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 누구나 차이를 알지만 아무도 이유를 모른다!
왜 남자들 대부분은 전화로 수다를 떨지 않고 용건만 말할까? 왜 남자들은 컴퓨터 게임, 새로운 기계 장치, 최근 있었던 축구 경기의 점수에 열광하고, 여자들은 친구와의 관계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할까? 이러한 남녀 차이는 모두 양육과 교육에 의해 후천적으로 나타난 것일까?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문제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접근하기 매우 조심스러운 주제다. 이 책의 저자이자 케임브리지 대학의 실험심리학과 교수인 사이먼 배런코언은 자폐 아동에게는 “마음읽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에서 남녀 차이를 발견하고, 남자와 여자는 “서로 뇌가 다르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여성 뇌 유형이 공감하기와 의사소통에 더 적합하다면, 남성 뇌는 컴퓨터와 기계, 정치와 음악 같은 물리적 ? 추상적 체계를 이해하고 구성하는 데 더 적합하다는 것. 저자는 언뜻 혁신적이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 주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지난 20년간 수행된 혁신적 연구 결과를 풍부한 사례와 과학적 증거를 들어 명료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언뜻 생각하기에 별로 관계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개념들, 즉 남녀간의 행동적, 인지적 수준에서의 차이와 자폐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흥미롭고 독창적으로 보여 주며, 남녀의 근본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단점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한 남매가 있다. 어릴 때부터 사물이나 기계에 흥미를 가진 오빠는 작동 원리를 알아보겠다며 장난감 자동차나 라디오를 온통 분해해 놓아 엄마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게임 카드나 온라인 게임 아이템 수집에 용돈을 쏟아 붓는다. 나이가 들면서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기술들을 척척 배운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만 친구의 기분이나 감정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거기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여동생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장난감 자동차 따위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인형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마치 사람처럼 대하며, 남자 형제보다 말을 배우는 게 빨라서 어른들과 정서적 유대를 빨리 맺는다. 이 아이는 친한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잡담을 하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며, 타인의 행복이나 불행에 자기 일처럼 울고 웃는 따뜻한 사람으로 자란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로,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남매가 이렇게 다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이거나 문화적인 요인이 전부라고 보기에 이런 차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저자는 이런 남녀 차이의 문제를 정치 ? 사회적 이슈로 쟁점화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오로지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물론 남녀 차이에 대한 이러한 연구 결과가 모든 남자와 모든 여자가 그렇다는 성 전형화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남성과 “평균적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공감하기와 체계화하기
배런코언은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가 각각 “공감하기empathizing”와 “체계화하기systemizing”라는 두 차원으로 발달했다고 이야기한다. 즉 여성의 뇌는 “공감하기”에 적합하게 되어 있고, 또 그렇게 진화했으며, 남성의 뇌는 “체계화하기”에 어울리게 발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어느 능력을 더 많이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공감하기와 체계화하기 능력의 많고 적음에 따라 뇌는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E형 뇌 Empathized Type Brain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적절한 정서로 반응하는 공감하기 능력이 우세한 뇌이다. 이 사람은 타인의 마음상태와 정서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데 탁월하다. 이러한 유형의 뇌를 가진 사람이 여성에 많아 흔히 E형 뇌를 “여성 뇌”라고도 한다.
S형 뇌 Systemized Type Brain 체계를 분석하고, 탐색하고, 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난 뇌이다. S형 뇌인 사람은 사건이나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예측하길 좋아하고, 또 거기에 소질을 보인다. 체계화하기에 적합한 이런 뇌를 남성 뇌”라고도 한다.
B형 뇌 Balanced Type Brain 공감하기 능력과 체계화하기 능력이 비슷한 사람이다. 이런 뇌를 “균형 잡힌 뇌”라고 하는데, 여성과 남성의 장점이 골고루 섞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자폐증은 극단적인 남성의 뇌의 한 경우이다
공감 능력이 아주 낮고 체계화 능력은 아주 뛰어난 사람은 어떻게 될까? 배런코언은 공감하기와 체계화하기 성향의 차이로 남녀 차이를 설명할 뿐 아니라, 자폐증을 설명하는 데도 이 개념을 사용한다. 자폐증은 사회적 관계가 손상되어 있고 사람을 물건처럼 대하는 증상인데, 저자는 이런 증상은 극단적 남성 뇌, 즉 공감 성향은 지나치게 낮고 체계화 성향은 높은 뇌 때문에 나타난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아스퍼거 증후군 같은 고기능 자폐를 포함한 이들 자폐아 중에는 의사소통은 잘 못하지만 수학 계산이 번개처럼 빠르다든가, 정확하게 열차 시간표를 기억해서 줄줄 읊는 “재능의 작은 섬”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 이들은 세계를 예측하거나 통제하는 일을 좋아하지만 사람처럼 예측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을 대하면 대개 불안해지고 무관심하게 된다.
1998년 수학자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인 필즈 메달을 받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수학 교수 리처드 보처즈는 수학 분야에서는 천재성을 발휘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주변의 이해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인물이었다. 뉴턴, 아인슈타인과 같은 널리 알려진 뛰어난 물리학자나 수학자들 중에서는 뛰어난 체계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공감하기 능력이 낮은 사람들이 많다. 1950년 무렵 스티븐 호킹의 스승이기도 했던 데니스 시아머와 물리학자 폴 디랙의 일화는 이런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시아머가 디랙의 연구실로 불쑥 찾아와 “디랙 교수님, 방금 저는 별의 형성과 우주적 질문을 관련짓는 방법 한 가지를 생각해 냈습니다. 이에 관해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라고 묻자, 디랙은 간단히 “아니”라고 거절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행동이 무례한 일임을 거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들은 주변의 관심과 이해 속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적소를 찾았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려 상담실을 찾는 많은 자폐인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들은 자신의 증상을 극복한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뇌과학과 심리 실험으로 밝히는 1400그램 뇌 속의 수수께끼
몇 밀리그램의 테스토스테론이 남녀 차이를 결정한다! 배런코언과 그의 연구진은 단 두세 방울의 화학물이 인간의 사회성과 언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비밀은 바로 태아가 남자일 때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이름의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많을수록 뇌의 우반구가 더 빨리 발달하고 좌반구는 느리게 발달한다. 사회생활과 공감하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어 능력은 좌반구에 편재화되어 있으며, 체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 능력은 우반구에 편재화되어 있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사람은 우반구가 발달하여 체계화하기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남녀의 차이를 설명하는 생물학적 요인이 태아기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증거를 얻는다.
남자와 여자, 진화의 문턱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진화 과정에서 체계화에 적합한 남성 뇌, 또는 공감하기에 적합한 여성 뇌 유형은 어떤 이득이 있었을까? 체계화를 잘하는 사람은 자연계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데 능숙하다. 훌륭한 추적자는 나무줄기에 있는 흔적을 보고 코끼리가 지나가면서 몸을 문질렀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사냥꾼이나 추적자가 되려면 길에 대한 뛰어난 공간 기억도 필요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