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청소년 한 명, 한 명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쓴 시 교과서 수록 시인 복효근의 첫 청소년시집 『운동장 편지』는 청소년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처럼 쓴 시 60편을 모은 청소년 시집이다. 친구가 건네준 붕어빵의 온기,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두근거리며 설레는 마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달라지는 내 몸, 꼭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 밉기도 좋기도 한 선생님, 가끔은 버거운 부모님의 사랑 등을 소재로 한 시들은 청소년들의 일상에서 출발해 그들의 속말에 다가선다. 『운동장 편지』에서는 시인의 따뜻한 눈길이 머문 열여섯, 열여덟의 빛나는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청소년들은 복효근 시인을 교과서에서 먼저 만났다. 그의 작품 「안개꽃」(교학사 중학교 국어), 「버팀목에 대하여」(창비 문학), 「잔디에게 덜 미안한 날」(비상 문학) 등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동장 편지』는 그런 복효근 시인이 청소년 틈에서, 청소년의 눈높이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그의 첫 청소년시집이다. 『운동장 편지』는 ‘창비청소년시선’ 다섯 번째 권이다. 애틋한 마음으로 청소년 한 명, 한 명의 속말에 귀 기울이는 시간 『운동장 편지』는 하늘보다 높은 꿈과 바닥보다 낮은 삶 사이에서 살아가는 십 대들 이야기다. 친구와 슬리퍼를 한 짝씩 바꿔 신고, 체육관 지붕에다 체육복을 던진다. 이유를 댈 수 없는 별난 짓만 골라서 하는 것처럼 보인다. 슬리퍼를 한 짝씩 바꿔 신으면 둘이 하나가 되어 온 세상이 우리 것 같아진다는 것을, 지붕 따윈 너무 낮아 구름 정도는 타고 올라가야 우리 마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어른들은 모른다. 시인의 시선은 하늘보다 높은 꿈과 바닥보다 낮은 일상의 차이를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시집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어쩌지 못하는 그 간극 속에서도 친구와 따스한 마음을 나누고,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는 가슴 벅찬 바람을 토하고, 뭐든 공부로 몰고 가는 현실을 당당한 목소리로 비판한다. 아이들의 가슴에서 나오는 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꾹꾹 속으로만 할 말을 눌러 담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넬 것이다. “하루 여덟 시간을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어른들은 모르는 우리들만의 일상 뒤집기 “하면 된다.”는 학급 생활 목표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죽었다 깨나도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이라면 안 해 본 게 없는 비정규직 우리 아빠가 무엇을 안 해서 부자가 못 되었을까요? 맨날 꼴찌인 제가 한다고, 한다고 하면 일등이 될 수 있을까요? ― 「이의 있습니다」 부분(32쪽) 「이의 있습니다」, 「우리가 시험을 치르는 동안」(62쪽), 「자리 바꾸기」(68쪽), 「주제에」(78쪽) 등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어른들에게 자리를 한번 바꿔 보자고 제안한다. 정말 하면 다 되느냐고, 우리가 화장을 하면 어떤 큰일이 나느냐고, 하루 여덟 시간을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고 묻는다. 잘 생각해 보면 청소년들이 선크림 좀 바르고, 입술 좀 짙게 칠한다고 큰일이 나진 않는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의 규정을 뒤집었을 때 만나는 진실들은 이 시집을 읽는 어른들에게는 가슴 뜨끔함을, 청소년들에게는 속 시원한 청량감을 안길 것이다. “오늘도 나에겐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는 너, 너랑 말이야.” 한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는 첫사랑의 설렘 『운동장 편지』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은 봄비 맞은 새싹처럼 풋풋하다. 눈 내린 다음 날 새벽같이 학교로 달려가 운동장에 편지를 쓰는가 하면(「운동장 편지」, 11쪽), 짝사랑하는 친구가 같이 우산을 쓰자고 다가왔을 때 얼떨결에 “됐어.”라고 말하고는 후회막심이다(「그게 아니었는데」, 42쪽). 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너’라면 손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열다섯」, 44쪽). 대각선에 앉은 친구의 콧날이 그리는 35도 각도를 따라 빗금을 그리는 애틋함도 빼놓을 수 없다(「짝사랑의 각도」, 52쪽). “좁은 틈에서도 끈질기게, 작아도 당당한 제비꽃처럼” 청소년들에게 띄우는 위로와 희망의 편지 『운동장 편지』에 실린 60편의 시 중에 어느 한 편도 혼자인 시는 없다. 질풍노도의 한가운데 선 ‘나’에게는 따뜻한 붕어빵을 건네주는 친구가, 차가운 콘크리트 틈을 뚫고 핀 제비꽃 사진을 내미는 선생님이(「제비꽃 종례」, 20쪽), 서로에게 희망이 되는 가족이 있다(「나 하나 때문에」, 84쪽). 이 시들은 청소년들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붕어빵의 따뜻한 온기로 전해지는 다정한 위로는 무엇 하나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현실을 견딜 수 있는 희망이 될 것이다. 종례 시간에 선생님은 우리 반 단체 카톡에 사진 한 장을 올리셨다. “좁은 틈에서도 끈질기게, 작아도 당당한 제비꽃처럼” 메시지와 함께 학교 진입로 아스콘 바닥 갈라진 틈 나란히 핀 제비꽃 몇 송이 찍어 오셨단다. 집에 가는 길에 반드시 그 자리를 찾아서 유심히 보고 가라는 게 종례 사항이다. 외톨이 진욱이가 제비꽃 앞에서 오래 서 있던 것을 나는 보았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엄마 아빠 얼굴도 모른다는 진욱이는 알고 있었을까 선생님이 창문가에서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 「제비꽃 종례」 전문(20쪽) ▶ ‘창비청소년시선’ 소개 ‘창비청소년시선’은 전문 시인이 쓴 청소년시를 발굴하고 정선해 내는 본격 청소년시 시리즈이다. 3월 25일 동시 출간된 『대단한 놈들이다』(채지원), 『운동장 편지』(복효근)까지 총 5권의 ‘창비청소년시선’이 나왔다. 앞으로도 ‘창비청소년시선’은 청소년시의 다양한 폭과 깊이를 가늠하며 청소년들 곁을 지키는 위로와 응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