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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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곁불이 되어 줄 서정시 김종해 시인은 시인으로 등단한 지 54년째 봄을 앞두고, 봄을 기다렸던 그 기간 동안, 사람의 몸으로 부딪혔던 온갖 열정과 감성, 슬픔과 눈물, 고통과 위안이 담긴 서정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내가 쓴 서정시 33편’을 스스로 골라 선보였다. 『항해일지』,『별똥별』,『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풀』,『봄꿈을 꾸며』,『모두 허공이야』등 11권의 시집과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등 4권의 시선집 등 김종해 시인이 평생 써 모은 700여 편의 시들 가운데 따뜻한 희망과 위안, 사랑과 안식의 메시지가 담긴 서정시, ‘시로서 잘 익고 잘 발효된 서정시’를 뽑아 김종해 서정시집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지 않는 의미 없는 노래, 울림이 없는 노래가 될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따스한 온기를 전해 주는 곁불이 되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며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 사는 세상의 마음과 소통할 수 있는 시인이 될 것을 새롭게 벼린다. 삶에 대한 경험적 통찰과 따스하고 아름다운 서정으로 가득한 김종해 시인의 서정시집은 정갈하고 함축된 언어로 삶과 자연의 섭리를 들려주고 있다. 김종해 시인의 이번 시집은 아름다운 서정시를 읽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줄 뿐만 아니라, 청정한 이미지와 짧고 긴장된 함축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김종해 시인은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는 따뜻한 시, 영혼의 갈증을 축여주는 생수 같은 시, 눈물이나 이슬이 묻어 있는 듯한 물기 있는 서정시, 너무 압축되고 함축되다가 옆구리가 터진 시, 삶의 일상에서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가 세상사의 중심을 시로써만 짚어내는 시인의 시, 울림이 있는 시, 향기가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꾸준히 자신의 시론을 밝힌 바 있다. 2. 영화 스크린에 시가 흘렀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전문 칠흑의 어둠 속에서도 새벽이 온다는 것을 수탉이 제일 먼저 알리는 것처럼, 삶의 눈보라 빙하 속에서도 봄날이 오는 것을, 그 희망을 시인은 시로 알려준다. 2013년 김종해 시인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가 메가박스 전국 367개 상영관에서 하루 평균 2200여 회(상영관 당 하루 약 6회) 노출되었다. 영화 상영 직전에 화면 자막으로 소개되면서 SNS와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게시되고 리트윗 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시가 되었다. 이 아름다운 시가 왜 극장을 찾아간 것일까.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란 캠페인을 진행하는 메가박스는 광고 시간의 일부를 공익적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극장의 주요 관객인 20, 30대가 시와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행사를 한국시인협회에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취지에 공감한 시인협회가 시인과 시를 정했고, 메가박스가 영상을 만들었다. 또한 2016년 5월에는 현실정치와 한 발짝 거리를 둔 채 '정중동 행보'에 들어간 문재인 전 대표가 지리산 둘레길 산행을 한 후 페이스북에 '시와 함께 한 산행'이라는 글에서 「그대 앞에 봄이 있다」를 소개하며 '음유정치'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이 시는 우리나라 남쪽 끝 제주 우도 및 완도 타워에도, 북한산 등산길의 둘레길, 지하철 역 스크린도어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안삼 작곡으로 성악가들이 이 시를 노래했고, 서울시 교육청, 부산시청, 광주시청 등 각급 기관과 도서관에도 플래카드로 내걸려 사람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여주고 있다. 김종해의 서정시집 『그대 앞에 봄이 있다』는 삶에서 느끼는 뼈저린 추위와 아픔, 절망과 상처를 가진 사람에게 따뜻한 희망과 위안, 치유를 깨닫게 해준다. 신경림(예술원 회원) 시인은 “김종해의 시집은 한 마디로 시를 읽는 즐거움을 만끽시켜 준다. 사람들은 왜 시를 읽을까. 나는 종종 이 문제를 생각해 보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 아무리 그 내용이 훌륭한 것이라 하더라도 시를 읽는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시라면 읽지 않는다. 어떤 시가 어떻게 즐거움을 주는가를 따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은 산문이나 그 밖의 사회과학이 주는 즐거움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김종해의 시집에 실린 시들은 전체적으로 아름답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넉넉하고 따뜻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유종호(예술원 회원) 문학평론가는 김종해의 시를 거론하며, “시의 산문화가 두드러지고 절제 없는 의식의 넘나듦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듯이 보이는 작금의 추세 속에서 과장과 요설 없는 시인의 세계는 고유의 간곡함으로 부가적 의미를 얻게 된다. 젊음의 노도질풍기와 중년의 신산함을 지나 노년의 시인은 이제 평정과 평온의 심경에 이른다. 세상 이치에 대한 화해와 거기서 유래한 인간 긍정과 세계 긍정이 성취한 정신의 경지다. 봄꿈을 기다리는 동안 행복할 수 있는 심경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터이다. 그것은 시인의 평생 경험이 안겨준 모색과 태도 형성의 결과일 것이다. 그리하여 김종해의 이 시집은 은은하고 탈속한 삶에 대한 송가가 되어주고 있다.”라고 말한다. 3.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시가 되는 경지 이남호(고려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최근에 간행된 김종해 시인의 시집을 평하며 “김종해 시인의 시집에는 김종해 시인의 반백년 시력이 편안하게 숨 쉬고 있다. 삶의 산전수전뿐만 아니라 시의 산전수전도 다 겪은 노시인은 편안하고 자유롭고 오히려 천진해졌다. 시인은 이제 높은 뜻을 만들려고 긴장하지 않으며, 멋진 기교의 언어를 구사하려고 애쓰지도 않으며, 새로운 시의 비경을 찾아 헤매지도 않는다. 반백년의 시력은 시인으로 하여금 일상의 느낌과 생각이 그대로 시가 되게 하였고, 시와 삶이 하나가 되게 하였다. ‘나는 붓을 던져도 그림이 된다’고 중광 스님이 말한 바 있지만, 김종해 시인이야말로 ‘나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시가 된다’고 해도 될 것 같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노시인의 공력에 찬사를 보낸다. 페이지마다 마음을 흔드는 사랑의 화두와 절망과 상처를 가진 사람에게 따뜻한 희망과 위안, 안식을 건네주는 사랑시편으로 가득한 김종해 시인의 시는 기억의 자취가 갖는 무색의 바탕과 시간의 매듭에 응결된 애락哀樂의 형상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비행한다. 그것이 남긴 항적은 대체로 고적하면서도 아름답고 때로는 신비로운 경관을 펼쳐낸다. 그 영상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투영이어서 한편으로 비밀스러운 모호함을 남긴다.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삶의 흔적이고, 우리가 실제로 체험하는 일도 종국에는 신기루 같은 자취로 남겨지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 모호함이야말로 수많은 예술작품을 이끌어 낸 원동력일지 모른다. 반세기가 넘는 시인의 공력이 빛나는 창조의 동력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늘에 길이 있다는 것을 새들이 먼저 안다 하늘에 길을 내며 날던 새는 길을 또한 지운다 새들이 하늘 높이 길을 내지 않는 것은 그 위에 별들이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새는 자기 길을 안다」전문 길은 누군가 먼저 간 자들의 흔적이다. 이 흔적을 따라서 길은, 길로 통하며 길을 지우기도 한다. 그러나 보이는 곳에만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길은 여러 갈래로 펼쳐져 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라. 새들은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