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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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도대체 왜 그러냐?” vs “왜 경상도만 갖고 그러냐?” 우리는 왜 한 나라에서 이렇게 반목하게 되었을까 김수박의 만화 『메이드 인 경상도』가 출간됐다. 『아날로그맨』 『빨간 풍선』 『사람 냄새』 등의 페이소스 진한 작품들로 마니아층의 꾸준한 지지를 받아온 만화가 김수박이 이번에는 ‘지역감정’을 다룬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창비 문학블로그 ‘창문’에 화제를 모으며 연재된 『메이드 인 경상도』는 선거철이면 화살처럼 쏟아지는 “경상도, 도대체 왜 그러냐?”라는 질문에 대한 경상도 토박이 김수박 작가의 대답이다. 작가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버무려낸 작가의 1980년대 유년 시절, 먹고살기에 바빴던 경상도의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오랜 반목의 뿌리를 더듬어낼 수 있다. 작가는 지역감정을 부인하지도, 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개인의 역사를 통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을 독자에게 전달하려 할 뿐이다. 『메이드 인 경상도』는 그 시대를, 그리고 그 시대가 낳은 오늘의 우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경상도 토박이 만화가의 ‘경상도’ 본격 해부! 작가가 그리는 1980년대 경상도의 모습은 ‘먹고사니즘’의 현장이다. 정권의 특혜로 영남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산업화하고 발전했다. 작품은 1974년 대구에서 태어난 주인공 ‘갑효’의 유년 시절인 1980년대 대구를 배경으로 한다. 그 시절은 모두 ‘먹고살기’ 바빴다. 저축을 지상과제로 삼은 엄마와 화장지 사업을 지키기 위해 동네 건달과 영역 싸움을 벌이는 아버지는 그 세대 부모의 초상이다.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다. ‘힘’을 디딤돌 삼아 대구는, 경상도는 빠르게 발전했다. ‘먹고사니즘’에 외면당한 역사의 뒷면 1980년대 경상도가 받은 특혜는 자연스레 다른 지역에 대한 그만큼의 차별로 이어졌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중학생이 되어서야 알게 된 갑효는 자신의 유년 시절이 동시대에 대한 철저한 외면으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는다. 갑효는 아버지에게 30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다시 묻는다.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역사의 뒷면을 모른 체했던 자신의 아버지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선 수년간의 고뇌가 필요했을 것이다. 작가는 ‘남녀차별을 남자가 먼저, 동성애자 차별을 이성애자가 먼저 말하고 개선해야 하듯이 지역차별도 경상도 사람이 먼저 말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다음 세대에게 ‘지역감정’이라는 악습을 넘겨주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이다. 개인의 역사를 통해 더듬어낸 지역감정의 뿌리 ‘경상도 사람은 보수적이다’ ‘경상도 사람은 마초다’ ‘전라도 사람은 뒤통수를 친다’ 등의 선입견은 여전하다. 이러한 인식은 지역감정의 골을 더 깊게 파는 데 기여한다. 『메이드 인 경상도』첫화 “경상도는 왜?”가 공개되었을 때 독자들은 “왜 경상도만 갖고 그러냐?”라는 거부감과 “경상도 사람들, 도대체 왜 그러냐?”라는 호응을 동시에 보냈다. 엇갈린 반응에도 불구하고 『메이드 인 경상도』가 연재 기간 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은 것은 손쉽게 상대방을 단정하지 않는 김수박만의 사려 깊은 자기성찰적 서사 덕분이다. 작가는 상대방의 특성을 규정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배타적이라고 말한다. 지역감정이라는 주제를 개인의 역사와 사회의 역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이끌어내는 신중함을 유지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김수박의 세계는 독자들을 조용히 설득한다. 『메이드 인 경상도』는 독자들에게 지역과 역사를 뛰어넘어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우리 안에 있는 배타성을 들여다보며 이 나라의 오랜 반목을 이해하게 할 것이다. 어느 집단의 특성을 규정한다는 건 ‘내’ 문제에는 눈감고 ‘남’을 탓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기에 위험하다. 경상도 사람의 특성을 규정하는 것은 지역갈등의 원인을 경상도 사람에게 미루게 되는 것이기에 이런 식으로 답할 수는 없었다. (…) 나는 경상도 사람이기에 경상도 사람으로서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모 세대와 나의 세대가 살아온 (‘역사’보다는 짧은) 세월 속에 갈등의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어리숙해서 ‘예민했던’ 한 아이의 관찰기를 통해, 1980년대라는 한 시대가 말해주는 우리나라의 현재를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