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환상문학 최고의 걸작!
프랑스 선정 「이상적인 도서관」 ‘환상과 경이’ 부분 베스트 1위
“불과 고통이 곧 그대의 심장을
완전히 사로잡을 것이니,
어서 남은 시간을 이용하라!”
그로테스크하고 신비로운 상상력으로 매료되는 오리엔탈 환상물
환상문학은 최근 수많은 작가와 비평가 그리고 언론에 의해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대표적 장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내재해 있던 '다양성'과 '개방성'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환상소설 '붐'을 타고 엄청난 숫자의 작품들이 국내외에서 쓰이고 또 번역 소개되었다.
이번에 열림원이 소개하는 환상문학 이삭줍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바텍』은 그야말로 환상문학의 고전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공인된 소설이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비평가와 독자들이 직접 선정한 작품들로 꾸며진 「이상적인 도서관」이라는, 일종의 '도서목록'이 발간된다. 49개 장르에서 각각 최고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꼽아 순위를 매기는데, 『바텍』은 그 가운데 '환상과 경이' 장르 베스트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이러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이 가지는 재미와 의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바텍』은 영국인에 의해 불어로 쓰인 아라비아 이야기이다. 이 설명만으로도 독자들은 이 소설이 매우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혼합된, 독특한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바텍』은 잉글랜드 대부호의 상속자로 태어나 자신의 고향에 괴상하게 생긴 저택을 짓고 그 안에 틀어박혀 지내며 골동품 수집에 열을 올린 괴짜 예술 애호가가 쓴 유일한 소설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라비아 최고의 통치자이자 위대한 지배자 바텍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서서 신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자신의 백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지아우르(악마적 존재)에게 무고한 아이들을 산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모자라 결국은 지하세계를 향해 직접 길을 나서게 된다. 그러나 도중에 선량한 족장 에미르의 딸 누로니하르에게 반해 자신의 여행목적을 망각한다. 그러자 바텍보다 더욱 잔악하고 대담하며 검은 마술에 능통한 어머니 카라티스가 나서서 아들을 끝까지 지하세계로 가도록 종용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뇌와 절망과 슬픔뿐이다.
고딕 환상소설이란 장르가 서로 상반되는 욕망들 간의 충돌에서부터 출발해서 궁극적으로는 교훈적인 결말에 이르는 구조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고 읽는다면, 『바텍』이 갖고 있는 미덕들―기발한 착상과 생동감 넘치는 세부묘사, 희화화된 인물들을 통해 드러나는 통렬한 비판정신 등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쓰인지 2백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이 작품이 읽힌다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진실―'욕망하는 인간'의 추악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인간다움을 우리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태양이 나타나게 하라! 태양이 내 앞길을 비추게 하라!
그 길이 어디에서 끝나건 상관없다.”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갈망과 그 탐닉의 여정!
사마라의 최고 권력자인 칼리프 바텍은 탐욕과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그는 기존의 궁전으로도 모자라 별궁을 다섯 채 지으면서 자신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인물이다. 그리고 신학자들과 반대되는 입장에 서서 그들을 박해하며 신학이 아닌 점성학을 익힌다. 그는 어느 날 탑 꼭대기에 올라, 점성학으로써 “미지의 나라에서 온 독특한 인물이 놀라운 사건을 일으킬 것”(13p)이라는 계시를 읽어 낸다.
여기서 드러나는 바텍의 어리석음은 끝없는 호기심과 그로 인한 욕망 추구이다. 바텍이 추구하는 욕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오감 충족’이고, 둘째는 신학을 박해하고 점성학을 들임으로써 하늘의 신비를 꿰뚫어 보려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의 충족’이다. 전자는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하위의 욕망이라면 후자는 지적 호기심으로 분류되는 그보다 상위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대는 자신을 나에게 바치겠는가? 땅의 힘들을 사모하고, 무함마드를 부인하겠는가? 만일 그렇게 한다면 내가 그대를 ‘지하 화염의 궁’으로 데리고 가겠다. 그곳의 거대한 보고(寶庫)에서 그대는 별들이 그대에게 약속한 보물을 보게 될 것이다.”
-32p
그러던 어느 날, 나그네의 행색을 한 악마 에블리스가 찾아온다. 바텍은 그가 보여 준 신묘한 보물들에 현혹되어 악마와의 조약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악마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어린 아이 50명을 절벽에서 밀어 버리고, 충성 어린 백성을 불 속에 태워 버려 제물로 바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악행을 진정으로 감행하는 것은 바텍이 아닌 왕모 카르티스이다. 그녀는 주술이나 흑마법 등 지하의 것을 좋아하며 바텍 못지않게 호기심과 탐욕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점성학 또한 그녀가 바텍에게 가르친 것이었는데, 그것은 작품 속에서 정통 신학으로 여겨지는 이슬람에 반(反)하는 학문으로 등장한다. 악마, 악마의 제물, 주술, 흑마법 등의 요소에서 고딕소설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결국 바텍은 ‘지하 화염의 궁’을 찾아서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는 도중 어떤 거처에도 들리지 말라는 조약을 어기고 머무른 마을에서 에미르인 파크레딘의 딸, 누로니하르와 사랑에 빠진다. 중반부부터는 지하의 보물과 호기심 충족이라는 목표는 까맣게 잊은 채, 누로니하르와의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이 소식을 들은 카라티스가 찾아와 목표를 다시 상기시키며 여정을 재개한다.
이 과정에서 바텍과 카라티스 욕망의 차이가 나타난다. 바텍은 본능에 충실한 하위 욕구의 충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