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삼국유사》부터 〈박씨전〉까지 문제적 ‘고전 스캔들’만 모았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었던 고전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고전문학의 독보적 해설가 유광수 교수가 새롭게 들려주는 고전 스캔들 유광수 교수는 고전소설과 현대소설, 설화와 동화, 구비문학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옛이야기에 새로운 상징과 가치를 부여하는 데 탁월한 우리 고전문학의 독보적 해설가이자 커뮤니케이터이다. 그가 이번에는 고전 중에서도 아름다울 것만 같은 사랑 이야기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과 집착, 광기가 빚어낸 이야기에 주목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스캔들은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또는 불명예스러운 평판이나 소문’을 뜻한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고전은 당시에도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을 이야기들이다. 《고전 스캔들》에는 선덕여왕을 흠모한 죄로 불귀신이 되어버린 역졸의 사연, 통일신라 때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던 최치원을 둘러싼 해괴한 이야기, 경남 밀양부사의 딸 아랑의 죽음에 얽힌 전설 등 당시의 세태와 여성의 지위, 사회적 문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기담이 담겨 있다. 저자는 고전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로 귀결되는 천편일률적인 해석이 아닌 인간의 본성과 당시의 사회적 현실에 근거하여 주도면밀하고도 입체적으로 해석한다. 〈옥루몽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구운몽》, 《삼국유사》, 《홍계월전》 등 수많은 고전문학을 우리말로 해석하고 연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자가 고전을 연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전이 남의 이야기면서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문화적·사회적 영향에 따라 조금 다를 뿐 시대, 남녀, 나이를 불문하고 인간의 본성은 동일하다. 그렇기에 저자는 고전문학이 옛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한다. 《삼국유사》 ‘조신’은 사랑의 화신이었다? 운영을 향한 안평대군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선덕여왕을 흠모한 지귀는 불귀신이 되었다? 꿈에 그리던 이와도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삼국유사》의 승려 ‘조신’ 이야기, 통일신라 말 문장가 최치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수이전》의 ‘쌍녀분’ 이야기, 조선시대 실학자 박지원이 쓴 〈열녀함양박씨전〉, 안평대군과 그의 궁녀 운영, 김진사의 사랑을 그린 〈운영전〉, 야수만도 못했던 〈선녀와 나무꾼〉의 나무꾼 이야기, 섹스 중독에 빠진 〈변강쇠가〉의 변강쇠와 옹녀 이야기, 부마 자리도 마다한 조선 최고의 로맨티스트가 등장하는 〈윤지경전〉, 결국 칼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은애전〉 등 18편의 이야기에는 지금까지 전해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저마다의 기막힌 사연과 주제를 품고 있다. 책에는 모든 사랑의 시작인 짝사랑, 예고 없이 찾아오는 첫사랑,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풋풋한 사랑, 경이로운 사랑도 담겨 있지만 사회적 폭력과 강요로 은폐된 사랑, ‘열녀 이데올로기’에 갇혀버린 사랑 없는 사랑, 마음 따로 몸 따로 움직이는 파편화된 사랑, 굶주린 아귀 같은 마스터베이션에 그치는 잘못된 사랑 등 오늘날의 사랑 세태에 견주어 생각해볼 만한 참혹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짝사랑, 파편화된 사랑, 은폐된 사랑, 경이로운 사랑, 온갖 사랑 이야기에 담긴 인간의 욕망을 파헤치다 《고전 스캔들》은 인간의 본성 중 가장 기본적인 사랑 이야기를 통해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의 유용함, 가치를 묻고자 한다. 몹시 짝사랑하던 여인과 꿈속에서 가정까지 이룬 승려 ‘조신’ 이야기는 현실을 감당하지 못한 사랑의 무모함을 알게 되고, 〈선녀와 나무꾼〉의 나무꾼은 선녀 입장에서 보면 참혹한 호러 무비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불륜은 말 그대로 윤리적이지 못한 일이고 옛이야기에도 언제나 부정적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불륜을 저질렀는데도 처벌을 받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19세기 소설 〈절화기담〉과 〈포의교집〉은 외부의 상황에 맞춰 마음의 태도를 바꾸는 인지부조화의 절정이라 할 만하다. 조선의 실학자 박지원은 ‘열녀함양박씨전’에서 사랑 아닌 것을 사랑이라 믿으며 남편을 따라 죽는 괴상한 현실을 가리켜 ‘얼어 죽을 놈의 열녀’라는 말을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고 짐작해본다. 고전 속 각각의 인물이 갖는 특징과 당시의 시대상을 함께 살펴보는 저자의 해석을 따라 가다 보면 단순히 옛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오늘의 우리를 비춰보는 거울로 삼기에 충분하다. “동화는 일류의 첫 번째 조언자이다”라는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전해진 우리 고전문학에는 귀감(龜鑑)이 될 이야기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