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소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어른과 어른이 되고 싶은 소년이 함께 읽는 국민 성장소설! 한국 서정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순원. 『19세』는 오랜 시간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그의 대표작으로 이 책은 초판 원고에 에피소드를 추가하고 각주를 가다듬어 펴낸 완결판이다. 그 결과 이야기는 19세 찬란한 청춘의 입김처럼 더욱 농밀해지면서 고전이자 국민 성장소설로서의 품격을 갖추게 되었다. ▣ 19세, 지나지 않는 평생을 맴도는 우리들의 시간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극적이거나 판타지 일색의 외국 소설들이 문학시장을 점유한 이 시대에 『19세』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특별하다. 출간된 지 십 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19세』가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의 힘에 있다. 소설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화자가 청소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일탈행위를 갖가지 에피소드와 함께 다소 저속한 욕까지 섞어 가면서 익살스러운 문체로 풀어놓는데, 시종일관 과거의 아련한 추억에 빠져들게 하면서도 ‘맞아 그랬지’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또한 사회에 있을 법한,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련의 상황을 통해 사회, 가정, 학교에서의 청소년들의 고민과 그 안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내면을 무덤덤한 듯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 정수와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 독자들은 공감을, 성인 독자들은 향수를 느끼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19세』를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이 소설에서 주목할 점 중 또 한 가지는 각주이다. 각주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간 각주의 일반적인 역할이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서 필요하지만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설거나 어려운 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데에 그쳤다면 『19세』에서의 각주는 또 다른 서사를 끌고 가는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소설의 부가적인 설명이 아닌 독립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덕분에 기존의 소설에서 부수적인 요소로 여겨졌던 각주가 이 소설에서는 또 다른 읽는 즐거움이 되었다. 『19세』는 유년의 추억들을 유쾌하게 담아내면서 한편으로는 쓸쓸할 만큼 아름다운 정경을 보여주며 10대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법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을 대면하며 치기 어린 시절의 상처를 보듬는 여정을 펼친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애쓰고, 이를 수 없는 곳에 이르기 위해 버둥거리는 것은 청소년기만의 특권이며 씁쓸한 실패를 맛보고도 그것을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 왜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는지, 어른이 되기 위해 그토록 온갖 반항을 일삼으며 어른들의 속을 썩였는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19세』를 읽고 함께 웃고 울 수 있을 것이다. ▣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기억 저편에서 만난 유년 시절의 그리움 성인이 되고 나면 성인이 되기 전에 갈망하던 것들은 까맣게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시절의 꿈, 나를 설레게 했던 사람, 하고 싶었던 일과 죽도록 하기 싫었던 것들. 그 당시에는 그토록 절실했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고 잊힌 채로 자신도 모르게 어른이 돼버린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소년일 적의 자신과 조우할 순간이 올 때 잊고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만 어른이 된 소년은 다시는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저 그 시절을 되새기고, 추억하고 그리워할 뿐이다. 『19세』 정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시절 우리가 진정으로 무엇에 굶주려 있었는지. 사소하다고 여겼던 과거의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웠는지를 각성하게 될 것이다. 정수는 어른이 되기 위해 꼭 갖춰야 하는 것은 경제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제권을 갖기 위해서는 ‘농부가 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여긴다. 강릉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정수에게 눈앞을 막고 있는 대관령 너머는 동경해 마지않는 어른의 세계이다. `잘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고랭지 농사가 정수에게는 빨리 어른이 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다가온 것이다. 서울대에 간 모범생 형과 달리 정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고로 진학했으며 교복과 책을 태우고 가출하는 등의 일탈행위를 거듭 반복하다가 결국 고랭지 농지를 얻게 되는데, 운 좋게도 그곳에서 성공을 거두고 큰돈을 벌게 된다. 그 성공을 위해 정수는 `양쪽 어깨가 짓물러진 자리에서 피와 고름이 함께 터지는 노동'을 하는데 이는 마치 정수가 성인이 되기 위해 겪어야 될 고통을 보여주는 듯 극적이다. 그렇게 고생 끝에 많은 돈을 벌게 된 정수는 사람들에게 떵떵거리며 250CC 오토바이를 사 몰거나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을 들락거린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행동이 ‘어른 노릇’이 아니라 ‘어른 놀이'였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감에 빠져들게 된다.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들이 못하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은 다하고 있는 것을 자신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 것. 준비되지 않은 채 너무 빨리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정수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아주고, 학교를 그만두고 한 모든 일들이 정수가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시시껄렁한 ‘어른 놀이’가 아닌 진정한 ‘어른 노릇’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나이에 맞는 경험과 그 경험에서 우러나온 성찰이다. 그 경험이 실수였는지 성공이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과 태도로 임하며 고민하였는지가 어른의 관문에 들어서기 위한 조건인 셈이다. 『19세』를 단순한 성장소설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 이유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그 관문 앞에 섰던 경험이 있는 어른들까지도 그러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