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패치워크를 한 장 한 장 이어 붙이듯이 단어를 정성스럽게 연결해 나간 소설!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원작자로 유명한 오가와 요코의 소설 『슈거 타임』이 (주)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문학수첩에서 기획한 오가와 요코 시리즈 중 『슈거 타임』은 『미나의 행진』 『약지의 표본』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이다. 오가와 요코의 초기 작품 『슈거 타임』에서는 패치워크를 한 장 한 장 이어 붙이듯이 단어를 정성스레 연결해 나간 흔적들을 페이지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문장 전체의 균형을 생각해 하나의 문장 또는 하나의 단락을 한 단위로 삼아 흐르듯이 저술하는데, 오가와 요코는 단어를 단위로 삼아 단어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인식해야 한다. 『슈거 타임』은 이렇게 완성된 작품이며, 정성스럽고도 정교하게 쌓아 올린 예술품과도 같은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살아 있다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슬픔을 도려내 표현한 소설 원인불명의 식욕에 시달리며 먹었던 먹은 모든 음식을 기록하는 일기는 쓰는 카오루. 카오루가 이렇게 기묘한 병에 걸린 이유는 '원인불명'인 채 이야기는 전개된다. 과식의 내용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려면 간단할 수도 있겠지만(아르바이트로 인해 식습관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든지, 성장이 멈춘 남동생 때문에 반대 심리로 음식을 섭취해 자신의 정상성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라든지), 오가와 요코의 소설 세계는 그처럼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것을 애써 피하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이 걸린 병의 원인을 굳이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담담하게 서술되는 주인공의 평범한 생활 속에서 애인인 요시다가 성불구자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사실 자체도 그녀에게는 어떤 중요성도 갖지 않는다. 어쨌든 「원인→결과」라는 도식적인 분석은 철저하게 거부당하고 있다. '원인불명'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저마다의 「원인불명」은, 실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준비된 것이었다. 『슈거 타임』은 신비한 감각을 멋지게 그려 낸 오가와 요코 초기 작품의 집대성이다. 오가와 요코의 소설은 경직되지 않으면서도 독자를 힘껏 끌어당기는 매력으로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녀의 작품에는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 있지 않으며, 은은하고 산뜻하며 아름답다. 그녀의 여타 작품이 그러하듯, 섭리에 어긋나지 않는 세계관과 삶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돋보이게 하는 『슈거 타임』은 3~40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대학생 및 중고등학생들에게는 같은 또래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세대에게 두루두루 읽힐 수 있는 수작이다. 청춘이 찬란하게 빛날 때의 짧은 시절은 마치 설탕 과자처럼 달콤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녹아 버린다. 『슈거 타임』은 슬픔조차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청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