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여성 작가에 관한 문제적 고전!
‘감히’ 펜을 들었던 그 시절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
“그 시절, 위대한 재능을 타고난 여자라면
누구라도 틀림없이 미치고 말았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에밀리 디킨슨…
동시대에 줄지어 등장한 거인 같은 작가들,
이들의 삶과 문학을 집대성한 ‘비밀의 정원’
여성 작가의 좌표를 내리그은 최초의 이정표, 페미니즘 비평의 시대를 연 최초의 책, 문학 읽기의 새로운 길을 연 현대의 고전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미국 출간 43년 만에, 한국어판 출간 13년 만에 재출간된다. 문학의 역사를 여성 작가라는 키워드로 재구성한 이 책은 발표 당시 문학 연구 및 비평의 새로운 출발점을 세웠다는 찬사를 받으며 보통의 독자는 물론 문단과 학계에 파란을 일으킨 하나의 사건이었다. 미국의 영문학자 일레인 쇼월터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를 이렇게 기억한다. “놀라운 순간이었다. 문학과 여성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일제히 흥분해서 환호를 보냈다.”
이 책에서 두 저자는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미친’ 분신을 하나씩 등장시켜, 작가들 각각의 차가운 불안, 뜨거운 분노, 애타는 열망을 읽어낸다. 이 여성 작가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흩어져 작업했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끈끈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해 이야기를 써나갔지만 서로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책은 그 연결 고리를 밝혀나간다. 이 책에서 중요한 또 하나는 바로 시대에 대한 것이다. 저자들은 왜 19세기를 파고들게 되었을까? 19세기는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조지 엘리엇, 에밀리 디킨슨 등 거인 같은 작가들이 대거 등장한 시기였으며, 여성이 작가가 된다는 것이 변칙적이거나 이례적이지 않은 최초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계보를 추적하며 작가와 작품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지금 여기의 담론을 위해 유의미한 지점을 끌어올린다. “40년 전에 우리가 정말 감금, 폐쇄, 거식증, 가스라이팅에 대해 이야기했단 말인가?”(리사 아피냐네시) 그렇다. 두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한편 이 책은 “펜은 음경의 은유일까?” “눈에서 꺼풀이 떨어지자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지고 반짝였다” 등 내리치는 각성의 문장으로 단편적으로 알려져 있던 페미니즘 문학 비평의 강렬한 신호를 새로운 번역으로 만날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2009년 한국어판으로 처음 선을 보인 이 책은 오랫동안 절판 상태에 있어 많은 독자들이 새로운 출간을 기다려왔다. 이번 완역본은 기존의 번역본을 대폭 수정해 다시금 한 문장 한 문장 검토함으로써 한국어판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보다 세심하게 다듬어진 한국어로 완성된 이 책은 묻혀 있던 여성 작가들과 문학작품들을 불러내 눈부신 문학의 향연을 맘껏 맛볼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며,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거주하는 ‘여성과 문학의 집’을 밝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1979년 전미도서비평가 협회상 최종 후보
1980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
1986년 <미즈> 선전 올해의 여성
2013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 평생공로상
“여성 작가에 관한 한, 여전히 최고의 책”
제인 오스틴에서 에밀리 디킨슨까지, 존 밀턴에서 월트 휘트먼까지
‘다락방의 미친 여자’라는 키워드로 재구성한 영미-여성-문학사
1979년 이 책이 출간된 뒤 40여 년 동안 문학장에는 몇 번의 대지진이 일어난다. 포스트구조주의, 신역사주의, 퀴어 이론, 포스트식민주의 등 다양한 문학 이론들이 교차하고 분기하는 과정에서, 이 책은 맥락에 따라 높이 추앙받기도 하고 가차 없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은 하나의 거대한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영미문학 담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저자들은 많은 비판의 위험을 무릅쓰고 ‘여성문학 다시 읽기’라는, 여태껏 이루어지지 않다시피 했던 작업을 시도했다. 누구나 수긍 가능한 안전한 문학 이론과 작품 분석을 내세우는 것보다 중요했던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남성 중심의 문학사에서 여성 작가들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그리고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거듭 나타나는 감금과 탈출 이미지, 미친 분신이 온순한 자아의 반사회적 대리인으로 기능했던 환상, 얼어붙은 풍경과 불길에 싸인 실내에 나타난 육체적 불편함에 대한 은유—이 모든 것의 근원, 불안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물음은 기존의 문학사에 의존해 말을 짜나가는 것으로는 결코 해명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두 저자는 독자적인 관점을 들여온다.
그렇게 해서 사용하게 된 방법론이 바로 여성 작가들이 겪었던 불안과 불안의 대리인인 ‘다락방에 갇힌 미친 분신’을 중심으로 작품 읽어내기다.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제인 오스틴에서 메리 셸리,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에밀리 디킨슨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난 감금과 탈출 이미지, 온순한 자아의 반사회적인 분신으로 기능하는 미친 여자, 거식증, 광장공포증, 폐소공포증(밀실 공포증) 같은 질병의 은유들을 탐색함으로써, 남성 문학과 구분되는 고유한 여성의 문학 전통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전통을 존 밀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존 키츠, 월트 휘트먼 등의 남성 작가의 계보를 곁에 세운 채 추적해나간다.
여성 작가와 남성 작가를 비교해보는 것은 여성문학사가 독자적으로 다시 쓰여야 함을 보여주는 유용한 전략이다. 이를 테면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남성 시인 월트 휘트먼과 여성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궤적 비교는 길버트와 구바에게 19세기 후반 남녀 시인의 차이를 뽑아낼 수 있는 풍요로운 영역이었다. 자신을 거대하고 군중을 품는 존재로 규정하고 자신을 칭송하며 노래했던 휘트먼과 대조적으로, 에밀리 디킨슨은 자아 망각의 과정을 밟아나갔다. 디킨슨은 점점 더 작은 공간으로 물러나고, 음식도 거의 먹지 않았으며, 방 하나에 자신을 가둔 채 바깥세상을 점점 더 멀리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무도 아니다’라고 읊조렸다.
디킨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여성문학 전통은 가부장적 사회 속 여성 작가들이 삶에서나 예술에서나 감금되고 구속받고 있다는 작가들 스스로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여성 작가들의 문학은 그런 사회적 문학적 구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들의 공통적인 투쟁의 산물이다. 작가들은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지만, 그들의 작품들은 전부 규범적 여성성이라는 빅토리아 시대의 이데올로기와 그들의 실질적인 욕망 사이의 모순과 투쟁하고 자기 나름대로 힘껏 타협한 결과다.
책의 구성: 페미니즘 시학이라는 이론적 선언을 필두로
자신을 가두고 분열시켰던 여성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추적하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서구 문화에서 아버지 신이 유일의 창조자이듯문학의 창조자, 즉 펜의 소유자는 본질적으로 남성이라는 문학에서의 부권 이데올로기를 폭로한다. 나아가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여성을 ‘천사’와 ‘괴물’이라는 극단적인 이미지 안에 가두게 되었는지, 그리하여 이러한 이미지가 여성의 현실적인 삶뿐만 아니라, 특히 여성이 펜을 시도하는 것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탐색한다.
2부부터 6부까지는 여러 방해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에서 메리 셸리, 에밀리 브론테, 샬롯 브론테, 조지 엘리엇, 디킨슨 등의 위대한 여성 작가들이 어떻게 가부장적인 인습과 이미지를 과격하게 비판하고 수정하며 다른 세계를 열망했는지를 각각의 작품을 통해 면밀하게 추적하여 분석한다. 이 작가들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것은 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