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이들의 심장을 쥐락펴락 했던 화제의 멘붕 드라마! 종영 후에도 수많은 인남 폐인을 양성해가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조선의 선비 김붕도와 21세기 여자 최희진, 그들의 이야기를 이제 화면이 아닌 책으로 만난다.
2012년 4월 18일, 케이블 채널 tvN 밤 11시, 한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했다. 가히 수목 드라마의 격전이라 칭해지며 화제의 드라마들이 공중파 3사에 대거 배치된 상황에서 편성된 케이블 드라마였다.
『인현왕후의 남자』는 남인 세력에 의해 몰락한 서인인 선비 김붕도가 시간을 넘나드는 신비한 부적을 얻게 되어 21세기와 조선 시대를 오가며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려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이 간단한 줄거리만 봐서는 흔한 2012년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줄기를 형성한 퓨전 사극 스타일의 타임슬립물로 간주하기 쉽다. 하지만 [인현왕후의 남자]는 타임슬립물에서 흔하게 반복되는 뻔한 전개를 정면으로 거부했으며, 그로 인한 신선한 재미를 창조했다.
주인공 김붕도는 숙종 시대 홍문관 교리이며, 폐위된 인현왕후를 다시 복위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서인이다. 그런 그가 남인이 보낸 자객에 의해 목숨을 잃을 찰나 21세기의 경복궁 안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는 눈앞에 펼쳐지는 낯선 광경과 낯선 사람들 앞에서도 결코 자신을 잃지 않는다. TV를 보며 도깨비라고 악을 쓰지도 않으며, 자신을 사대부 대접해주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무엄하구나!” 라고 윽박지르며 현대에서는 약에 쓸래야 못 찾을 양반의 자존심을 챙기지도 않는다. 눈앞에 펼쳐지는 낯선 환경들에 정신을 놓을 지경이지만 그는 침착성을 유지한다.
권위 의식 넘치는 양반의 허식도 없다. 21세기에서 만나게 된 여자 최희진에게 나는 바보나 다름없소 라고 자신을 낮추며 21세기의 상황을 겸허하게 배워가고, 특유의 빠른 적응력과 19세에 장원급제한 명석한 두뇌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애쓴다.
한글에 익숙하지 않은 그가 중국 관광객이 놓고 간 한국 여행 가이드북을 숙지한 후(현대 중국어의 간자체는 당시 서체와 유사한 부분이 많이 오히려 김붕도가 21세기의 상황을 해독하기에 실로 좋은 아이템이었고, 이 또한 드라마 상의 절묘한 포인트가 되었다) 물건을 사고, 최희진에게 도움을 청하려 전화를 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지닌 장점을 확연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김붕도의 캐릭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슬랩스틱이나 어이없는 상황의 연속이 없이도 타임슬립물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치밀할 수 있는지를 입증했고, 이는 곧바로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으로 되돌아왔다.
이렇게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타임슬립을 완성해낸 작가 송재정은 [순풍산부인과] [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귀엽거나 미치거나]를 통해 대한민국 시트콤의 전성기를 이끈 작가이다. 시트콤만 쓰던 작가가 드라마를? 하면서 갸우뚱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드라마 [커피하우스]를 본 시청자라면 그녀가 결코 시트콤에만 매진한 작가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코믹 코드가 넘치지만 결코 가벼운 한 번의 웃음으로는 끝나지 않는, 전편을 관통하는 일관성과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그녀의 스타일은 이번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완전히 꽃을 피운 듯보인다. 깨알같은 웃음 코드가 매 편마다 빵빵 터지면서도 시대를 넘나들고 역사의 흐름을 알아버린 한 인간이 겪게 되는 고뇌에 관련된 진지한 고찰을 빠뜨리지 않고, 2시간 안에 끝이 나는 영화가 아니기에 10회 이상 가다보면 중심을 잃기 십상인 긴 호흡의 드라마가 지닌 악조건 하에서도 개연성과 중심을 유지하는 탄탄한 스토리는 회가 거듭될수록 보는 이들의 극찬으로 이어졌다.
