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노가다 #공사장 #건설노동자 #청년목수 #형틀목수 #철근공 #잡부 #인력사무소 #외국인노동자 #여성노동자 “노가다가 뭐 어때서!” 어느덧 청년 목수의 유쾌 상쾌 노가다 판 뒤집기 ‘근로자’가 아니라 차라리 ‘노가다꾼’이라고 불러달라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한답시고 노가다 판에 호기롭게 뛰어들었습니다. 어느 새벽, 조심스레 인력사무소의 문을 두드린 그는 앞으로 맞닥뜨릴 새로운 세계를 직감했을까요? ‘인생의 막장’이라고만 여겼을 뿐, 자신의 업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세계에서 그는 뜻밖의 경험을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괴롭히던 고통을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피부를 타고 흐르는 땀은 무엇보다 정직하니까요. 여기 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공사장 잡부로 일하다가 어엿한 목수가 되기까지, 한 청년이 현장에서 겪은 일들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습니다. 중력을 이겨내고 압력과 싸우는 나날을 ‘청년’ 특유의 발칙함과 ‘목수’ 특유의 꼼꼼함으로 엮었습니다. 삶이 조금이라도 지루하다거나, 무언가 막힌 듯 가슴이 답답하다면, 현장을 생생하고 발랄하게 기록한 청년 목수의 이 책이 ‘바라시’(해체)해줄 겁니다. “노가다 판에서도 가끔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한다. 땀 뻘뻘 흘리며 종일 몸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무념무상에 든다. 그럴 때면 겉치레 다 걷어내고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그런 날,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씻고 침대에 누우면 뭐랄까. 침대에서 5센티미터쯤 둥둥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가볍고 산뜻하고 유쾌해지는 기분이랄까.” _<땀은 정직하다> 가운데 노가다꾼 송씨의 일일 넥워머를 입고 각반을 찬다. 못주머니를 두르고 카우보이처럼 망치를 쓱 빼본다. 안전화를 신고 선글라스와 안전모를 쓴다. X자 안전벨트를 걸치고는 작업용 장갑을 바짝 당겨 손가락을 한번 움직인다. 어지럽게 널브러진 자재 위로 소음과 먼지와 욕설이 뒤엉킬 눈앞에 풍경이 펼쳐진다. 현장이 열린다. ‘노가다꾼’의 아침 풍경입니다. ‘데마’(일거리가 없어 쉬는 날) 맞은 날이 아니면, 새벽 5시에 일어나 눈꼽만 떼고 현장으로 향합니다. 6시에 출근해 아침밥을 먹습니다. 7시에 일을 시작해 몸에 열기가 돌면 9시 참 시간이 됩니다. 참 먹고 일하다 보면 어느새 11시 반, 대충 작업복을 털면서 함바집으로 향합니다. 점심 먹을 때가 되었으니까요. 밥을 빠르게 ‘흡입’하고 1시까지 휴식합니다. 그렇게 오후 일과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3시가 되면 또 참 시간이 됩니다. 참 먹고 일하다 보면 4시 반, 하던 일을 정리하고 5시에 퇴근합니다. 어떤가요? 매력적인가요? 땀으로 범벅된 몸을 깨끗하게 씻어낼 때의 느낌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입니다. 지은이는, 주방 삼촌이 셰프로 불리고 딴따라가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동안에도, 여지껏 조롱과 멸시의 대상인 ‘노가다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제안합니다. 노가다꾼으로 살아가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푸하하. 이 자식 이거 드디어 ‘작업풍’ 걸렸구만. 너 목수가 하루에 망치질 몇 번 할 거 같냐? … 원래, 목수 일 처음 시작하면 손목이 미친 듯이 아파. 그걸 작업풍이라고 해. 누구나 한 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좀 아프다 괜찮아질 거여. 정 아프면 진통제 먹고 며칠 쉬든가. 그래 봤자 또 아플 테지만. 푸하하. 어쨌든 너도 이제 목수가 됐다는 증거니까 기쁘게 받아들이거라.” _<불쌍한 손목, 주인 잘못 만나 이게 뭔 고생이니> 가운데 생기발랄한 현장 이야기: 잡부에서 기공까지 건설 현장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습니다. 건축 공정에 따라 제각기 맡은 일을 충실히 해냅니다. 처음 인력사무소에 발을 들인 지은이는 현장 잡부로 일하면서 여러 공정을 두루 겪었습니다. 목수 밑에서 일할 때는 “투바이 못 좀 죽여라”(각목 튀어나온 못을 정리해라)에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바리했지요. 곰방 일을 할 때는 ‘신체 건장한 청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주저앉아야 했습니다. 흙손으로 곱게 갠 시멘트를 벽에 바르는 미장공 조수로 일할 때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쉬워 보이는 작업을 하는 철근공이 왜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을 하는 목수보다 임금을 많이 받는지 어렴풋이 생각도 했습니다. 지름 5센티미터 쇠파이프 위에 서서 구조물을 설치하는 비계공의 작업은 그야말로 아찔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전설로만 전해지는 못아줌마’를 비롯해, 자재를 수거하는 ‘핀아줌마’, 현장에 먹선으로 도면을 옮기는 ‘먹아줌마’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대한 여성들 또한 현장에 있습니다. 또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곁의 현장에서 우리들이 살아갈 공간을 묵묵히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 사람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함바 식당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무거운 벽돌을 나르며 몸을 짓누르는 ‘중력’을 이겨내고, 시멘트가 굳지 않게 물로 시간을 사기도 하며, 거푸집에 들이붓는 콘크리트의 거대한 ‘압력’에 맞서 싸웁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즉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아냈습니다. 자신이 만든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형틀목수인 지은이는 오늘도 망치질을 합니다. “그 어떤 직업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값진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렇구나, 내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자각하게 되어 미소가 절로 나오는 것 같다. 내가 형틀목수로 살아가는 이유다.” _<마음을 선물하는 일>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