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다" 방법으로서의 젠더 : 최정희론

김복순
2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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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에게는 음으로 양으로 늘 오해의 조각이 따라 붙었다. 사이비 사회주의자, 기자 나부랭이, 남으로부터는 빨갱이, 정권의 부침에 따라 흘러 다녔던 작가, 시종일관 기회주의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최정희의 본질이고 전부일까? 한국여성문학학회가 총 30권으로 기획하고 소명출판에서 '여성작가총서'의 첫 번째로 내 놓은 이 책은 그간의 조각들을 털어내고 최정희의 복권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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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여성작가연구총서 머리말_ 봉인된 편지 책머리에_ 최정희의 복권이 의미하는 것 제1장 감정과 욕망의 아카이브 제2장 젠더 우선성의 여성주의 서사, 그 창출과 변형 제3장 젠더-'서사 원리'이자 탈식민의 '방법' 주석 참고문헌 연구 목록 작품 목록

Description

최정희론“나는 여자다”-방법으로서의 젠더 최정희에게는 음으로 양으로 늘 오해의 조각이 따라 붙었다. 사이비 사회주의자, 기자 나부랭이, 남으로부터는 빨갱이, 정권의 부침에 따라 흘러 다녔던 작가, 시종일관 기회주의자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최정희의 본질이고 전부일까? 한국여성문학학회가 총 30권으로 기획하고 소명출판에서 ‘여성작가총서’의 첫 번째로 내 놓은 이 책은 그간의 조각들을 털어내고 최정희의 복권을 토로한다. 최정희는 제2기 신여성이라 일컬어지는 박화성, 강경애와 함께 1930년대 여성문학의 포문을 연 작가로, ‘최정희적 경향’이라 지칭할 만한 개성적인 문학을 창출해 보여 주었고 1950년대에 이르러 그 꽃이 만개한다. 최정희적 경향이란 ‘젠더 우선성’의 여성주의 서사를 말한다. 박화성과 강경애가 ‘계급 우선성’의 여성소설을 선보였다면, 최정희는 계급, 국가, 민족 등의 범주에서 무엇보다도 ‘젠더 우선성’에 입각한 작품을 생산했던 작가이다. 최정희는 “나는 여자다”를 외치며 ‘여자선언’을 했다.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학연-지연-혈연이라는 ‘3연 자본’은 없었지만, 빈농 출신으로서 계급적 인식에 곁대인 비판성과 춤, 노래, 연극이라는 다양한 예술적 재능 및 외모가 주는 인물 자본으로 승부를 걸었던 작가였다. 최정희는 ‘여성자본’을 문학적으로 원용하여 ‘젠더 우선성’이라는 자신의 문학성 개성을 창출해 보여 주었다. 숙명 여학교 시절의 최정희이 책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최초’라는 수식어를 갖는다. 첫째로, 연구사상 최초로 최정희의 초기 소설부터 마지막 소설까지를 대상으로 했다. 그간 연구에서는 초기의 경향적 소설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신건설사 사건 이후 3맥 시리즈 작품들만 대상으로 하거나, 식민지 말기의 친일소설만을 대상으로 하여 작가의 전모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둘째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된 방법론, 즉 ‘젠더 우선성’을 방법적 기준으로 삼아 객관성을 높였다. 젠더 우선성으로 접근하면 그간 매도되었된 식민지 말기의 소설들도 ‘제2 이등국민-여성’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주변부 여성이 국민되는’ 방식을 알려 준다. 민족 범주만으로 최정희를 평가할 때는 이러한 점이 간과되었다. 또한 초기의 경향적 소설도 ‘즐거운 당위’라는 새로운 사회주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셋째로 최정희의 전 문학적 생애를 최초로 구성하였다. 특히 기독교 사회주의와의 관계, 신간회 해소파로서 송계월 및 잡지 <비판>지 기자와의 논쟁, 삼천리 잡지 시절의 여러 에피소드들, 해방 후 잡지 편집위원 등 문언권력 시기, 박정희와의 관계 등이 새롭게 밝혀졌다. ‘감정과 욕망의 아카이브’로서 최정희는 풍부한 개인적 감정과 사회를 향한 비판적 감정, 그리고 인정투쟁으로 점철된 삶을 구가해야 했을 정도의 강한 사회적 욕망들을 여러 작품에서 형상화 하였다. 개인적, 사회적, 계급적, 이데올로기적, 계몽 주체적 욕망들과, 여성, 문인, 연극인으로서의 감정들이 상호 교집합 하는 과정에서 젠더 우선성은 대 사회적 비판성으로 재현되었으며, 젠더가 지닌 이러한 ‘비판적 힘’들은 서술자의 젠더 또는 1인칭 기법 속에서 더욱 구체화 되어 리얼리티를 확보하였다. 