16부작 시리즈를 8회씩 두 권으로 나누어 발간하는 [인현왕후의 남자] 대본집이 인남폐인들에게는 추억과 기념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잘 쓰인 드라마가 어떤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희열을,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인현왕후의 남자] 대본집, 이런 점들이 다르다!
수많은 인남폐인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출간된 『인현왕후의 남자』대본집은 기존의 대본집과는 몇 가지 차별점을 두었다.
1. 올 컬러 인쇄
지문과 대사, 방송용어 등등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대본의 특성 상 가독성이 떨어질 확률이 높은 관계로 올 컬러로 인쇄를 해서 각 요소들의 가독성을 높였다.
2. 생생한 드라마 스틸과 함께 읽는 새로운 형식의 대본집
드라마의 스틸을 곳곳에 배치하여 대본을 읽으면서 드라마의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 하여 시너지를 더욱 높였다. 단순히 읽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높인 이번 대본집은 인남폐인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쉽고 편한 대본집이 될 것으로 보인다.
3. 작가와 감독의 특별 인터뷰 수록
철저하게 [인현왕후의 남자]드라마의 내용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특별 인터뷰 수록. 작가의 의도와 감독의 생각을 읽으며 [인현왕후의 남자]를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4. 미공개 화보 공개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은 미공개 화보를 실어 소장 가치 및 보는 재미를 높였다.
5. 붕도의 서신 전문 공개
21세기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붕도가 연인인 희진에게 보내는 연서. 그 절절한 내용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붕도의 서신 전문을 공개했다. 서신의 전체를 보고 싶어 했던 많은 인남폐인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 등장인물 소개
김붕도= 지현우
27세, 홍문관 교리, 청풍김씨 청로상장군공파 17세손
전 이조참판의 아들이자 열아홉에 장원급제한 수재로 홍문관 교리를 지내고 있다.
남인이 득세하고 있는 조정에서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는 끈 떨어진 서인으로 얼핏 보기에는 대쪽 같은 성품의 답답이에 책만 들이파는 샌님이다. 하지만 감추어둔 그의 본모습은 기사환국 때 남인 세력에 의해 역모로 몰려 양친과 아내를 잃은 아픔을 마음속 깊이 감춘 채 때를 노리고 있는 총명한 와호(臥虎)이다.
어지러운 국정을 바로잡고 가문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열망을 품고 묵묵히 뜻한 바를 진행해가던 그에게 위기가 닥쳤다. 남인의 인현왕후 시해 음모를 알아챈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정적 민암이 보낸 살수와 맞닥뜨린 것.
살수의 칼에 목숨을 잃을 절체절명의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놀랍게도 300년 후의 미래로 와버린 것! 낯선 풍경과 이상한 차림의 사람들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질어질한데 듣도 보도 못한 못생긴 여자(전적으로 조선시대의 미적 기준에서)가 자신을 인현왕후라 소개하며 배슬배슬 웃는다. 상황이 이쯤 되니 이젠 아예 정신줄을 놓을 지경이다.
조선시대 사람들
민암= 엄효섭
60대, 우의정, 남인의 영수로 조선 최고의 실세
서인 세력 숙청에 깊이 관여했으며 붕도의 가문을 몰락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장희빈 측과 공모한 인현왕후 암살 음모가 담긴 친필 서찰이 붕도의 손에 들어가자 자객을 보내 붕도를 제거하려 했으나 실패한다. 그제야 멸문 이후 빈대처럼 납작 엎드리고 산다 생각했던 붕도의 실체를 알게 되어 본격적으로 붕도와 대립하게 된다.
자수= 이관훈
30대, 자객, 민암의 심복이자 뛰어난 검술 실력을 지닌 자객
민암의 명을 받아 붕도를 제거하려다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붕도가 지닌 부적의 비밀을 제일 먼저 눈치 챈다.
윤월= 진예솔
23세, 기녀, 미모와 뛰어난 가야금 실력으로 명성이 자자한 세령각의 기녀.
원래 붕도 아내의 몸종이었으나 붕도 일가의 몰락과 함께 어미를 잃고 기녀가 되었다. 붕도가 자신을 누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