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선물

조해주 ·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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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조해주의 두 번째 시집 <가벼운 선물>이 민음의 시 301번으로 출간되었다. 조해주는 담백하고도 용기 있게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하는 시를 선보이며 독자와 동료 시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조해주의 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물화를 그리는 듯한 시선으로, 불필요한 형용을 과감히 제거하는 수다스럽지 않지만 존재감 있는 문장으로 쌓여 왔다. 첫 시집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하던 시인은 두 번째 시집 <가벼운 선물>에서 이제는 가벼워지자고 제안한다. 그가 물으면 "무거워?"라는 질문도 가볍게 들린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가벼워서"라는 말의 뒷맛은 생각보다 무겁게 남는다. 조해주는 아주 자세히 봐야 알아차릴 수 있는 섬세한 무표정으로 가벼움의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묻는다. 조해주가 우리의 손에 들려 주는 물음표는 중력을 이기는 새로운 시적 감각이다. 시인으로부터 받은 이 선물로, 이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느껴지는, 시의 무게를 바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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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밤 산책 11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어요 12 가까운 거리 15 여전하네, 잘 지냈어? 18 평일 21 좁은 방 24 표범의 마음 27 처음 보는 사람 30 조용한 사람 32 트램펄린 35 체조 경기를 보다가 38 근린공원 40 최근 42 나무들이 끝없이 늘어선 길을 가로지르는 사람 44 시먼딩 46 여의도 48 일곱 시 51 아웃 포커스 54 옆에 있는 사람 56 아홉 시 58 파리공원 61 에게 64 끝 67 생일 70 주말 73 안방해변 76 CLOSED 79 생활감 82 안목해변 85 누수 88 한 동네에서 오래 91 이브 94 편식 97 잠이 쏟아지면 울기 어렵다 눈이 자꾸 감기기 때문이다 100 소금 항아리 102 백년서점 104 참외의 길이 106 다름 아닌 땅콩 108 마침 110 음악 때문에 112 가방의 깊이 114 셔츠의 크기 116 좋은 하루 되세요 118 OPEN 120 그런 사람 122 풍선의 무게 124 BREAK TIME 126 일기예보 128 펜팔 130 잘 찾아오실 수 있겠죠? 132 여력 134 작품 해설–박혜진(문학평론가) 137

Description

풍경의 시간과 단어의 무게를 바꾸는 세심한 관찰과 무심한 표정 이제 시의 다른 감각을 이야기하는 조해주의 두 번째 시집 2019년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조해주의 두 번째 시집 『가벼운 선물』이 민음의 시 301번으로 출간되었다. 조해주는 담백하고도 용기 있게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하는 시를 선보이며 독자와 동료 시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조해주의 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물화를 그리는 듯한 시선으로, 불필요한 형용을 과감히 제거하는 수다스럽지 않지만 존재감 있는 문장으로 쌓여 왔다. 첫 시집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하던 시인은 두 번째 시집 『가벼운 선물』에서 이제는 가벼워지자고 제안한다. 그가 물으면 “무거워?”(「잠이 쏟아지면 울기 어렵다 눈이 자꾸 감기기 때문이다」)라는 질문도 가볍게 들린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가벼워서”(「풍선의 무게」)라는 말의 뒷맛은 생각보다 무겁게 남는다. 조해주는 아주 자세히 봐야 알아차릴 수 있는 섬세한 무표정으로 가벼움의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묻는다. 조해주가 우리의 손에 들려 주는 물음표는 중력을 이기는 새로운 시적 감각이다. 시인으로부터 받은 이 선물로, 이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느껴지는, 시의 무게를 바꿔 볼 수 있다. ■사려 깊은 이가 문득 덧붙이는 물음표 『가벼운 선물』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질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조해주 시의 화자들이 물음표를 건네는 순간은 일상적이면서도 시적이다. 무심히 건네는 것 같지만 상대방의 상태나 의식이 나와 같은 곳에 있는지 확인하는 질문들. 시 속에서 그런 질문을 받아든 이들은 그 상황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자리, 혹은 존재를 재인식한다. “무슨 생각해?”라는 질문에 대체로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까? 조해주 시의 상황은 아주 단순한 질문으로 세계를 확장시킨다. 이를테면 “그는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흩어지고 있다는 것을”(「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어요」)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으로. 조해주에게 물음표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열쇠처럼 작동한다. 아주 작지만 상상 이상의 에너지를 지닌 버튼처럼, 눈에 보이는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거나 다른 존재가 되어 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시인이 이 신기한 작동법을 지닌 물음표를 붙이기까지 사려 깊은 얼굴로 고민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작은 병에 든 물약을 마실까 말까 고민할 때처럼. 조해주의 시 속에서는 “여기서 뭐 하니?”같은 안부 인사마저 질문을 받는 이로 하여금 어느덧 공간을 벗어나고 거리를 넘어선 자신을 발견하게 하기 때문이다. “박물관 앞에서/ 만리장성 위에서/ 폭포 밑에서/ 붉은 광장 한가운데서”(「여전하네, 잘 지냈어?」) 새로운 현실을 감각하는 일. 시인의 작은 물음표 하나가 우리를 그렇게 만든다. ■나의 삶에 불쑥 들어오려는 작은 것, 시 같은 것 조해주의 시 속 화자들은 종종 비일상의 순간과 맞닥뜨린다. 그때마다 그들은 익숙했던 세계의 질서를 벗어난 것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변해 버린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서두르지 않고, 우왕좌왕하지도 않고, 자신의 상태를 조용히 납득하고자 하는 마음. 조해주는 적응하는 화자를 탄생시킨다. 평소처럼 물컵을 들여다보다가 “바닥에 가라앉은 것을 자세히 살핀다는 것이 그만/ 눈동자 안에 통째로 유리컵이 들어가 버렸다”고 진술하는 화자는 어떤가. 그는 눈에 물컵이 들어간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일상에 돌입한다. “컵에 물이 찰랑이고 있어서” “함부로 물구나무를” 서지 않는다. 눈에 들어온 물컵과 함께 사는 일이 일상적임을 받아들이려는 비일상적 화자. 우리가 조해주의 시에서 사귈 수 있는 독특한 친구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충격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는 쪽이므로, 그로부터 오는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게 될 것이다. “컵이 눈에 들어온 뒤로/ 무엇을 보면 쉽사리 잊히지도 않아서”(「좁은 방」)라는 고백이 그것이다. 조해주의 화자들이 그들의 몸에 불쑥 들어온 작은 것들을 받아들이려는 시도, 순식간에 내 몸의 일부가 되어 버린 그것들을 이리저리 느껴 보려는 시도는 우리가 시를 읽는 순간과 닮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는 어느새 우리 마음에 붙어 아주 작은 변화들을 일으킬 것이다. 『가벼운 선물』을 읽은 뒤 우리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이제 우리가 시를 받아들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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