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남사당패인 어떤 할아버지가 화개장터 주막집에 들러 딸 계연을 맡기고 떠난다. 이후 주막집 아들 성기와 계연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나, 주막집 여주인은 아들 성기를 절로 보내는 등 둘을 떼어 놓으려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여주인도 남사당 할아버지의 딸이었다. 결국 성기는 할아버지의 외손주였던 것이다. 사랑을 잃은 성기는 아픈 상처를 달래며 그 집안에 내려오는 역마살 낀 내림대로 떠난다. 이 영화는 한국 시나리오계의 베테랑 작가로 인정받던 김강윤이 김동리의 소설을 각색, 연출한 작품이다. 운명적으로 한 군데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 삶을 사는 한 청년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허무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지만 심리 묘사보다는 외형적인 스토리 전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는 평을 받기도 하였다. 한편,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성기와 계연의 사랑은 엄밀한 의미에서 근친상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시각보다는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으로 표현된다. 성기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보이는 반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저주가 아니라 모든 것이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운명에 대한 저항보다는 순응하면서 모든 것을 가슴으로 삭이려는 한국적 정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