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재조명하는 농밀한 심리묘사의 대가 가쿠다 미쓰요의 최신작. 2004년 『대안의 그녀』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후, 악의와 증오를 테마로 한 단편집 『죽이러 갑니다』, 유괴사건을 다룬 『8일째 매미』 등에서 가쿠다 미쓰요는 범죄를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범죄라는 환부를 통해 일상의 섬뜩한 현실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의 스타일은 이 작품 『종이달』에서 더욱 치밀하고 날카로워졌다.
고객의 돈을 조금씩 착복하다 급기야 거액의 횡령으로 이어져 해외로 도주하게 된 은행 계약직 여성의 회상. 그리고 그녀를 기억하는 주변인물의 허무한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만들어지는 불안의 정서가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주인공은 왜 범죄를 저질러야 했을까?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의 삶 역시 불만족스럽다는 사실을 환기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현실 속에 아무렇지 않게 묻어두었던 불안하고 위태로운 자아를 들춰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