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보이는 뉴스 따로, 보여야 할 뉴스 따로 “진짜 뉴스는 가려지고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신기한 세계에 잘 오셨습니다” 신문을 정독하고 자정 뉴스까지 다 봐도 절대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 미디어 전쟁의 최격전지 중동에서 한 초짜 저널리스트가 좌충우돌하며 뉴스 비즈니스의 속살을 파헤친다. 막강한 배후 세력을 운운하는 음모론이나 기자 정신이 부족하다는 비아냥거림을 넘어 비즈니스로 변질된 뉴스 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세밀한 비판적 시각을 선사한다. 오늘날의 아랍 지역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이어지며 미디어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은 이 책은, 언론을 불신할 수밖에 없는 시대, 제대로 된 뉴스가 없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새로운 ‘뉴스 아라비안나이트’이다. 초짜 저널리스트, 아랍 특파원이 되다 대학 시절 1년을 이집트에서 보내고 시리아를 여행하기도 한 저자는 아랍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이 지역에 특파원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이전까지 미디어가 보여준 아랍과 실제의 아랍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테러와 내전으로만 알려진 이곳에도 시장에서는 토마토가 특가로 판매되고, 남녀 간의 수작이 오가고,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풀고 농담하고 웃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또한 이처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엄청난 압제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하여 그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한다. 이제껏 우리가 무엇을 보지 못했는지, 왜 보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한 초짜 저널리스트의 중동 표류기가 시작된다. 이집트에서 이라크까지 오가는 5년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99%의 아랍 세계를 접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9.11 테러,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읽을 수 있다. 저널리즘 쇼비즈니스를 발가벗긴 5년의 중동 취재 그러나 이 책이 미디어를 조작하는 배후 세력을 운운하는 음모론이나 기자들이 기자 정신이 부족해 사건의 진실을 보여주는 데 게으르다는 비아냥거림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중요한 이슈가 제기되었을 때 그것에 대해 심층적이고 본질적인 보도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현장 체험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자폭 테러를 일으키고 죽은 형의 총알구멍이 숭숭한 옷을 버리지 못하는 동생의 심정은 감히 카메라 앞에서는 이야기되지 못한다. 정상회담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이 정작 회담이 열리는 시간에 다른 장소에 격리되고, 통신사가 제공하는 뉴스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고국의 미디어는 웃고 있는 평범한 아랍인의 얼굴 대신 피골이 상접한 난민이나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 총을 들쳐 멘 테러리스트의 모습을 신문에 싣는다. 미국은 아랍 국가들에 ‘악당’이라는 단 하나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뒤로는 그들이 서로 싸울 돈과 무기를 제공하면서, 자신들을 평화를 가져다줄 유일한 ‘영웅’으로 포장한다. 이처럼 저자의 경험을 통해 시민의 입을 막고 뉴스를 왜곡하는 독재 정권, 제한된 기자의 역할, 자극적 뉴스만 좇는 상업 미디어, 제 이익을 위해 왜곡된 뉴스를 더욱 가공하는 서구 정부 등 미디어 왜곡의 주범들이 드러난다. 언론 불신의 시대를 돌파하는 새로운 ‘뉴스 아라비안나이트’ 독재 정권과 서구 정부들, 상업 미디어들의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뒤틀려버린 뉴스 산업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주류 미디어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지속된 300여일의 크레인 농성이나 의도적 외면 속에 강행된 4대강 사업, 선거 때마다 있는 흑색선전을 떠올리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자가 맨몸으로 부딪쳐 우리에게 전하는 아랍 이야기들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지역에서 무엇이 뉴스가 되고 무엇이 뉴스가 되지 못하는지를 목격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계속되어 온 미디어 필터링과 왜곡의 문제들을 뒤돌아보고, 미디어 프레임 밖의 온전한 우리 모습을 읽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언론을 불신할 수밖에 없는 시대, 제대로 된 뉴스가 없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새로운 ‘뉴스 아라비안나이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