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깡으로 버티는 공감 200% ‘병치레’의 역사
조상님들께 권하는 시대초월 맞춤 처방전
밤낮없이 일하다 요통이 도진 세종 ☞ 매일 스트레칭만 했어도
우울증으로 유리멘탈이 된 연암 박지원 ☞ 초기 치료가 관건입니다
큰 술잔만 고집한 알코올대마왕 성종 ☞ 내시경검사를 하면 용종대마왕일 것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이질을 타고 ☞ 설사약만 잘 먹어도 OK
스트레스를 겪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입시 경쟁, 취업난, 높은 물가, 빚 등으로 대표되는 험난한 ‘각자도생’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과거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심지어 한 국가의 왕조차도. 밤낮없이 일하다가 요통이 도진 세종, 뇌줄중으로 뒷목을 잡고 쓰러진 태조 이성계, 속에서 열불이 나서 불면증이 생긴 정조, 우울증으로 걸핏하면 멘탈이 가출한 연암 박지원……. 이들이 달고 산 고질병은 그로부터 수백 년이 지난 시대를 사는 우리 또한 많이 겪는 질환이다.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이 근심 때문에 앓은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그렇다. 위에 언급한 인물들의 이름에 우리 각자의 이름을 대신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앓아누운 한국사》는 조선 시대의 각종 ‘짠내 나는’ 병치레와 고충을 살펴보는 책이다. 압박과 고통을 이 악물고 버틴 조상님들의 삶을 따라가보자. 과몰입 주의! 한국사가 우리 이야기처럼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체계적인 의술이 없던 시절에는 병에 걸리면 더 많이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약사인 저자는 한국사 속 인물에게 현대의 약을 처방해보면서, 당시에 좋은 약이 있었다면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을까 하는 상상도 더했다. 전쟁터에서 배를 부여잡은 이순신 장군에게 지사제를, 천연두가 두려워 궁궐에서 강력한 거리 두기 정책을 펼친 숙종에게 백신을! 왕실 최고의 ‘엄친아’였지만 종기에 발목 잡힌 문종에게 소독약을! 책 속 인물들이 오늘날의 약을 처방받았다면 어쩌면 역사가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달걀 섞은 똥, 두더지즙, 거머리…
기상천외 조상님이 먹던 약
이 책에서는 조선 백성이 애용한 기상천외한 치료법도 살펴본다. 똥과 달걀을 섞은 약, 두더지즙 등의 민간요법부터 역병을 옮기는 신에게 정성스레 올리는 굿과 제사, 모든 상처를 빨아들인다는 약재에 관한 신비로운 전설까지 아우른다. 그중에는 오늘날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한약도 있다. 만성 불면증 환자였던 정조가 자주 먹은 우황청심환은 지금도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을 앞둔 사람들이 찾는다. 천연두에 걸린 숙종이 먹은 갈근탕은 오늘날 몸살감기약으로 흔히 먹는 약이다.
저자는 지금은 어떤 약이 개발되어 있는지도 간단히 짚는다. 과거와 오늘날의 의술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