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유년에서 소년.소녀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불안한 길목을 든든하게 응원하는 여섯 이야기 ― 신인작가 이숙현의 첫 동화집 이 책은 신인작가 추천 제도를 운영하는 월간 『어린이와 문학』이 2007년에 신인 동화작가로 추천한 이숙현의 첫 동화집이다. 신인작가로 추천되기 전 『어린이와 문학』에 응모해 실린 단편동화 한 편과 추천된 뒤 발표한 동화 세 편에 더해 미발표작 두 편을 엮은 이 동화집은 아동문학 작가들이 자발적인 참여로 창작 활성화와 문학 담론 형성을 위해 발행하는 월간 『어린이와 문학』이 이룬 귀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수록작 모두 팍팍한 현실을 살아내는 오늘날의 평범한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그들의 복잡다단한 심리와 현실을 적실한 상징과 익살스런 비유로 능숙하게 묘사해 독자의 공감을 불러낸다. 그런 뒤 아이들의 개성과 잠재된 용기를 북돋우는 방식의 마무리를 통해 그들을 격려한다. 그로써 이 책을 읽을 어린이 독자들도 저마다의 개성을 되새기고 용기를 얻을 것이다. 평범한 사물과 행동에 투영된 아이들의 성장통 초코칩 쿠키와 ‘안녕’이라니, 대체 어떤 인사일까. 표제작 「초코칩 쿠키, 안녕」의 주인공 ‘나’는 어려서부터 초코칩 쿠키를 입에 달고 살아왔다. 늘 먹었고 늘 먹을 수 있던 초코칩 쿠키. 그런데 어느 날, 그 달콤한 쿠키의 뒷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 순간 ‘나’는 또다른 ‘나’가 돼 있다. 이렇듯 이 작품은 아이들의 미묘한 심리나 성장통을 편하고 쉬운 사물과 행동으로 상징화해 드러낸다. 체육 선생님 가르침대로 하지 않은 뜀틀 넘기가 ‘자아 재발견’으로 이어지고(「뜀틀, 꿈틀」), 막무가내 엄마의 공부 강요로 심장이 배꼽 아래로 뚝 떨어지며(「오운리 잉글리쉬」), 엄마가 집을 나갔을까 봐 불안한 마음이 설사를 일으킨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이들의 성장, 그 와중에 겪는 팍팍한 현실과 불안, 고민 등이 일상적인 사물과 행동으로 형상화되면서 어린이 독자에게 ‘나 자신에 관한, 혹은 내 옆 친구에 관한 이야기’로 실감할 수 있도록 이끈다. 아이들 내면의 용기를 북돋우는 익살스런 상황과 비유 작품 곳곳에 스민 유머 또한 독자를 잡아끄는 장점이다. ‘손 안 짚고 뜀틀 넘기’가 ‘위험한 짓’에서 ‘남이 못하는 재주’로 바뀌는 순간, 영어로만 말하기를 강요하는 엄마한테 침 튀기며 영어로 말했다가 엄마 입을 다물게 하는 순간, 좋아하는 여자아이와의 첫 대화가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 설사를 하다가 들키는 바람에 이루어지는 순간 등, 발상의 전환과 반전을 담은 익살스런 상황 설정과 비유를 작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의 불안과 두려움이 감당 가능한 것으로 다가오고, 아이들을 옥죄는 현실이 충분히 헤쳐나갈 만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렇다고 절박한 문제상황이 낭만적으로 흐려지는 건 아니다. 아이들 내면에 잠재한 용기와 개성을 불러내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에 대응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뭔가 내 가슴에서 꿈틀, 하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꿈틀, 하고 움직였다. (…) 나는 그것을 꼭 움켜잡을 것처럼 왼손 위에 오른손을 포개어 꿈틀거리는 가슴에 갖다 댔다. 자꾸만 웃음이 났다.”(「뜀틀, 꿈틀」에서)며 아이들이 설렘 속에서 자신을 긍정하게 되는 장면들이 독자에게 기분 좋은 흐뭇함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