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 Novel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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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감각적 사유와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고유한 시 세계를 개척해온 신용목 시인의 소설집. <재>는 시의 언어로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시간의 형체”를 더듬어간다. 그 형체는 작품 속에서 화자인 ‘나’, 그리고 그와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한 모와 그의 누나 현으로 구현된다. 한 줌의 재가 된 모를 배웅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현재와 15년 전의 기억을 오가고, 당시 알지 못했던, 혹은 서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은 하나둘 표면으로 떠오른다. 의지할 곳이 서로밖에 없지만 서로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아픔밖에 주지 못했던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독백을 통해 모와 현, 조카 섭, 그리고 ‘나’의 애인 수의 이야기가 스며들듯 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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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이야기의 시간 … 7 마음의 미래 … 12 이유의 주인들 … 17 오래된 문법 … 23 유적지의 시간 … 29 젊음의 무의미 … 34 취중 농담 … 41 주어와 주인공 … 49 진열된 밤 … 57 모와 현과 섭 … 61 곰돌이에게 … 67 시선의 천국 … 73 적산가옥 … 77 성실한 이별 … 81 고백과 배려 … 86 익숙한 고통 … 94 제 몫의 시절 … 99 고독의 상형문자 … 105 여름의 끝 … 109 아무도 모르는 … 115 너였지만 아닌 … 121 고고학자이며 시인인 … 125 영원히 깨지고 있어서 … 128 우리 앞에 부려진 … 134 고독이라는 장르 … 139 마지막으로 모와 … 144 불과 식사 … 150 이야기의 몸 … 152 여전히 실재하는 … 154 외롭고 무서운 말 … 157 지금은 아니라고 … 165 이별의 역사 … 171 용서의 불가능 … 175 그곳에 있는 … 181 차갑고 검고 출렁이는 … 185 울창한 맹목 … 190 사라진 마을 … 192 작가의 말 … 199

Description

“내가 이 사랑에 더 성실했으니까, 괜찮아.” 지극히 사적(私的)이면서도 더없이 시적(詩的)인 시인 신용목의 첫 소설!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감각적 사유와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고유한 시 세계를 개척해온 신용목 시인이 이번에는 소설 <재>로 찾아왔다. 지난 2016년 출간된 그의 첫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에 이어 난다에서 펴낸 또 한 권의 책이자 그가 도전하는 또하나의 새로운 장르다. <재>는 시의 언어로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시간의 형체”를 더듬어간다. 그 형체는 작품 속에서 화자인 ‘나’, 그리고 그와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한 모와 그의 누나 현으로 구현된다. 한 줌의 재가 된 모를 배웅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현재와 15년 전의 기억을 오가고, 당시 알지 못했던, 혹은 서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은 하나둘 표면으로 떠오른다. 의지할 곳이 서로밖에 없지만 서로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아픔밖에 주지 못했던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독백을 통해 모와 현, 조카 섭, 그리고 ‘나’의 애인 수의 이야기가 스며들듯 얽힌다.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더없이 시적인 신용목 시인의 문장들은 인물들을 독자의 눈앞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마음속으로 불러낸다. 한 사람이 지상에 머무는 시간 동안 느끼는 모든 감정을 한 권의 책으로 녹여낼 수 없기에 시인은 시를 쓰듯 문장 하나마다 많은 것을 응축해낸다. 그가 시 「예술영화」에서도 말했듯, <재>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기 위해, 존재하기 위해 이렇게밖에 말해질 수 없었다(“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순간이 있지/이렇게 말하지 않으면//사라지는 일들이 있어서”). <재>에서 시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비행운이 긋고 간 저녁처럼 고요 속에 묻”힌 말들이며, 사물들로부터 떨어져나온, “갈라지도록 해지도록 누군가를 부르고 무언가를 말하는” 말들이다. 알아듣기 힘든 미세한 주파수를 지닌, 그렇기에 더더욱 귀기울여야 할 말들로 쓰인 이야기이다.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가 ‘아름답고 찬란한 빛의 찰나’를 얘기하는 책이 아니라 ‘그 환함의 전등이 완벽하게 소등된 이후의 깜깜함’에서 시작하고 끝이 나는 책이었음을 기억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소설에서 신용목 시인이 글로 행하는 치유법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현실을 더 아프고 더 모질게 서술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온몸을 바닥에 내려놓게 하고, 더이상 내려갈 수 없으니 결국 그 바닥을 차고 오르게 한다. 