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하루

남궁인
2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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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받아내며 사투를 벌이는 응급실의 의사 남궁인의 두번째 산문집이다. 생사가 갈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고민, 그리고 죽음이라는 '예정된 현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사회를 비추는 성찰을 담았다. 죽음은 모든 인간이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지만, 응급의학과 의사인 그에게 그 운명은 더욱 급박한 형태로 습격하듯 찾아온다. 도시가 잠든 깊은 밤, 각종 사건 사고, 혹은 급작스런 비극을 맞이한 이들이 도착하는 종착지가 바로 응급실이기 때문이다. 남궁인은 매일같이 의사로서 환자와 함께 이 운명을 대면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극적으로 생명을 다시 획득했고, 어떤 이들은 의료진의 온갖 노력 끝에도 결국 생의 마지막을 마주해야만 했다. 그처럼 생사가 거짓말처럼 오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지은이는 매번 심호흡을 가다듬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의사였지만 당연하게도 그 역시 인간이었다. 슬픔이 찾아오면 입술을 깨물고 이를 억지로 참는 인간, 비극 앞에 다만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는 인간, 그 마음속 깊은 곳의 한 '인간'을 이 책에 오롯이 담았다. 여느 환자와 다름없이 아파하고 외로워하고 자신의 결정이 옳았는지 끊임없이 되묻는 인간의 모습, 매일밤 극단을 오가느라 끝없는 피로에 시달리면서도 초인적인 힘으로 환자의 곁을 지키며 눈빛을 형형하게 빛내는 한 인간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감히 예정된 패배 앞에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모든 인간이란 존재의 아름다움을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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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죽음의 순간, 그 경계를 긋는 일 지독한 하루 기내 난동 사건을 마주하며 악마를 만나다 라포를 형성한다는 것 인턴 첫날의 일기 하나뿐인 신장 산 채로 불탄 일곱 명의 사내 그들이 사는 세상 질풍노도를 건너는 법 거기 119죠? 지진의 응답자들 ‘밭갈이’를 아시나요? 영민한 외과 인턴의 일 왜 하필 그곳은 양양이었을까 소방본부의 의사 죽음은 평등한가요? ‘매끄러운 뇌’를 가진 열한 살 아이 땡볕에 갇힌 아이 1미터의 경계 조각난 몸 중증외상센터의 현실 외로움 일기 만약은 없다 마지막 성탄절 에필로그: 정우철을 기억하며

