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신승은을 아시나요? 그는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주로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실은 농성장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어요. 또 <마더 인 로> <프론트맨> 등의 인상적인 단편을 만든 영화감독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손수현 배우와 함께 비거니즘 에세이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를 펴내면서 저자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기도 했죠.
저는 신승은을 뮤지션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그는 제가 아는, 사랑 노래를 가장 잘 만드는 이입니다. 그가 만든 3분의 세계 안에서 사랑은 담담하고 뾰족하게 빛납니다. 그의 정규 2집 타이틀곡인 <사랑의 경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발견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발명됐을 것”
궁금했습니다. 이런 노랫말을 쓰는 사람이 책 한 권에 담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아무튼, 할머니』에는 저자가 자신의 삶에서 ‘발견’한 여러 할머니들이 등장합니다. 사랑은 딸기의 무른 부분을 도려내고 주는 일임을 알려준 외할머니, 트럼프의 세계기후조약 탈퇴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수갑을 차고 연행된 배우 제인 폰다, 나이 아흔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간 아녜스 바르다, 멋진 피드백이란 무엇인지 알려준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까지. 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거리에서, 마을버스 안에서, 시위 현장에서 만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노년 여성들의 표정까지도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이 책은 언젠가는 할머니가 될 미래의 우리를 ‘발명’하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무사히 살아남아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인 저자는 말합니다. “할머니들은 잘 묻는다. 모르는 사람의 장바구니부터 잘 안 보이는 작은 숫자까지. 나는 그 질문들에 대답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아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계절의 변화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 『아무튼, 할머니』와 함께 나의 아름다운 변화를 발견, 혹은 발명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