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희소한 자원과 그런 자원을 다룰 수 있는 인간으로 구성된 세계에서 디자인을 할 때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은 누가 가장 잘 아는가가 아니다. 무엇이 공정하고 공평한가이다.”
― 토미 라이티오
이 책 『오픈 디자인』은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의 개념을 살피고 그 가능성을 탐색한다. 오픈 디자인은 조직이나 전문가 집단, 마케터가 아닌 실제 최종 사용자가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고 공유하는 방식의 디자인이다. 이 책은 앞으로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길로 개방과 공유를 특징으로 하는 오픈 디자인의 미래를 전망하며,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논문과 사례 등을 통해 오픈 디자인의 가능성과 그것이 가져다줄 미래를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이 책은 오픈 디자인 개념을 알리고 이끄는 크리에이티브커먼즈네덜란드와 네덜란드의 디자인 플랫폼 프렘셀라, 사회 혁신을 위한 창작 기술 개발 잡단 바그소사이어티, 그리고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여러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회운동가가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이들은 세상을 바꾼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사회에서 개인과 권력의 균형추를 올바로 놓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유’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지식재산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새로운 형태로 변화되고 발전할 수 있는 공유 경제의 가치를 인정한다.
오픈 디자인은 창작과 혁신으로 가는 길을 닦을 뿐 아니라 디자인의 근원적 문제를 일깨워준다. 다시 말해 독점하는 것이 아닌 공유와 개방을 통해 디자인은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진화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 디자인은 디자인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전에 없던 가능성을 제공한다. 소수의 전문가가 아니라 대중이 스스로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고 유통하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특징]
개방성과 접근성을 특징으로 하는 오픈 디자인에 관한 이 책은 다양한 필자들이 참여해 만든 공유 재산이다. 이 책 자체가 특정한 저자가 자신의 권리를 배타적으로 주장하는 방식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협업을 통한 공유 정신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크리에이티브커먼즈 저작자표시, 비영리, 동일조건변경허락 3.0의 원칙에 따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몇 가지 조건만 지키면 누구든 이 책을 공유해 복제, 배포, 전송하거나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고 변경할 수 있다.
첫째, 저자나 이용허락권자가 지정한 방식으로 저작물의 저작자를 표시해야 한다.
둘째,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셋째, 이 저작물을 변경, 변형하거나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고 그 결과물을 배포할 경우에는 원 저작물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라이선스를 적용해야 한다.
텍스트 측면에서 이 책은 여러 연구자와 활동가, 디자이너의 기고문과 사례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시각적으로는 오픈 디자인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 보여주는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독자는 50달러짜리 의족, 디자인스매시, 페어폰, 프리칭, 인스트럭터블스 레스토랑, 렙랩, (언)리미티드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오픈 디자인이 약속하는 미래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편집자의 글]
이런 식당이 있다면 어떨까? 메뉴와 인터리어를 웹으로 소개하는 것을 넘어 요리법마저 공유하는 식당. 사장이나 요리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요리를 파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 있는 오픈 소스에 따라 요리하고, 고객이 원한다면 언제든 요리법을 공유하는 식당. 웹사이트의 회원이면 누구나 작가(라고 쓰고 요리사나 디자이너라고 읽는다.)가 되어 음식과 인테리어를 공유할 수 있는 식당 말이다.
네덜란드 브라반트 지방의 어느 직업학교는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들은 웹에서 다운로드한 설계에 기초해 인테리어를 하고, 온라인 조리법에 따라 음식을 만들었다. 이 레스토랑은 MIT 미디어랩에서 시작된 인스트럭터블스(http://instructable.com)에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세워진 이른바 인스트럭터블스 레스토랑이다. 인스트럭터블스는 사용자가 자신의 DIY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공유하는 웹 기반 플랫폼이다.
자신의 설계, 발명품, 조리법을 다른 사람과 공개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배타적 저작권을 행사하지 못해 손해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에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여러 형태와 모양을 더해가며 진화해갈 수도 있다. 아이디어를 가두지 않고 세상에 풀어주는 것, 그럼으로써 하나의 두뇌가 아니라 수십억 개의 두뇌 속에서 확장되는 것. 이것이 바로 열린 디자인의 정신이다.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목초지는 자칫 쉽게 남용되고 훼손되어 결국 아무도 못 쓰게 될 수 있다. 이를 ‘공유지의 비극’이라 한다. 하지만 지식과 아이디어는 한정된 자원이나 토지가 아니다. 지식과 아이디어의 세계에 공유지의 비극은 없다. 리눅스와 위키백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지식과 정보의 공유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열쇠다. 오픈 디자인이 펼쳐 보일 가능성은 자유로운 이용이 아니라 무한한 확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