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1892년 도쿄에서 태어나 다이쇼 시대에 활약한,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사후 8년이 지난 1935년에는 그의 업적을 기려 아쿠타가와 상이 제정되었고, 일본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로 지금까지 매년 신인 작가에게 수여되고 있습니다. 아쿠타가와는 대학 재학 중에 쓴 단편 <코>로 나쓰메 소세키의 극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했습니다. 그렇게 그가 문학의 길을 걷게 된 데에는 나쓰메 소세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 후로 아쿠타가와가 생을 마칠 때까지 그의 삶과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쿠타가와는 인간의 모순된 심리, 예술을 향한 열망 등을 투영한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특히 당시 문단에서 지배적이던 자연주의 소설이나 사소설과는 달리, 고전과 역사에서 모티프를 따온, 격조 높고 기지 넘치는 단편을 많이 썼습니다. 그의 작품은 전기와 후기에서 꽤 차이를 보이는데, 전기에는 〈라쇼몬〉, 〈코〉, 〈마죽〉 등 인간 내면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고든 작품을 비롯해 〈지옥변〉, 〈희작삼매〉 등 예술을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예술가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적 이상을 그린 작품이 많습니다. 그러나 만년의 아쿠타가와는 잦은 발병과 신경쇠약, 집안 문제 등으로 점점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갔습니다. 특히 정신이상으로 일찍 세상을 뜬 생모에 대한 기억은 평생 그를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게 했습니다. 삶에 대한 회의, 발광에 대한 불안, 잦은 발병 등으로 점점 쇠약해져 가는 그의 모습은 〈다이도지 신스케의 반생〉, 〈어느 바보의 일생〉, 〈톱니바퀴〉, 〈점귀부〉, 〈암중문답〉 등 만년의 자기 고백적인 작품들 속에 투영되어 나타납니다. 1927년 아쿠타가와는 결국 유서를 남기고 서른다섯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의 죽음은 당시의 문단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단지 인기 작가의 자살이어서가 아니라, 다이쇼 시대의 대표적 지식인이던 당대 최고 문학자가 시대에 굴복했다고, 그렇게 다이쇼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쿠타가와의 작품은 지금까지 국내에도 여러 선집으로 소개되었지만, 그의 작품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작가의 배경과 내면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주로 자전적 고백이 담긴 만년의 작품과 유고, 서간을 중심으로 아쿠타가와의 생각과 사상이 잘 드러난 문장과 글을 엮어내게 되었습니다. 1장은 아쿠타가와의 문장을 뽑아 주제별로 엮었습니다. 소설보다는 만년에 신문에 연재한 아포리즘 형식의 수필 〈난쟁이의 말〉을 비롯해 수필과 평론 등에서 주로 뽑았습니다. 아쿠타가와의 작품에서 늘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지는 인간과 예술에 대한 생각, 또 작가와 인간으로서 느낀 고뇌와 회한을 볼 수 있는 문장들입니다. 2장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일종의 자전적 스케치인 〈어느 바보의 일생〉과 친구에게 남긴 〈어느 옛 친구에게 보내는 수기〉를 실었습니다. 〈어느 바보의 일생〉에는 상징과 함축적인 표현 등 작가의 배경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되도록 정설로 여겨지는 사실을 각주로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했습니다. 3장은 친구와 아내 등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췌해 구성했습니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그의 편지를 읽다 보면, 작품의 이면에 감추어진 생각뿐만 아니라, 아쿠타가와의 인간적인 면 또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4장은 동료 작가들이 아쿠타가와를 추억하며 쓴 글로, 그 당시 함께 활약했던 문인들의 눈에 비친 아쿠타가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싣고 싶은 글들이 많아 글을 넣고 빼는 편집 과정이 반복되었고, 어쩔 수 없이 빠진 글들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작가를 온전히 이해하기에 여기에 실린 글로는 많이 부족하겠지만 그의 작품 세계에 다가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