Description

『만약은 없다』를 쓴 남궁인의 두번째 책! 삶과 죽음이 거짓말처럼 교차하는 그곳 인간의 목숨을 붙든 또다른 인간의 마음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슬픔과 두려움, 때로는 패배가 예정된 일일지라도 거기 맞서 싸우는 인간의 경이로움이 이 책에 엑스레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다” _요조(가수) 그의 하루는 지독하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가 지독하며, 죽음의 문턱까지 간 환자를 다시 삶의 영역으로 돌이켜야 하는 긴박한 과제가 지독하며,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을 떠나버린 환자와 이별하고 또 이별해야만 하는 일이 지독하다. 『지독한 하루』는 매일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받아내며 사투를 벌이는 응급실의 의사 남궁인의 두번째 산문집이다. 생사가 갈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고민, 그리고 죽음이라는 ‘예정된 현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사회를 비추는 성찰을 담았다. 죽음은 모든 인간이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지만, 응급의학과 의사인 그에게 그 운명은 더욱 급박한 형태로 습격하듯 찾아온다. 도시가 잠든 깊은 밤, 각종 사건 사고, 혹은 급작스런 비극을 맞이한 이들이 도착하는 종착지가 바로 응급실이기 때문이다. 남궁인은 매일같이 의사로서 환자와 함께 이 운명을 대면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극적으로 생명을 다시 획득했고, 어떤 이들은 의료진의 온갖 노력 끝에도 결국 생의 마지막을 마주해야만 했다.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마주한 의사라는 ‘인간’ '죄송합니다. 영면하세요, 부디.' 나는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끝없는 잠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235쪽) 그처럼 생사가 거짓말처럼 오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지은이는 매번 심호흡을 가다듬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의사였지만 당연하게도 그 역시 인간이었다. 슬픔이 찾아오면 입술을 깨물고 이를 억지로 참는 인간, 비극 앞에 다만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는 인간, 그 마음속 깊은 곳의 한 ‘인간’을 이 책에 오롯이 담았다. 여느 환자와 다름없이 아파하고 외로워하고 자신의 결정이 옳았는지 끊임없이 되묻는 인간의 모습, 매일밤 극단을 오가느라 끝없는 피로에 시달리면서도 초인적인 힘으로 환자의 곁을 지키며 눈빛을 형형하게 빛내는 한 인간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감히 예정된 패배 앞에서도 끝까지 저항하는 모든 인간이란 존재의 아름다움을 엿보게 된다. 한편, 에필로그 ‘정우철을 기억하며’에는 지은이와 같은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던 한 특별한 동료에 대한 이야기도 실렸다. 그는 외과 전문의가 되기를 꿈꾸며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던 동료였지만, 수련 일정을 마친 서른두 살의 나이에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하루아침에 의사에서 환자가 되었지만, 그 순간부터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의사, 환자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또다른 환우가 되어 남은 인생을 살다 갔고,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나는 모든 의학으로 밝혀낼 수 있는 죽음으로부터 사위어가는 생명을 끝까지 살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에게 심장에서부터 느껴지는 날카롭고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게 한 것, 또 그를 방치해서 사망 확률을 더 높인 것은 분명히 내 책임이다. (…) 이것은 필사적으로 피하고 싶은 괴로운 일이다. 순간 나는 모든 환자들이 나를 괴롭게 만들기 위해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괴로움을 감내하는 일이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었다. (19쪽) 팔, 다리, 신장, 뇌, 창자. 지켜내야 할 것이 너무 많았지만, 점차 긴장이 풀리며 강박과도 같은 피로가 쏟아졌다. 나는 머릿속에서 수액과 감압,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창자가 팽창한 연유를 강박적으로 떠올리며 피로에 맞섰다. 승압제를 조절하고 수액을 바꾸며 배를 눌러보기도 하고, 별 차이 없는 호흡기 세팅을 실시간으로 바꿔가며 버텼다. 하지만 상태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그냥 기적을 기다리며 갈구하는 사람 같았다. (231쪽) 우리는 TV 드라마에서 제 어머니나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곤 한다. 그들은 “왜 멀쩡하던 사람이 돌아가신 겁니까?” “과실이 있었던 것 아닙니까?”와 같은 말을 뱉어내며, 벼락처럼 떨어진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의사의 멱살을 잡아챌 기세로 울부짖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사망선고를 듣자마자 눈물을 삼키며 체념한다. 그것은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신뢰에서라기보다는, 인간의 생명이 어느 때건 끝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생명은 결국 유한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죽음에 관한 신뢰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232, 233쪽) 죽음은 평등한가?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또한 그는 이처럼 나약하고 언젠가는 죽고야 말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세상은 어떠해야 하는지 묻는다. 아슬아슬한 생명을 건져올리는 그의 눈에 이 세상은 여전히 불합리하다. 그가 응급실에서 가장 자주 보는 이들 중 하나가 119 대원이다. 그런데 불길에서 사람을 구해내고,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이들은 국민 안전에 직결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여전히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 소방관은 특정직 공무원이 아닌 지방직이기에 소방 조직은 전면적인 국가 관리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그들이 사는 세상」).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에는 아직도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는 중증외상센터가 턱없이 부족해 교통사고를 당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손도 못써보고 죽는 일이 여전히 허다하다(「중증외상센터의 현실」). 병원에서 접하게 된 아동 학대 사례(「악마를 만나다」), 희귀 질환을 앓는 안타까운 아이의 이야기(「‘매끄러운 뇌’를 가진 열한 살 아이」)도 세상을 향한 그의 따뜻한 관심에서 포착됐다. 법이라는 말을 뱉고 나도 조금 놀랐다. 법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릇된 어른들과 사회의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어떻게든 살아난다. 풀뿌리를 짓밟듯 발굽으로 짓이겨도 질긴 목숨은 결국 다시 싹을 틔운다. 이 어린 생명은 결국 상처가 선연하게 남은 몸으로 간신히 회복할 것 같았다. (62, 63쪽) 지극히 인간적이며 위트 넘치는 평범한 인턴들의 일상 한편, 이처럼 무거운 주제뿐 아니라 이 책에는 갓 의과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의학도가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어엿한 전문의가 되기까지 마주하게 되는 인간미 넘치는 일화도 많다. 그들은 외과 인턴을 거치며 수술 전, 발 빠르게 환자의 배꼽을 소독하는 ‘배꼽닦이’가 되기도 하고,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언제든 쿵쾅거리며 호출이 있으면 달려가는 기동력을 획득하기도 한다. 그런 시절을 지나 그도 의사가 되었다. 여전히 응급실 환경은 열악하다. 응급실을 찾은 취한 폭력배에게 이유 없이 싸다귀를 얻어맞은 일도 있다. 하지만 그는 환자의 소독된 환부가 온전하기만을 바라며 환자를 지켜야 했기에 저항하지 못했다. 아무리 지독한 피로가 강박처럼 몰려오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그의 꿈은 여전히 하나다. 언젠가 엘리베이터에서 잠시 보았던 의대 교수님이 그랬듯, 자신도 언제나 환자의 이마를 다정하게 짚어주며 몸보다 마음이 먼저 아프고 외로울 환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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