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란의 다카포

Horan and other · Essay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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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지콰이'의 보컬로 유명한, 또렷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자기 세계를 드러내온 뮤지션 호란의 에세이. '독서로 자유를 맛보고 음악으로 그 자유를 표현하는' 한 뮤지션의 이야기다. 33편의 서평과 음악에 관해 쓴 21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본문 삽화를 그렸다. 그간 '책 읽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의 진행자로, '맨즈헬스'의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온 그녀는, 이 책에서 책을 탐하는 애서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앤 페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 김영하의 <빛의 제국>, 아르토 파실린나의 <기발한 자살여행>을 비롯, 총 32권의 책에 대한 서평과 함께, 뮤지션으로서의 치열한 고민을 드러내는 글들이 실려 있다. 다카포, '처음으로 되돌아가 fine가 있는 곳까지 다시 연주한다'는 뜻의 도돌이표. 책의 제목처럼 호란은 오늘도 책으로 음악으로 회귀하며, 자기 삶을 되새김질한다. 한 마리의 요요한 나비, 호란의 개성은 책으로 생각을 정돈하며 그 생각을 재료삼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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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부 호란, 행간을 걷다 밑줄 긋는 책 / 펑 하고 산산조각 난 상식들 / 어릴 적 친구를 다시 만나듯, 오래전 좋아한 노래를 우연히 만나듯 / 달콤한 퇴행 / Undo, 삶의 끝에서 다시 찾은 삶 / 조금 다르지만 괜찮아 / 치열하게 삶을 붙들다 / 신포도를 흘기는 여우를 강요하지 마라 / 나를 이 폭력적인 이분법의 세계에 살게 하지 말아요/눈뜬 장님, 눈먼 장님, 그리고 진실로 눈을 뜬 자들에 대하여 / 우주에선 뭐든지 가능하다니까! / 인생 만세! / 언더그라운드, 흰 살 아래 시뻘건 근육 같은 / 마음껏 불온하라 / 누구나 적어도 한번은 고슴도치가 된다 /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 / 기억의 로맨틱한 허구성 / 회색빛 폐소공포증 / 섹시한 세종 / 가끔은 페로몬 샤워를 해줘야 돼! / 인간에게 다부다처제를 허하.. 할까? / 어쨌든 나는 서른이 되었다 / #호란의 책장 2부 호란, 선율 속을 걷다 우리는 오늘도 낙원에 간다 / 날카로운 첫가사의 추억 / 열정을 염가판매합니다 / 이미지와 진실 / 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다른 음악을 듣고 다른 노래를 하고 있을 것이다 / 뒷북을 울려라 둥둥둥! / Oh my love! / 사실은 지겨워서 해보지도 않고서 사실은 귀찮아서 해본 척만 하며 지냈지 / 아 다르고 어 다르다 / 벨소리 유감/악필 주제에 붓 타령 / 내 인생에 비지엠BGM 따위는 없기를 / 파티 판타지 / 안녕하세요, 이바디입니다 / 결혼도 공연처럼 / #호란의 쥬크박스 3부 호란에 관한 일곱 가지 수다 이기적인 이별 선언문-하지현 / 같이 느끼는 즐거움-금태섭 / 한 유디트의 레퍼토리-이승열 / 나나, 야누스, 팜므파탈?-배영준 / 굳세어라 미스 황!-전수영 / 내 어머니 / 빈티지의 아름다움 / #호란의 방

Description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에 접속하는 뮤지션 호란의 첫 산문집 그룹 '클래지콰이'의 보컬이자 '파워인터뷰' 고정패널, '책 읽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 진행자, '맨즈헬스'의 북 칼럼니스트까지 가수 호란의 이력은 다채롭다. 노래만큼이나 말과 글로 팬들의 사랑을 받은 호란. 그녀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와 로알드 달의 『맛』 등의 서평을 발표하는가 하면, 자신의 ‘우상’인 허영만 화백과의 인터뷰 역시 매끄럽게 진행한 전력이 있다. 