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골목

김탁환
2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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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5일부터 2017년 1월 24일까지 고향 진해를 홀로 지키는 엄마와 진해 곳곳을 함께 걸어본 김탁환 작가의 진해 이야기. 느긋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거닐 줄 아는 예술가들의 산책길을 뒤따르는 과정 속에 저마다의 '나'를 찾아보자는 의도로 시작된 난다의 걸어본다 열한번째 이야기이다. 1942년생으로 칠십을 훌쩍 넘은 엄마와 1968년생으로 이제 막 오십이 된 아들이 짬이 날 때마다 만나 고향 진해의 곳곳을 걸을 수 있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지만 사실 엄마도 약하다. 그걸 깨닫고 시작한 엄마와의 진해 걷기를 통해 김탁환 작가는 그간 다 알지 못했던 엄마라는 사람의 존재를 계속 재발견하면서 걷는 행위와 쓰는 행위를 다시 한번 한데 놓고 볼 수 있게 된다. 때론 시처럼 때론 소설처럼 이 산문은 흩뿌렸다 쏟았다 엄마와의 진해 걷기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털어놓는다. 엄마는 말하고 아들은 옮겨 쓰고, 엄마는 추억하고 아들은 상상해가며 진해로부터 시작하고 진해로 돌아오고는 한다. 진해의 역사를 함께 들여다보는 줄 알았는데 말하다보면 어느새 엄마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고, 진해의 거리를 함께 걷고 보는 줄 알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엄마의 일상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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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의 >걸어본다<11 진해 김탁환 에세이 『엄마의 골목』 2015년 5월 5일부터 2017년 1월 24일까지 고향 진해를 홀로 지키는 엄마와 진해 곳곳을 함께 걸어본 김탁환 작가의 진해 이야기 언제나 걷고 또 뛰며 그렇게 보고 또 보이는 세상을 옮기기에 바쁜 장편작가 김탁환의 신작 에세이를 선보입니다. 그의 에세이『엄마의 골목』은 느긋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거닐 줄 아는 예술가들의 산책길을 뒤따르는 과정 속에 저마다의 ‘나’를 찾아보자는 의도로 시작된 난다의 걸어본다 열한번째 이야기로 ‘진해’를 그 목적지로 삼고 있다지요. ―오래전부터 엄마에 관해 쓰고 싶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엄마 외에, 마산과 진해에서 홀로 지낸 엄마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싶었다. ―엄마는 단정한 문어(文語)에 비릿한 구어(口語)를 더하는 적극적인 독자였다. 제목에서 짐작들 하셨겠지만 『엄마의 골목』은 김탁환 작가가 엄마와 함께 고향 진해 곳곳을 걸어본 나날들 가운데 그 진심만을 적어낸 진짜배기 보고(寶庫)입니다. 이야기는 마흔넷에 홀로된 엄마가 책장 제일 구석에 올려놓은 앨범을 다 태우는 일로 시작됩니다. 사별한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았을 앨범을 엄마는 왜 태웠던 걸까요. “지나간 거니까. 사라진 건 곱게 보내야” 한다는 말씀의 엄마는 아들이 제안한 진해 걷기에 흔쾌히 승낙을 하십니다. “남편과 걷던 길을 아들과 걷겠네……”라며 말이지요.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사계절 진해를 함께 걷고 쓸 것. ―내 나이가 마흔네 살을 넘어 마흔여섯 살까지 건너가버리자, 마흔여섯 살에 죽은 남자와 마흔네 살에 홀로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30년이 지났다. 마흔네 살이던 여자는 일흔네 살이 되었다. 그 시간을 이 여자는 어떻게 살아낸 걸까. 1942년생으로 칠십을 훌쩍 넘은 엄마와 1968년생으로 이제 막 오십이 된 아들이 짬이 날 때마다 만나 고향 진해의 곳곳을 걸을 수 있었다니 그것만으로도 작가 김탁환의 큰 복이 아닐 수 없겠구나, 내 온갖 선망의 마음을 응원처럼 보탰던 건 이 한 줄의 고백을 미리 엿듣기도 해서였을 겁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서둘러도 늦어버린 일들이 있다”라는 말. 여기에 부모를 대입시키는 순간 누구나 고개를 숙이지 않고서는 못 배길 말. 우리들의 엄마는 왜 자꾸 우리 뒤로 밀렸던 걸까요. 우리들은 엄마를 왜 자꾸 뒤로 밀어놨던 걸까요. 매일같이 하모니카를 부는 엄마. 그러나 그 하모니카를 밟고 넘어진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김탁환 작가는 누워 있는 엄마의 모습에서 그간 보지 못한 엄마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병실 안에서 침대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줄기차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말고는 별 얘깃거리가 없었을 테니까요.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쏟아놓던 사흘. 