이 책에서 시사하는 것은 친일의 변명이 아니다. ‘연구’는 ‘정치’가 아니기에 어느 하나에만 고착하여 중층성을 놓치고 대상의 진면목을 흐려버리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21세기는 명실상부한 다원적 민주주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다원화 사회에서는 어떤 ‘중심’적 범주만이 아니라 여러 범주가 다 가치를 갖기 때문에, 다양성을 기준 삼아 사고해야 한다. 이번 최정희의 복권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은 최정희의 복권에 등대와 같은 역할하며 세상에 새로운 최정희를 내보일 것이다. 여성작가연구총서, 그 시작을 알리며 해방직후부의 여성문학사 흐름을 조망해볼 수 있는 여성작가총서(전 30권) 시리즈가 소명출판사를 통해 선보인다. 30인의 여성문학계의 대표 연구자가 각각 대표적인 30인의 작가를 맡아 주요 활동시기를 중심으로 젠더 체험과 관련해 핵심 쟁점을 의제화하고 개성적인 표현의 미학을 살펴봄으로써 한국근대 문학사에서 부재처리되었던 여성문학의 역사를 가시화한다. 먼저, 최정희, 한말숙, 김승희의 연구서를 시작으로 이후 27권의 연구서들이 독자들과 만나게 될 예정이다. 여성 작가 연구의 문턱에서 많은 연구자들은 꽤 오랫동안 망설여왔다. 그간 ‘유일한 역사’로 국가, 민족, 계급, 이념 등과 관련한 가치의 체계를 존중하는데 익숙해 여성성은 역사의 대표적인 표상이 되지 못하는 주변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간 발간된 대부분의 문학선집이 대체로 학계의 권위 있는 학자들, 대부분 남성 교수들에 의해 편찬되고 있다는 점은 ‘정전(canon)’을 만드는 과정에서 젠더의 권력 관계가 개입해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품게 한다.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냉엄하고 재능있는 문학사가의 검시대에서 날렵한 해부의 대상이 된 적조차 없이 ‘기타 등등’으로 등록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야심 있는 연구자들에게 여성작가는 기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연구자들 역시 자신을 학자로 정체화하는 학위논문 작성 과정에서부터 여성작가를 부재처리하는(혹은 ‘왕따’시키는) 가부장적 학계의 풍토와 불가피하게 ‘공모’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기실 여성작가 혹은 여성문학은 저주받은 금기가 아니라 근대성, 부르주아 사회, 개인의 발견, 사생활의 탄생, 시민사회, 친밀한 감정의 세계, 육체와 욕망, 일상성 등 근대의 멘탈리티를 깊이 있게 규명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모더니티를 젠더와 관련해 읽는 일은 그다지 익숙하기 않지만, 기실 공사 영역이 분리되고 여성이 사생활 혁명을 주도할 전담자가 되면서 근대가 시작된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여성들은 모더니티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만하다. 이러한 판단을 증명하듯 여성작가들은 새로운 혁명의 파도를 맞아 때로 그것에 적극 환호하면서 혹은 회의를 표명하면서 근대성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녀들은 비록 주류 문단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지만 신문과 잡지 등 근대적 공론장에서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며 근대성을 협상해왔다. 그러므로 해방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는 여성 작가들이 남긴 글들은 우리 역사의 의미심장한 경험에 대한 유의미한 증언 혹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여성작가들은 놀라우리만치 많은 글들을 썼지만 온전히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어, 본 총서는 오래 전부터 기획되었지만 진행은 다소 더디게 이루어져왔다. 심지어 작가 연보마저 불확실한 경우도 많았다. 긴 시간에 걸쳐 공들여온 ‘여성작가연구총서’가 이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연구서와 함께 오래도록 갇혀있었던 말들이 튀어나와 싱싱한 언어의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부디 독자들이 여성작가들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려는 시도에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