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황인찬 · Poem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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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인 다양한 방법론을 지워버리는 방법론을 지닌 희귀한 시인”(김행숙)이라는 평과 함께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로 한국 시단에 새로운 언어를 선물한 황인찬. 이후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등을 통해 그 누구와도 다른 감각으로 한국 시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된 황인찬의 신작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시들이 전부 미쳤구나 싶게 근사하다”(황인숙)라는 평을 이끌어낼 만큼 탁월한 감각으로 빛나는 현대문학상 수상작 「이미지 사진」을 포함해 6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일상적 제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화詩化하는 황인찬은 우리 주변에 놓인 사물이나 사건들을 보고 섣불리 안다고 말하지 않고, 쉽사리 단정하지 않은 채, 그 모르겠는 것들에 신중하게 하나둘 이름을 부여하(기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시를 써나간다. 그는 ‘이게 내 마음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고 말한다. ‘사랑이다’라고 말하는 대신에 그는 “그걸 사랑이라 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없는 저녁」)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빛의 언어로 충만한 황인찬의 시에는 명백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름답지 않지 않은 역설적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그의 시는 전승민 평론가의 말처럼 “사실상 그것이 품고 있는 서정을 내파하는 시인의 메타적인 자의식과 재현이 침투된 ‘새로운 서정시’”(해설에서)라 할 만하다. 시를 읽는 우리는 황인찬이 그려 보이는 세계의 모습을 보며 자주 혼란에 빠질 것이다. 마치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놀라는 순간에도// 그 여름은 뭐였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인화」)는 시인처럼, 우리 또한 그의 시에서 느낀 아름다움은, 그리고 마음들은 무엇이었을지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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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함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함/ 학교를 안 갔어/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 밝은 방/ 이미지 사진/ 그 해 구하기/ 인간의 기쁨/ 마음/ 받아쓰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데스 드랍/ 무령/ 흰 배처럼 텅 비어/ 산비둘기/ 고요의 풍속은 영/ 인화/ 장미는 눈도 없이/ 공자의 겨울 산/ 내가 노래를 관둬도/ 미래 빌리기 2부 당신 영혼의 소실 빛의 용사 전설/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당신 영혼의 소실/ 발명/ 단속과 정복/ 잃어버린 정신을 찾아서/ 음애/ 우주 세기의 돌돌이/ 봄의 반/ 개완/ 퇴적해안/ 호프는 독일어지만 호프집은 한국어다/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나/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거두지도 않고/ 철거비계/ 금과 은/ 드워핑/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증오/ 하해/ 미술관에 갔어/ 중계/ 할머니가 나오는 꿈/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3부 당신의 어둠이 당신의 존재와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지는군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바지를 입은 사람은 바지를 입고 떠난다/ 벽해/ 공원을 떠났어/ 겨울빛/ 흐리고 흰 빛 아래 우리는 잠시/ 구자불성/ 명경지수/ 공리가 나오는 영화/ 자율주행의 시/ 외투는 모직 신발은 피혁/ 그릇 없어요/ 내가 아는 모든 것/ 없는 저녁/ 리스토어/ 믿음으로 하나 되어/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서/ 느린 사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해설| 그렇다면 이것을 나의 영원이라고 하자 | 전승민(문학평론가)

Description

“삶도 사랑도 그렇게 근거 없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명명됨에서 비롯되는 마음들 불합리한 세계 속에서도 근거 없이 지속되는 사랑 황인찬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서정 제66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이미지 사진」 수록 “예술적인 다양한 방법론을 지워버리는 방법론을 지닌 희귀한 시인”(김행숙)이라는 평과 함께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로 한국 시단에 새로운 언어를 선물한 황인찬. 이후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등을 통해 그 누구와도 다른 감각으로 한국 시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된 황인찬의 신작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시들이 전부 미쳤구나 싶게 근사하다”(황인숙)라는 평을 이끌어낼 만큼 탁월한 감각으로 빛나는 현대문학상 수상작 「이미지 사진」을 포함해 6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일상적 제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화詩化하는 황인찬은 우리 주변에 놓인 사물이나 사건들을 보고 섣불리 안다고 말하지 않고, 쉽사리 단정하지 않은 채, 그 모르겠는 것들에 신중하게 하나둘 이름을 부여하(기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시를 써나간다. 그는 ‘이게 내 마음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고 말한다. ‘사랑이다’라고 말하는 대신에 그는 “그걸 사랑이라 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없는 저녁」)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빛의 언어로 충만한 황인찬의 시에는 명백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름답지 않지 않은 역설적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그의 시는 전승민 평론가의 말처럼 “사실상 그것이 품고 있는 서정을 내파하는 시인의 메타적인 자의식과 재현이 침투된 ‘새로운 서정시’”(해설에서)라 할 만하다. 시를 읽는 우리는 황인찬이 그려 보이는 세계의 모습을 보며 자주 혼란에 빠질 것이다. 마치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놀라는 순간에도// 그 여름은 뭐였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인화」)는 시인처럼, 우리 또한 그의 시에서 느낀 아름다움은, 그리고 마음들은 무엇이었을지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속에 남아 고정되고 기억 속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이미지들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사랑하고 너무 좋다고 생각하며 너무 좋아하면서 언젠가 누군가와 남도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할 때 거기 정말 좋았어요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말하게 되는 그 순간에 아름다움이 만들어지는 것이겠지 _「아는 사람은 다 아는」에서 어쩌면 황인찬에게 시를 쓰는 일은 결국 커다란 의미에서의 이름 붙이기일지도 모르겠다. 