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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연구소가 기획한 공동선 총서 1 슬라보예 지젝 인터뷰집 출간! 인디고 서원의 청년들이 기록한 지젝의 생생한 육성! 과연 우리에게 ‘공동선’이란 무엇인가? ‘공동선(common good)’이란 무엇인가? 이 단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익숙한 말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낯설게 다가온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와는 대립되어 보이는 개인적 성공과 행복에 대한 말들 투성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그런 말들이 야기하는 기대와 불안, 그리고 두려움에 점령당한 상태라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의 삶이 착취당하는 불평등한 구조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교묘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청년 연구원들로 이루어진 인디고 연구소(InK)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공동선 총서를 기획했다. 공동선이란 삶이라는 공동 투쟁의 장이 궁극적으로 향하고 있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환영이 1%와 99%라는 새로운 형태의 장벽을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진실의 추구이자 정의에 대한 정당한 요구인 것이다. 또한 불가능해 보이는 시도를 가능한 미래로 바꾸고자 하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공동선이란 자유와 평등, 해방의 공동체를 이루는 근본 구조의 이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배제와 간극의 논리를 넘어 공동의 삶의 윤리와 양식을 무수한 투쟁의 이름들 속에서 함께 추구하고자 함이다. 그동안 세계와 인간 삶의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하고 더 나은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은 오랫동안 철학자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특유의 난해함과 까다로움으로 그들의 가르침은 정작 그것을 필요로 하는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인디고 연구소에서는 이 세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하고 있는 철학자의 이론과 그것을 세상을 바꾸는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고자, 당대의 지성을 직접 찾아가 물음을 던졌다. 육성으로 직접 듣는 그들의 이론은, 인터뷰를 위해 미리 책으로 공부한 내용보다 훨씬 명료하고 현실의 구체성과 맞닿은 직접적인 것이었다. 지젝에 이어 공동선 총서 두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가라타니 고진. 인디고 연구소는 1월 말 가라타니 고진과의 인터뷰차 일본을 다녀왔다. 또한 세 번째 인터뷰이로는 알랭 바디우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전에 인터뷰를 하기도 했던 지그문트 바우만도 기존의 논의를 확장시켜 인터뷰를 하면 어떨까 검토중이다. 또한 자크 랑시에르, 샹탈 무페, 클로드 르포르 등도 가능한 인터뷰이로 고려중이라고 한다. 인디고 연구소는 ‘윤리적 주체의 형성과 탄생’에 대해서도 계속 공부를 해나갈 것이고, 가라타니 고진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혁명적 정치 주체와 가능한 미래 세계의 구조(예를 들어 ‘세계 공화국’)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탐구할 계획이다. 나아가 이를 어떻게 하면 삶의 장 속에서 실천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해 나가고자 한다. 우리가 늘 보아왔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아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했던 이 세계를 철저하게 그 바닥에서부터 다시 사유하라! 그렇다면 공동선 총서 첫 번째 인물로 슬라보예 지젝을 꼽은 까닭은 무엇일까? ‘공동선’이라는 키워드에 지젝은 어떤 부분에서 부합되는 인물일까? 지젝에 따르면 공동선이란 ‘자유를 향한 공동투쟁’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여기서 ‘공동’이란 배제된 자와 포함된 자를 가르는 장벽을 허무는 보편적 해방의 근본 조건을 뜻한다. 지젝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과제란 ‘도덕적 다수’의 자리를 점령하기 위한 정치적 이론화 작업과 실천적 네트워크의 구축이라고 주장한다. 인디고 연구소의 기획 또한 지젝의 지적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젝은 우리가 자명하다고 믿는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통해 의미 있는 파열음을 남기는 철학자라 할 수 있다. 파열음을 내는 지젝의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지젝은 이 세계의 치명적 급소, 다시 말해 골조물의 이음새 부분을 정확하게 겨냥하여, 지젝의 질문 앞에 상대가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도록 한다. 그는 완강해 보이는 글로벌 금융 자본이 지배하는 이 세계의 실체를 드러내 한순간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만들어버린다. 도저히 변화할 것 같지 않은 이 세계는 지젝의 통찰력 앞에서 맥없이 주저앉고 말며, 그의 철학적 메스에 맨몸을 부끄럽게 드러내고 만다. 우리는 이 세계의 육체가, 탐욕스러운 자본의 피부가 절개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그 절개 자국을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그 흉측한 세계의 내부의 들여다보는 것이 지젝의 책을 읽는 목적이다. 그렇다면 그 절개 자국 속에는 어떤 형상들이 숨어 있는가? 지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배제된 자와 포함된 자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들(Walls)’이다. 그의 사유는 궁극적으로 ‘자본’을 겨냥한다. 지젝에게 있어 자본주의는 배제와 분할을 작동시키는 근원적인 악의 체제이다. 오늘날 새롭게 생성된 아파르트헤이트인 포함된 자와 배제된 자 사이를 가르는 ‘장벽들’을 부수는 일이야말로 지젝 철학의 궁극지점이다. 진정한 사유란 무엇입니까? 사유의 일차적인 단계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진정 문제 상황인가”, “이것이 문제를 드러내는 올바른 방법인가”,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오늘날과 같이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전문가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의 근원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폭넓게 사유하고, 전 지구적인 시각을 가지며, 철학적으로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사람들 속에서 어떤 양극단, 즉, 전 지구적 사안들에 관심을 갖고 의식적으로 개입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자신의 일에 치여 그저 타인의 의견을 따르는 대다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하고 또 우리에게 시급하게 요구되며,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슬라보예 지젝 포함된 자와 배제된 자들을 가르는 장벽은 ‘여기에 늘 있는’ 폭력이 포함된 자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가로막는다. 이것이야말로 이 세계의 진정한 문제이다. 폭력이 포함된 자와 배제된 자를 가르는 장벽의 원인이자 결과라면, 이것은 필연적으로 ‘공동선’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젝은 ‘공동선’을 ‘공동’과 ‘선’으로 분리해서 접근한다. ‘공동’은 보편성의 문제를 함축하는데, 보편성이야말로 배제된 자와 포함된 자를 가르는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진정한 해방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젝은 ‘선’이란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며, 자연보다 앞서서 존재하는 ‘공동선’이란 원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라캉의 명제 “대타자는 없다”를 떠올리게 하는 이 주장은 자연(우주)에 균형과 조화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전복적인 사유로 이어진다. 이 책은 국내의 지젝 관련 책들 중 최초의 인터뷰집이다. 하지만 단순히 한 명의 철학자와의 만남을 기록한 책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안착되었다고 믿었던 순간 곧바로 민주주의의 퇴행을 경험한 불행한 한국의 현실이 음각되어 있으며, 신자유주의 속에서 신음하는 세계시민들의 고통이 양각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지젝이 수많은 저서들을 통해 말해왔던 사유의 궤적과 정치적 지향점이 압축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충실한 주해(註解)를 통해 그의 사상사적 연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