가히 전방위 뮤지션이라 할 만한 호란의 첫 산문집은 매체에서 보여주던 당당한 모습의 이면을 잘 드러낸다. 정신없이 바빠도 한 달에 책 2~3권씩은 반드시 읽는 ‘애서가’ 호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사는 ‘뮤지션’ 호란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 이 책에서, 독자는 책으로 자유를 맛보고 음악으로 자유를 표현하는 경쾌한 리듬과 만날 수 있다. 이는 자기 언어를 가진 뮤지션을 찾기 힘든 우리 현실에서 무척 드문,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이다. 호란은 읽고 노래한다, 고로 존재한다 ―33편의 서평과 21편의 음악글 호란의 눈은 책을 받아 들 때 가장 반짝인다. 그녀는 첫 번째 글에서 “나의 책 읽기는 언제나 새롭기를 원한다. 적어도 책 읽는 중에 형성되는 고요한 결계結界를 어지럽히는 쓸데없는 참견쟁이들은 없기를 원한다”며 독서가 자신만의 가장 내밀한 행위임을 선언한다. 앤 페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 외 총 32권의 책에 대해 쓴 서평들은 예사롭지 않다. 김영하의 『빛의 제국』에 대해서는 작가를 ‘호들갑스럽지 않게 소심하지도 않게 현실을 그대로 비춰내는 자기 얼굴 같은 문체를 가진 소설가’라 평하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앞에서는 “‘숭고하다는 표현이 따분하고 답답한 언어로 전락한 오늘날에도 어쩔 수 없이 숭고하다”며 감동해 마지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작가의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착한 독자가 아니다. 호란은 책 속의 메시지를 탁구선수처럼 끊임없이 자기 스타일로 토스하며, 그녀를 둘러싼 현실―무력하기만 한 20대,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 여성성의 강요 등―에 대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자의식으로 충만한 호란에게, 요즘 유행하는 ‘칙릿chick-lit’ 소설들은 30대 여성에게 소녀만을 강요해서 껄끄럽기만 하고, 적당히 묻어가는 한국사회의 집단주의는 달갑지 않다. “애당초 30대 여성의 소설을 엮으며 『걸』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도 껄끄럽다. 일견 이 제목은 30대 여성의 가슴에도 소녀는 있다, 30대도 역시 젊고 감수성 예민한 여성이라고 긍정해주는 듯하지만 ‘멋지고 당당한’ 30대 여성이 어째서 소녀를 추구해야만 한다는 건가? 왜 그녀들은 더 이상 소녀가 아님을, 더 이상 하늘하늘한 옷을 입을 수 없음을 한탄하며 자기보다 어린 여자들을 질투하며 깎아내린다는 건가? _ 51쪽 하지만 이런 날선 비판이 불편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녀의 성찰이 자기 자신을 피해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음악 활동을 주저 없이 도마 위에 올려놓고 응시하는 대목은 그 솔직함이 빛을 발한다. 그녀는 문화 상품 ‘호란’과 자기세계를 가진 뮤지션 ‘호란’ 사이의 갈등을 토로하기도 하고 자신이 가짜 뿔을 단 유니콘처럼 ‘가짜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기도 하는 것이다. 함민복 시인은 ‘시집 삼천 원’과 ‘국밥 삼천 원’의 가치를 가늠한다. 하지만 그건 소설가 김훈의 말에 따르면 그가 “가난과 불우가 그의 생애를 마구 짓밟고 지나가도 몸을 다 내주면서 뒤통수를 긁는 사람”이라서 그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흔치 않다. 그러니 나같이 평범한 피에로는 그냥 계속 울면서 광고하고 다니는 수밖에. 열정을 염가판매합니다! 열정을 염가판매합니다!_139쪽 물론 음악의 이데아에 가 닿고 싶은 욕심 역시 보름달처럼 빵빵하다. 멜로디에 착 감겨드는 가사를 찾기 위해 며칠 밤을 전전긍긍하고 화선지에 먹이 스미듯 노래에 빠져드는 그녀의 모습은, 음악을 연인처럼 갈구하는 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열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늘 완성된 곡의 가사를 다시 한 번 작게 흥얼거린다. 아, 어쩌다 나왔는지 이번 가사는 참 마음에 든다. 역시, 이런 표현은 영어로는 무리지. 이렇게 선명한 씬scene을 그려낼 수 있는 언어가 우리말 말고 또 있겠어. 절묘해, 절묘해. 다음 가사는 언제까지 완성해야 했더라? 언제가 됐든, 이번 미션도 성공했으니 다음엔 더 수월할 게 틀림없다. 