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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동경은 편지조차 할 줄 모르고눈 감으면 나방이 찾아오는 시간에 눈을 떴다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당신이 꽃으로 글을 쓸 때 나는 당신으로 시를 쓰지요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긴 하루의 동선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조개가 눈을 뜨는 이유 하나 더바다는 아래로 깊고 나는 뒤로 깊다이 시계는 느리게 가니까 다른 걸 쳐다보라고 했어요입에 담지 못한 손은 꿈에나 담아야 해요섬은 우산도 없이 내리는 별을 맞고한입 크기의 연어 조각으로 오늘을 지우고 싶어코스모스가 회복을 위해 손을 터는 가을필 꽃 핀 꽃 진 꽃첫 눈물을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해요약속된 꽃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묻는 말들아무리 기다려도 겨울만 온다더 중요한 건 말하지 않아도 돼싹부터 시작한 집이어야 살다가 멍도 들겠지요선명해진 확신이 노래도 부를 수 있대요네팔에서의 밤들네팔에서의 날들빛이 밝아서 빛이라면 내 표정은 빛이겠다빈 그릇에 물을 받을수록 거울이 넓어지고 있어요바다를 통해 말을 전하면 거품만 전해지겠지풀로 뒤덮인 길과 팔짱을 끼던 날이었어요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동백은 예쁘고 할말을 숨긴 소녀그는 나보다 아름다워요그늘을 벗어나도 그게 비밀이라면귤의 이름은 귤, 바다의 이름은 물가만히 있다보니 순해져만 가네요하고 싶은 말 지우면 이런 말들만 남겠죠장미가 우릴 비껴갔어도 여백이 많아서 우린 어쩌면참고 있느라 물도 들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비어 있는 모든 집들은 그가 사는 집이다나는 바다가 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투명해진다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제주를 떠나 있어 보려고요‘부다페스트’라고 발음하면 어떻게 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