하여 주제를 아름답게 전달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춰 나갔다. 볼로냐 라가치 대상 2회 수상은 <마음의 집>부터 맞춰 왔던 작가와 출판사의 호흡이 빛을 발한 결과이다.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예술적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2013 볼로냐 라가치상 심사평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눈>에서 독자는 다양한 대상으로부터 마음껏 즐거움을 얻게 됩니다. 독자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경이로움을 느끼고 탐색을 계속합니다. 책을 넘기면 일상의 세부사항들, 어렴풋이 그려지는 실제 경험의 조각들, 동물과 사물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들을 한데 묶는 시각적 기호 체계는 독자에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독자가 스스로 성찰하고 대조점과 유사성을 찾으며 해결하게 되지요. 특히 우리가 보는 것과 이해하는 방식 사이에서, 그리고 새롭게 보는 법을 배우며 느끼는 놀라움과 깨달음의 만족감 사이에서 불가분의 연결점이 생깁니다. 이 책은 용기 있는 실험과 성찰로 구축된, 세련된 우아함을 지닌 작품이며 매우 참신한 책입니다. 또한 '본다는 것'이 새롭고 심오하고 진정한 인간다움과 영혼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희망적인 책입니다.
Fiction ? winner Eyes
Changbi Publishers, Paju-si, Korea
Text and illustrations by Iwona Chmielewska
In Eyes by Iwona Chmielewska, the reader is regaled with a vast array of objects from which to choose. He accepts awe as a corollary of knowledge and is compelled to continue the search. We are offered details, snippets, glimpses of lived experience, objects and animals; but never are we given the visual code that binds them together. This forces reflection, obliges mediation, prompts comparisons and similarities. But especially it creates an indissoluble bond between what we see and how we understand, between the astonishment at learning to see in a new way and the contentment of knowing. It is a very novel book, infused with a refined elegance forged by much courageous experiment and reflection. It is also a luminously hopeful book in which our capacity for sight is a way to the soul and to a new, deeper, more intense humanitas.
(원문 출처: 볼로냐도서전 홈페이지 http://www.bolognachildrensbookfair.com)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수상 소감
제가 2년 전 볼로냐 라가치 대상을 수상했을 때 시상식장에서 많이 울었던 것이 창피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아주 멀쩡하다가, 제 이름이 불리자마자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날 찍은 모든 사진에 저는 무슨 재난이라도 당한 모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어떤 브라질 출판사 사이트에서 그때의 제 사진을 보았는데 그 밑에 '이 폴란드 작가는 우리 모든 수상자들이 마음으로 느끼기만 하고 차마 보여 주지 못했던 눈물을 보여 주었다'라고 써 있었습니다.
저에게 볼로냐 라가치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은 평생에 단 한 번뿐이라고 생각했고 더 이상은 바란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월 어느 날, 번역가인 이지원씨가 저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이보나, '눈'이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았어!" 아침에 그 메시지를 듣고 저는 옛날에 녹음되어서 잘못 듣게 된 메시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저와 제 책을 믿어 주신 분들을 만난 것에 마음 깊이 감사 드립니다. 이 상은 한국과, 저와 함께 일해 주신 편견 없고 용감한 한국인들의 것입니다. 우리의 힘으로 다른 출판강국들을 제치고 다시 한 번 상을 받는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눈>이라는 이 소박한 책은 단순한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눈은 소중한 선물이지만, 볼 수 없는 상태에서도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다른 선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눈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 위해서도 있습니다! 볼로냐 시상식 때 뵙겠습니다. 저희가 서로 바라보고 다시 눈물을 흘릴 날입니다.
창비 그림책의 세계적 성과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의 그림책 100권 선정
─ <시리동동 거미동동> <넉 점 반> <낮에 나온 반달> <길로 길로 가다가>
2005년 BIB 전시작 ─ <시리동동 거미동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