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그동안 너무
마음 바깥에 머물렀던 이들에게
한 문화 센터에 동시를 읽고 쓰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이준관 시인의 「민우의 여름 방학」이라는 시를 함께 읽었죠.
-여름방학에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온 민우
풀밭에서 뒹굴며 놀면서 온몸에 풀물이 들어요.
풀밭에서 달리다 넘어져도
풀처럼 다시 일어나 풀풀풀 달려가요.
시를 읽고 나자 한 50대 수강생이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지금 풀 냄새 가득한 고향을 떠나 어디서 뭘 하면서 살고 있는 건가….”
늦은 저녁 일터를 떠나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혹은 아침에 정신없이 전철역을 향해 뛰어가다 문득,
‘대체 내가 어디서 뭘 하며 살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한동안 너무 마음 바깥에 머물렀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길을 잃은 이들을 향해 울리는
등대의 무적霧笛 소리가 되어
당신의 마음으로 되돌아가는 길,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는 그 시작점을 알려주는 등대의 불빛과 같은 책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바다 위를 떠도는 배들을 향해 무적霧笛을 울리는 등대지기의 마음과 같은 책입니다.
천창天窓 가득 빛나는 별을 보며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와, 달력 위에 적힌 그리운 이와의 약속과, 마을버스 바닥에 뒹구는 노란 낙엽과…. 시인은 섬세한 눈길로 그 작은 것들 속에 숨겨진 반짝이는 의미들을 찾아갑니다. 그 길에서 그녀는 더운 줄도 모르고 어제 본 선생님이 또 보고 싶어 달음질치는 한 아이를 만나고, 어린 시절 배불리 먹지 못한 기억에 매번 자두를 한 상자씩 사는 이와 마주치며, 어느 여행에서 들었던 안내 방송 목소리에 매혹된 나머지 그 기차역을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여행자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토록 좋아하는 구름을 바라보다 우주 정거장에서 피자를 만들어 먹는 우주비행사를 떠올리고, 그 생각이 저 멀리 칠레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에 다다르면 이내 비를 부르는 사막의 구름은 ‘꽃을 예고 받는 일’이라는 것을 나지막이 일러 주기도 합니다.
제자리걸음은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인의 목소리는 때론 어제와 같은 오늘에 지친 이들의 등을 조용히 토닥거리기도 합니다.
자신만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아 괴로워하는 이에게 시인은 그것이 오히려 성숙한 이가 지니는 삶의 태도임을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무작정 앞으로만 나가는 것은 아이나 치매에 걸린 노인처럼 어리거나 미성숙한 존재들의 특징이라고, 자신이 선 자리에 머물며 여기가 어딘지, 내가 지금 어딜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자꾸 되돌아보는 것이 삶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라고 알려주는 겁니다.
양치컵만 한 인간관계에 지쳐 괴로워하는 이들에게도 시인은 따뜻한 조언을 건넵니다. 만나기만 하면 기운이 빠지는 친구, 나의 가장 좋은 모습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관계라면 그런 만남은 차라리 그만 두는 게 낫다는 이야기에 어느덧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들이 하나둘 아물어 갑니다.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엔 약 80편의 길고 짧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 작은 이야기들 곳곳에,
아마도
당신이 잊고 있던 마음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