현상과 사물을 바라보며 그것에 시라는 언어로 이름을 붙이는 일. 세계는 그에게 해석하는 곳이 아니라 인식하는 곳, 명명하는 곳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말하게 되는 순간에”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재인식을 통해 우리의 경험은 실체로서 재생성되는 것이다. 그의 시에는 빛과 사진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것도 그러한 재인식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의 시에서 빛과 초록, 여름과 기쁨 등 찬란한 것들은 대부분 과거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이 시집의 문을 여는 첫 시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함」을 보자.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하자/ 학교에서 봐”가 전문인 이 짧은 시는 이 시집 전체의 정서를 예고하고 있다. 그의 시에서 ‘학교’는 주로 공간이 아니라 시간으로서 존재하는데, 그래서 그는 ‘학교’라는 단어를 통해 한순간에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과거 속 ‘내일’ 이전의 어떤 시간으로 우리를 소환한다. 이 시의 전문을 우리도 한 번쯤은, 어쩌면 무수히 많이 발화했을 것이므로,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그 시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시집을 읽다보면 우리는 황인찬의 시에서 학교란 단지 아스라한 빛으로 감싸인 노스탤지어의 공간이 아니라 기쁨과 아픔이 모두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시인은 그러한 공간을 그 모습 그대로 그리는 대신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일련의 시들을 통해 폭력과 사랑이 공존하는 그 공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인식한다. “당신의 시에는 현실이 없군요/ 현실에는 당신이 없는데요//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흰 빛뿐이지만/ 그 이상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지만”(「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과 같은 부분에서 느껴지는 전환의 노력을 통해 ‘폭력 (그리고) 사랑’은 ‘폭력 (그럼에도) 사랑’에 가깝게 실체화된다. 그렇다면 시인은 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대신 그것을 재실체화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의 개별적 의지가 아니라 그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는 곳이어서가 아닐까. 그것은 그의 재인식 작업의 대상이 학교에서 세계로 확장되는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황인찬의 시 속에서 화자의 경험은 여러 방식으로 재인식되는데, 그 과정을 통해 실체화되는 것은 주로 기쁨, 사랑, 아름다움 등이다. 그의 그러한 재인식은 인간에게 친절하지 않은 세계를 그럼에도 사랑하기 위한 ‘능동적 체념’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나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라는 화자의 말은 기쁨과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일종의 다짐이 된다. 세계가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닌,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또는 사랑하기로 해서 사랑하는 것. 자신이 속한 세계에 자신의 방식으로 이름을 붙이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서의 다짐. 어쩌면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는, 황인찬의 시를 읽는 이유는 그것일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세계를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인식하고 실체화하기 위해.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에서 서정을 발견해내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부조리 속에서도 서정을 발견해내는 황인찬이라는 필터를 통해 세계를 한 번쯤 바라보기 위해. 시인은 이 시집에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시 속에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 이 시집을 집어들기로 하는 것도 일종의 다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다짐을 통해 우리의 세계는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다. ◎ 황인찬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는 『사랑을 위한 되풀이』 이후 4년 만에 출간하는 정규(?) 시집이죠. 이번 시집을 내는 소회가 궁금합니다. 시집을 내는 일은 항상 조금은 부끄럽고 어색한 일입니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군요. 이번 시집은 이전의 시집들보다도 더 부끄럽고 어색한 기분입니다. 지난 4년을 참 정신없이 보낸 까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팬데믹을 통과하기도 했고, 몇 가지 슬픈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저’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라고 말하고 싶은 그 마음이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해, 제가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Q2. 이런 질문은 조금 이상하겠지만 왠지 시인님께는 여쭤보고 싶어집니다. 시는 어떻게 쓰시나요? 시를 쓰기 전까지는 시를 쓰는 방법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시를 쓰는 동안에는 그 알던 방법을 모두 잊어버리는 것이 시쓰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시를 쓰는 과정 대신, 시가 어떻게 출발하는지 말씀을 드리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무심코 들려온 말, 갑자기 떠오른 말들, 그런 말들을 메모장에 적어두는 데서부터 저의 시쓰기는 시작됩니다. 하나의 말이 다시 다음 문장들을 떠오르게 하고, 어떤 장면을 떠오르게 하고, 그즈음부터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한 상태에 들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는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할 때, 그 시쓰기는 끝이 납니다. Q3. 독자들마다 이 시집을 읽으며 느끼는 정서가 조금씩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어떤 그리움과 잔잔한 분노와 애정과 체념을 느꼈어요. 제목과 연관이 되는 질문이면서 조금 사적인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요, 평소 자연인 황인찬을 이루고 있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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