문득, 영어로 5분 만에 써내려 갔던 가이드 가사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저런 빈약한 표현들로 이 좋은 멜로디를 낭비했어봐. 안될 말이지.”_166쪽 아픔과 성장 모두가 담긴 가장 사적인 고백 이목을 잡아끄는 외모에 매력적인 목소리, 유려한 말솜씨, 게다가 유복한 환경까지(호란은 대원외고와 연대 심리학과를 졸업했으며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의사다) 언뜻 보기에 그녀는 신의 축복을 독점한,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는 어느 인터뷰에서 본인이 누려온 유복한 환경의 한계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신의 가치관이 어느 틀 안에 있을 뿐이며, 편협한 10대 시절이 내내 자신을 옭아매는 것 같다”고. 하지만 그런 겸손과는 달리 그녀에게도 겉모습만으로 짐작할 수 없는 녹록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다. 어느 해 여름,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던 그녀의 어머니에게 일어났던 사건은 독자들의 마음마저 저릿하게 만든다. 어느 해 여름 놀러간 바닷가에서 한 떼의 남자애들이, 엄마와 엄마를 부축하고 있는 나를 보고 떠들썩하니 소란을 피우고 갔을 때 나는 그 소란의 의미를 이해하지조차 못했다. 그때, 어머니는 내게 물었다. 부끄럽지 않느냐고. 왜 부끄러워야 하느냐고 되물은 건 내가 무지하게 착한 아이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부끄러움을 내게 알려주지 않은, 아니 아예 부끄러움의 기미조차 가지지 않았던 어머니의 강함 때문이다. ……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보아온 나의 하나뿐인 어머니는 그 누구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강하다. 자신이 가진 빛으로 자가발전을 하고도 남아서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기 바쁘다._200쪽 호란의 이야기가 우리와 공명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편견 없는 시선과 주눅 들지 않고 우리의 상식에 반문하는 당당함 때문이다. 가족사뿐 아니라 여성독자들의 경험과 맞닿아 있을 법한 연애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한때 자신을 폭풍 같은 정념에 휩싸이게 했던 그 시절을 지금은 천천히 돌아보며 당시 내면의 욕망을 솔직히 토로하고 있다. 나 역시도 한때는 ‘나쁜남자 콤플렉스’에 휩싸여, 나를 괴롭히는 성실하지 못한 연인에게 목을 맨 적이 있다. 매일매일 일기를 써가며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자. 저 사람은 내일이면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할 테니까’라고 하루하루 마지막 날처럼 지냈던 그 말도 안 되는 시간들. 그 당시에는 스스로,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임에도 너무나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그 모든 아픔들은 감수하는 짙고 짙은 사랑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비극 속에 잠겨 있는 그 상태를 내가 전혀 즐기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_155 즐거운 인생을 위해 다시 한 번 다카포! 다카포, ‘처음으로 되돌아가 fine가 있는 곳까지 다시 연주한다’는 뜻의 도돌이표. 책의 제목처럼 호란은 오늘도 책으로 음악으로 회귀하며, 자기 삶을 되새김질한다. 한 마리의 요요한 나비, 호란의 개성은 책으로 생각을 정돈하며 그 생각을 재료삼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이러한 호란의 여정을 엿보는 것은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비추고픈 욕망을 가진 모든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일 것이다. 문학적일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또렷하게 표현하는 그녀의 문체도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