그때 작가는 알게 됩니다. 진해가 자신에겐 아직 멀고 엄마에겐 지나치게 가깝다는 사실을요. 그리하여 작가는 엄마 뒤에 섭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 뒤를 밟습니다. 진해 곳곳에 새겨진 엄마의 70년 기억을 차곡차곡 따라붙습니다. ―“진해는 저때 이미 계획을 잡아 도로와 집을 배치했기 때문에, 100년 가까이 지났다고 해도 그 장소 그대로야.” ―“그이는…… 없구나. 이상한 일도 아니지.” ―“네 맘대로 하렴.” 엄마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하렴. 엄마는 네 뒤에 서 있을 테니까. 그게 내 엄마였다. ―“진해에선 사람이 죽으면 모두 벚나무가 돼.” 평안도 영번에서 태어났지만 진해 사람임을 자처한 아버지는 벚나무가 되었으려나.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지만 사실 엄마도 약하지요. 그걸 깨닫고 시작한 엄마와의 진해 걷기를 통해 김탁환 작가는 그간 다 알지 못했던 엄마라는 사람의 존재를 계속 재발견하면서 걷는 행위와 쓰는 행위를 다시 한번 한데 놓고 볼 수 있게 됩니다. “문장을 거쳐 상상된 골목은 맨 처음 내가 걷던 골목과 얼마나 같고 다른가. 그 유사점에서 우린 무엇을 얻고 잃으며, 그 차이점에서 우린 또 무엇을 잃고 얻는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와중에 작가는 기억의 물주머니가 터진 듯 이야기를 쏟아내는 엄마를 자꾸만 쳐다보게 됩니다. 엄마가 쉰 살 때, 예순 살 때, 일흔 살 때, 왜 이렇게 마주앉지 못했을까. 걸음에 걸음이 더해질수록 엄마의 기억도 차츰 더 선명해지고 깊어집니다. 걷기에 대한 엄마의 욕심도 더해집니다. 걷지 않는 날이면 종종 전화를 걸어와선 점찍어둔 골목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하고, 갔던 곳을 또 가보자는 재촉으로 아끼는 골목에 대한 애정을 피력하시기도 합니다. 아들과 함께 걷는 일이 아니었대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보셨을까. 엄마는 일전에 갔던 곳에서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 신기를 발휘합니다.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자리에서 멈추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에는 두 가지 골목이 있다. 엄마와 함께 걷는 골목과 엄마 마음의 골목. 두 골목이 모여 엄만의 동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동네의 이름도 진해일까. ―“70년을 한 도시에서 산다는 건, 3대를 아는 것과 비슷하단다.” 때론 시처럼 때론 소설처럼 이 산문은 흩뿌려졌다 쏟아졌다가 엄마와의 진해 걷기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털어놓습니다. 엄마는 말하고 아들은 옮겨 쓰고, 엄마는 추억하고 아들은 상상해가며 진해로부터 시작하고 진해로 돌아오고는 하지요. 진해의 역사를 함께 들여다보는 줄 알았는데 말하다보면 어느새 엄마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고, 진해의 거리를 함께 걷고 보는 줄 알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엄마의 일상을 바라보고 있고, 미묘하게 교차되는 진해와 엄마의 속속들이 속에 이런 고백들은 참 아픕니다. 아들과 걸어 행복하고, 남편과 걷지 못해 불행한 여인. 엄마는 내가 모르는 무엇을 얼마나 더 지니고 있을까요. -다시 육체. 아버지가 죽은 뒤 수영복을 입은 엄마를 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탁구 연습을 하다가, 농담처럼 내게 말하곤 했어. 피란길에, 또 부산에서 장사를 하는 동안, 너무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운이 좋아 보리쌀이라도 생기면, 이번엔 반찬이 없어서 소금을 씹으며 버텼다고. 그래서였을까. 혈압이 너무 높더라고. 가난이 그이를 병들게 한 게야.” 가난은 누군가를 만나게도 하고 누군가와 이별하게도 한다. ―이제 그만 걸어도 되겠다고 말해도, 엄마는 내가 모르는 새로운 골목을 꺼내고 또 꺼냈다.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아들이랑 걸을 땐 힘든 것도 종종 잊어.” 엄마가 사족처럼 덧붙였다. “네가 없으면, 걸어본다 진해, 그 책 들고 걸으면 돼. 아들과 같이 갔던 골목이니까.” 엄마와 함께 걷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려울까마는 막상 하자고 들자면 도통 만만한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시간을 내어야 하고요, 보폭을 맞춰야 하고요, 무엇보다 서로의 입과 귀에 예민해져야 하는 선행이 앞서 준비되기도 하거니와 일단은 엄마가 살아서 우리 곁에 있지 않으면 절대로 행할 수 없기에 가능한 시간을 재촉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어려운 일을 김탁환 작가와 그의 엄마가 앞서 경험해주었습니다. 그러나저러나 김탁환 작가가 왜 이런 책을 썼을까요. 빤하지만 새겨볼 대목이라 여깁니다. 이렇게요. “독자들도 저마다의 골목을 엄마와 걷고, 이야기하고,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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