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흰 개

곽은영 · Poem
1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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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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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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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1부 불한당들의 모험 1 / 불한당들의 모험 2 / 불한당들의 모험 3 / 불한당들의 모험 4 / 불한당들의 모험 5 / 불한당들의 모험 6 / 불한당들의 모험 7 / 불한당들의 모험 8 / 불한당들의 모험 9 / 불한당들의 모험 10 / 불한당들의 모험 11 / 불한당들의 모험 12 2부 벽의 견해 / 고양이 헨리 4세 / 셀프 포트레이트 / 줄무늬 마야 / 스탕달 신드롬 2 / 너는 / 고양이 헨리 4세를 위한 부록 / 달콤쌉쌀한 어둠 / 겨울 별자리의 복화술 / 무화과 / 불새 / 고양이 구출 작전 / 머리통이 도토리 같았던, / 파란 뱀과 한철 / 비정형 사춘기 / 투명인간의 여행 가방 / 소녀와 소녀 / 불량 엽서 / 낯설지만 뻔한, / 악어의 꿈 / 불 꺼진 메리고라운드 / 롤리타 그루피 / 스탕달 신드롬 / 스탕달 신드롬 3 / 회중시계 / 야구하기 괜찮은 계절 / 점핑 19세 / 그 집은 변기가 문제 / 아홉 개의 가을 아이콘 / 스타세일러

Description

나는 내가 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믿으며 내가 하는 것을 한다 _「불한당들의 모험 6」 부분 나는 사실 길에서 태어날 뻔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다. 아빠는 내가 7시에 태어났다고 하고 엄마는 내가 7시 반에 태어났다고 한다. 죽은 할머니는 내가 6시 반에 태어났다고 한다. 실수를 누군가는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시한다. 정확한 것은 내가 바다를 사랑한다는 것.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바다를 붙인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아, 바다 같구나, 너에게서 바다 냄새가 나는구나. _「불한당들의 모험 8」 부분 중력을 이기고 날아오르기 위해 비행기는 초월적인 힘으로 달린다 지상으로 곤두박질치지 않기 위해 초월적인 힘으로 달린다 당신의 발이 중얼거렸다 가볍게, 어떻게 사랑이 무거울 수 있지? 당신의 가슴이 말했다 커다란 프로펠러를 향해 돌진할 수 있었다면 아마 공중 계단을 밟았을지도 당신의 무릎을 껴안고 내가 중얼거렸다 우린 우리의 무게를 견뎌야 해요 곧바로 서 있으려면요 당신의 무릎이 다정하게 대답했다 당신의 손은 아무 말 없이 곤히 자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 혼자 타는 시소처럼 한쪽으로 기울었던 우리들 사랑의 중력?그것의 무게는 얼마일까 _「불한당들의 모험 10」 부분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곽은영 시인의 첫 시집 『검은 고양이 흰 개』를 문학동네포에지 29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2008년 5월 랜덤시선 40번으로 첫 시집을 묶었으니 그로부터 꼬박 13년 만이다. 초판에서 몇 편을 덜어내고 첫 시집 이후에 쓰였으나 어느 시집에도 묶이지 않았던 시편들을 채워넣어 총 42편의 시를 실었다. 초판 해설에서 함성호는 곽은영의 시가 중요한 지점은 2000년대 시가 가지고 있는 언어의 채색술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언어가 가진 얽힘의 체계를 만들어 시어의 공간과 장소성을 획득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라 보았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통해 상징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곽은영은 2000년대 시의 중요한 징후를 발견하고 그것을 구조적으로 이끌고 있다(「네버랜드, 네버엔딩을 선택한 웬디」). 김혜순 시인은 말한다. 곽은영 시인의 “이 시집에 실린 시를 읽는 사람은 누구나 여성 신화를 읽을 때처럼 단어, 어휘, 그 자체가 아니라 단어, 어휘가 발설되는 순간의 파롤, (……) 거울 나라의 서사 구조에 근거해 공중을 날 듯 매 순간 떠나는 여성적 존재의 비상에 자신들의 모험 항로를 아로새겨보아야 한다”고. 너는 왕이었으나 늙고 절름발이가 되어 차갑게 식었고 너는 다 자라자 자신의 땅을 찾아 떠났다 너는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두 번 어미가 되었고 너는 영원한 아기로 곁에서 가르랑거렸다 너는 봄에서 출발했으며 너는 체취로 엮은 빈집을 주었고 너는 가을에서 고꾸라졌다가 겨울에서 뛰어올랐다 너는 투명한 다리를 건너 지붕에서 지붕으로 너의 움직임을 따라 허공 속 숨어 있던 공간이 열렸다 닫히고 톡톡 작은 시간 알맹이가 그 자리에 남았다 너는 말의 초라함과 우스꽝스러움을 가르쳐주었고 발톱을 꺼냈다 넣었다 선선한 사랑을 건네주었다 때때로 발톱에 실밥이 풀리기도 했으나 새 기억은 시간 한 줄을 더 널었다 너는 커다란 형상이면서 수많은 작은 점으로 너를 품은 여기와 거기를 보여주는 너는. _「너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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