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오래된 그릇에선 엄마의 향기가 나고 라디오에선 낭만의 향기가, 카메라에선 추억의 향기가 난다“ 디지털 시대에 빛을 발하는 아날로그의 감수성, 마음으로 전하는 순수한 낭만의 기록들 ‘둘리’라는 아이디로 온라인 활동을 시작한 지은이는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주인공 둘리를 좋아해서 이 이름을 빌려왔다. 둘리처럼 1983년에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 둘리라는 캐릭터의 성향에도 동질감을 느낀다. 또한 둘리의 제2의 고향인 도봉구 쌍문동 고길동의 집, 80년대풍의 주택 풍경과 그 속에 담긴 오래된 물건들에도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관심과 취향으로 가득 채운 빈티지 숍 ‘아날로그 가제트’를 운영하며 빈티지 그릇과 식기, 소품 등을 수집하고 판매하면서 과거의 물건과 현재의 사람을 이어주고 있다. 이 책은 추억의 음식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좋아하는 삶에 대한 다정한 고백이다. 음식에 관한 기억들은 그 음식을 먹었던 장소와 공간, 음식을 담은 물건, 음식과 연결된 상황, 무형의 소원들로 더욱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진다. 둥근 에나멜 접시에 맛깔나게 담긴 안주와 부담 없이 국수나 우동을 시켜 먹는 포장마차의 정취, 어린 시절 김포공항 스낵바에서 먹었던 샌드위치의 오묘한 풍미, 찌그러진 은박 도시락에 담긴 힘없이 부서진 할머니표 김밥, 잔치국수의 맛을 알게 해준 결혼식장 지하 식당, 오일장이 서는 날 무쇠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국밥과 도너츠 가게의 풍경 등 지은이의 기억 속에 포착된 이야기들은 순수한 낭만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아날로그의 감수성을 전해 준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플레이리스트처럼 지친 마음에 위로를 가져다주는 55편의 글과 11가지 레시피 지은이는 “이 책이 어린 시절 원하고 갈망하던 종합 과자 선물 세트 같았으면 한다”고 소개한다. 좋아하는 것을 차곡차곡 담아보기로 하고 몇 년간의 기록들을 모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므로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이 한데 섞여 있는 선물 세트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종합 선물 세트를 통해 다양한 맛을 경험하듯, 우리네 삶 역시 다양한 취향과 선호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의미에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애틋하고 소중하다. 요리, 빈티지, 음악, 사랑에 대해 담백하게 기록한 55편의 글마다 직접 찍은 매력적인 사진을 배치해 풍성한 볼거리를 더했다. 여기에 꽈리고추 어묵볶음, 무화과잼, 가제트 코코아와 바닐라셰이크, 나폴리탄 스파게티, 옛날 햄버거, 두부 많이 된장찌개와 소스 많이 떡꼬치, 마카로니 샐러드 등 지은이가 세심하게 고르고 추천하는 음식의 레시피를 중간중간 수록했다. 이 11가지 음식의 레시피는 먹을거리에 맞닿은 추억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손쉬운 설명으로 안내해 준다. 마음이 지칠 때나 위로가 필요할 때 혹은 ‘그때 그 맛’이 떠오를 때 언제든 펼쳐 볼 수 있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