이와 비슷한 결을 지닌 <재> 역시 반복되는 시인의 부정이 야기하는 긍정의 힘을 믿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깊은 상처와 절망에도 불구하고 삶과 시와 공동체에 대한 믿음을 은유로 이어 나가”는(노작문학상 심사위원회) 신용목의 시편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그의 소설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아주 긴 이야기 속에서 태어난 것이며, 일생을 그 이야기의 거미줄에 걸려 파닥이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살던 소읍을 떠나온 지 15년이 되던 해, ‘나’는 학교 동창인 범으로부터 친구 모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듣는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회사에 다니며 과연 모든 것은 이유가 있고 예측 가능한 것일까, 하는 질문을 곱씹던 ‘나’의 세상은 그렇게 뒤흔들린다. 모의 부고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후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거미줄처럼 방향을 바꾸어가며 시간을 거슬러올라가기도 하고, 과거의 사건을 서술하다가도 현재 화자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독백에 빠지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을 역행과 순행으로 바꿔가며 이어지는 서사는 모와 ‘나’의 학창 시절 사이사이에 모의 죽음 이후 ‘나’의 삶을 엮어넣는다. 이러한 전개를 따라가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죽음은 생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다. 이는 시각적 혼동으로 이어져, ‘나’는 장례식장 화장실 거울 앞에 잠시 기대놓은 모의 영정 사진을 보고 순간 모의 얼굴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로 착각하기도 한다. 고등학생이던 모의 15년 뒤 얼굴이자 2년 전 수의 고별 파티에서 우연히 보고도 당혹감에 못 본 척했던 모의 얼굴이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눈 속의 실핏줄이 터져 “날마다 밤이 찾아오는 세계”에 남겨진 화자가 자신의 내면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러한 기억 속 얼굴들, “내 몸 어딘가 통증으로 남은 사람들, 아니 통증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며, “내 몸이라는 세계 속에 사는 사람들”이다. 신용목 시인은 작중 화자의 입을 빌려 “우주비행사가 우주에서 무엇을 만날지 모르듯이 시인은 인간의 내면에서 무엇을 만날지 모른다”고 덧붙여 적는다. 이는 비단 화자인 ‘나’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재> 속에는 간단히 요약할 수 없는 ‘나’와 모, 현 사이의 복잡한 감정과 여러 사건이 입체적으로 포개져 있다. 자신을 위해 대학을 가는 것마저 망설이던 동생 모 때문에 현이 느끼던 죄책감과 미묘한 원망, 현과 조카 섭을 향한 모의 증오 섞인 애정과 ‘나’를 향한 감정, 거기에 ‘나’가 애써 눌러두었던 현에 대한 마음까지. ‘나’는 “작은 숨소리에도 와르르르 무너져내릴 것” 같은 무언가가 되돌릴 수 없이 깨져버릴까봐 모와 현을 찾던 발길을 끊어버린다. “만약 우리가 마음을 전시하는 그 방법을 알았다면, 우리는 조금 덜 슬펐을까” 하고 ‘나’는 자문한다. 그들의 감정은 그들 스스로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모의 죽음 이후에 비로소 마주하는 감정, “죽은 다음에도 끝없이 시체 밖으로 걸어나오는 저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인에게 있어 “이 세계에서 인간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재는 가장 오랜 과거의 것이자 가장 먼 미래의 것이다. 이야기의 것이다.” 신용목 시인은 시를 통해 “현실의 지층에 고고학적 시선을 던짐으로써 파묻힌 기억을 복구하고 재생”시켜왔다(월간 현대시 심사위원회). 그의 첫 소설은 그의 시가 추구해온 작업을 이야기의 형태로 이어간다. 그로써 “망각된 과거의 지층을 탐사하고 발굴하여 그 흔적을 복원"한다. 시인이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써내려간 이야기의 끝은 모든 시간이 한 줌의 산화된 재로 변할지언정 “사라진다고 해서 애초부터 없어도 좋을 시간은 없다”는 사실에 다다른다. 그 시간의 형체는 결국 지금의 자신을 만든 사람이며, 사랑은 그 사람의 시간 동안 천천히 일어난 기적을 만지는 것이므로. 시인은 수의 미술작품에 이러한 메시지를 담는다. 이제는 땔감이 된 작품에 수는 처음 ‘자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중에는 ‘관계’가 되었다가 다시 ‘기억’을 거쳐 최종적으로 ‘문’으로 결정되었다. 수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게 무엇인지 표현하고 싶었다. 마침내 그 무엇이 자신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다다랐고, 그들은 자신을 열고 들어왔고 또 나갔다. 말하자면 인간은 서로에게 문인 것이다. (……) 그래서 수는 실제 문에 자신이 거쳐온 사람들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그려넣었다. 한 해에 한 명씩. 나름은 그해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던 사람을 그렸는데, 자신이 태어난 첫해의 어머니부터 지난해의 나까지 총 서른두 명이었다. 그리고 다시 본래 문이 가진 색으로 덧칠함으로써, 자신이 그들을 지나왔음을 표현했다. 결국 수의 작품은 문을 이용해 문을 남기는 작업으로 완성되었다. (102쪽) 모의 몸이 그랬듯, 수의 작품 역시 한 줌의 재로 남는다. 작품 속 재는 타고 남은 가루의 재, 각자가 인생에서 넘어가는 수많은 고개의 재, 제사를 지낼 때의 마음과 올바르고 깨끗한 행동을 말할 때의 재(齋), 곁에 있음을 나타내는 재(在), 쓸 만하거나 값어치가 있는 것을 골라내고 남은 찌꺼기로서의 재(滓), 그리고 다시 재(再) 등등 쓰려고 하면 다각도의 의미로 해석되는 재이다. 귀퉁이가 찢긴 진회색 방수포를 질감과 이미지로 표지에 구현하여 이 수많은 재를 한데 모아담고자 했다. 그렇게 모여 한 권의 책에 담긴 재의 의미는 다음과 같은 시인의 말로 어느 정도 수렴되지 않을까 한다. 어둠을 말하기 위해 빛을 말해야 하는 것처럼, 실재를 말하기 위해 필요한 허구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재’는 그 사이 투명하게 펼쳐진 수평선 같은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