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지능이 필요하다!
『호르몬 찬가』는 수많은 악기들이 어우러진 절묘한 교향곡에 대한 찬사다. 때로 독주를 하고 클라이맥스로 치닫기도 하지만, 교향곡의 감동은 악기와 연주자와 멜로디가 이루는 하모니에 있다. 호르몬이 조율하는 여성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더 제대로 서로를 대할 수 있으려면 여성에 대한 연구, 나아가 인간에 대한 모든 연구가 과학이라는 사고 방식을 기초로 미묘한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 하리하라(이은희, 과학 저술가)
“무엇이, 어떻게, 왜 하필 여성의 배란 주기에 맞춰 21세기 현대인들이 이토록 기발한 갖가지 행동을 남몰래 실행하게끔 만들었는가?” 배란 주기에 따라 조상 여성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먼 과거의 환경에서 번식 성공도를 높이는 지름길이었는지 분석함으로써, 진화 심리학자들은 현대인의 마음에 대해 새롭고 검증 가능한 예측을 낸다. 호르몬을 알면 여성이, 아니 남녀 모두가 자유를 누린다. ― 전중환(경희 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여성은 누구도 호르몬에 관한 잘못된 고정 관념 때문에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 나는 ‘호르몬에 좌우된다.’라는 말 대신 호르몬을 찬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르몬이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하며, 우리 모두를 더 현명하게 만들어 줄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 본문에서
2015년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여성에게 무례한 자신을 비판한 여성 기자에 대해 “어디선가 피가 흘러나오고 있어서” 그랬다며 불평해 다시금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1986년 여성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에서 남자가 월경을 하는 쪽이 된다면 생리 기간은 남성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근원이 될 것이며 생리대가 연방 정부 기금으로 무료 공급될 것이라 했다. 남성의 호르몬 주기와 여성의 호르몬 주기를 둘러싼 이중적인 잣대는 여전히 극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호르몬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조명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호르몬 찬가: 진화 심리학으로 풀어 가는 호르몬 지능의 비밀(Hormonal: The Hidden Intelligence of Hormones - How They Drive Desire, Shape Relationships, Influence Our Choices, and Make Us Wiser)』을 쓴 진화 심리학자 마티 헤이즐턴 UCLA 교수가 호르몬 주기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 과학계에서는 인류의 사촌격인 동물들은 여전히 호르몬에 지배당하고 있는 반면, 인간은 호르몬의 지배에서 ‘해방’되었다고 여겼다. 저자는 우리의 몸과 정신의 작용 방법을 더 잘 이해함으로써 여성의 권리가 강화되어 왔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배울 것이 많다는 바로 그 지점이 자신의 연구에, 또한 이 책의 집필에 동기를 부여했다고 밝히며 여성의 두뇌와 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여성의 호르몬과 행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너무 적으며, 인생의 각 단계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으려면 반드시 더 알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저자는 새로운 유형의 페미니즘, 새로운 다윈주의 페미니즘(Darwinian feminism)을 강조한다.
다윈주의 페미니즘은 우리의 생리 현상을 존중하고 온전히 탐구한다. 저자는 여성의 생리 현상이 운명이라고 주장하는 단순한 성차별주의와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진화론적 역사를 포함해, 우리 몸과 정신을 형성한 역사를 이해할 권리가 있다. 우리의 생물학적, 그리고 호르몬과 관련한 본성에 대해 더 나은 정보가 필요하다. 생리 현상의 역할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맥락, 반응을 보이고 선택을 하는 작용 주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진화 심리학 분야 교양 과학 고전 『욕망의 진화』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데이비드 버스 텍사스 대학교 교수는 헤이즐턴 교수의 박사 학위 지도 교수이기도 하다. 『호르몬 찬가』에도 언급되었듯이 버스 교수가 1989년 전 세계 37개 문화권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장기적인 관계의 짝으로서 가장 바라는 자질은?) 답변에서는 남녀 공통으로 다정함, 지성미, 좋은 성격이 상위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관계에서는 어떤 자질이 우선일까? 남녀 간 답변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는 호르몬 지능(hormonal intelligence)을 지녔다. 호르몬은 자연 선택의 강력한 엔진인 번식을 통제한다. 호르몬은 짝짓기 욕망이나 경쟁적인 충동, 임신 이후 벌어지는 신체와 행동의 변화, 그리고 번식을 넘어 또 다른 경험을 자유로이 누릴 수 있는 잠재력과 함께 찾아온 새로운 인생의 장, 즉 완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호르몬 분비의 기원과 작용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호르몬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진화 심리학자 마티 헤이즐턴 교수가 선사하는
다윈주의 페미니즘의 새로운 패러다임
잘못된 정보를 믿는 성차별주의자들은 여전히 진실을 왜곡하고, 여성들에게 너무 높은 장애물로 생물학적 차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페미니스트들은 당연히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런 역학 관계 때문에 현실과 미신을 풀어내는 것이 어려워진다. 과학자로서, 페미니스트로서, 나는 여성 호르몬과 여성의 행동에 미치는 호르몬의 역할에 관한 논의는 그 어떤 것이든, 같은 생각을 가진 집단 내에서조차 타협하기 어려운 영역이 될 수 있음을 배웠다. ― 본문에서
암, 약물 효능 같은 주요 생체 의학 연구가 수십 년간 남성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진통제 약효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잘 듣는다. 뇌졸중 연구도 한때는 남성 환자들에게만 집중되었으며, 여성의 심장병 진단에 대해서는 의학적 지식이 충분하지 못했다. 오늘날에는 더 많은 여성과 소수자들이 임상 시험에 포함되어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지만 20세기 들어 동물을 대상으로 현대 의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소수 인종뿐만 아니라 여성의 건강에 대한 염려는 우선 순위가 아니었고, 과학자들도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1장 「호르몬의 어려움」은 당시 표준이었던 문화적 편견 이외에도 암컷이 동물 연구에 포함되지 못했던 데는 다른 이유가 존재했음을 보여 준다. 100년 전 이미 호르몬 주기상 임신이 가능한 시기, 즉 발정기 때의 암쥐가 더 자주 운동용 쳇바퀴를 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인식은 통제된 실험에서 변수를 제거하고 수컷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으로 발전했고 수십 년간 연구실은 다방면으로 수컷이 우세한 공간이었다. 실험실의 동물 연구부터 임상 실험에 이르기까지 연구에서 암컷 개체를 외면한다면 그러한 연구는 여성을 돕기까지 순조롭게 출발도 하지 못할 것이다. 수컷과 암컷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를 조명하는 순간 남성과 평등을 이루려는 여성의 능력을 깎아내린다는 막연한 견해 역시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성별 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부정한다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포함해 여성의 건강을 이해하는 데 뒤처질 것이다.
화려한 수컷 공작, 여러 암컷을 거느리는 수컷 고릴라, 수동적인 암쥐에 올라타는 실험실의 숫쥐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수컷을 관찰하며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여성들의 관계와 건강에 관한 지식을 얻어왔다. 암컷의 성적인 행동, 즉 욕망부터 성적인 반응, 번식을 이해하는 방법은 수컷의 성적인 행동에 대한 과도한 관찰을 관두는 것이다. 대신에 우리는 단순히 남성들에게 보이는 여성들의 반응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동을 연구함으로써 왜 여성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지속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호르몬 주기의 역할과, 시간에 따라 뚜렷하게 정해진 호르몬 단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여성의 두뇌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더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2장 「열 추적자들」은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 발정 현상을 해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신화 속에서 짝을 사로잡고 지키
Please log in to see mor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