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조선왕비 오백년사...
조선시대 여성들은 계층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유교적 여성관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철저하게 유교적 여성관을 신봉해야 했던 계층은 왕비들이었다.
험난한 정치 세계에서 유교적인 여성관을 교육받고 자란 왕비들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남성들과 정치게임을 해야 했을 뿐더러 어떤 경우에는 같은 여성과 정치게임을 하기도 했다. 이 게임에서 패배한 왕비들은 폐비가 되기도 했고 자신의 친정 집안까지도 멸문으로 이끌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태종 임금이 왕실에서 첫 번째 희생양으로 삼았던 이가 바로 왕비의 친정일족이었다. 왕비이지만 아무런 힘이 될 수 없었던 그래서 가슴으로 울었던 원경왕후 민씨, 남편과 함께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귀국을 하여서는 남편과 함께 북벌정책을 추진하였으나 효종 임금의 죽음으로 끝내 그 꿈이 좌절되었던 인선왕후 장씨, 자신의 가문을 지키기 위해 남편인 사도세자가 죽는 것을 방관한 것도 모자라 가문의 명예회복을 위해 한중록을 썼던 헌경왕후 홍씨 등 유교주의 시대에 최고의 신분이었지만 험난한 생을 살아간 왕비들 뿐만 아니라 첫째 부인을 밀어내고 이성계와 결혼한 뒤 적극적으로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 역할을 한 신덕왕후 강씨, 놀라운 정치적 술수로 20년간 국왕 이상의 권한을 휘두른 여성 독재자였던 문정왕후 윤씨 등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시대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총 4시기로 구분하였다. 첫 번째, 조선 개국에 참여했으나 점차 왕비들이 국정에서 어떻게 배제되어갔는지를 다루었다. 두 번째, 유교적 이념이 체계화되어 가는 가운데 왕비들은 왕실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 세 번째, 조선 왕조가 안정되어 가면서 조선의 왕비들은 정치세력과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정을 주도하게 된 왕비들이 어떤 전략과 전술을 통해서 이러한 기회를 얻게 되었는가를 꼼꼼하게 짚어보았다. 왕비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시대적인 변화와 함께 조선 여성들의 전체적인 생활과 지위는 어떻게 변해갔는지도 각 시기에 따라 설명해 놓았다.
유교적 여성관에 순종하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 생존하기 위해서 남성들보다 훨씬 더 기민하게 지지세력을 만들어내고 권력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던 조선의 왕비들.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과거 오백년 동안 조선 정치세계에서 위태롭게 삶을 영위했던 왕비들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