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아픔은 우리를 언젠가 찾아온다.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느닷없이. 사고, 질병 다양한 모습으로. 그 대상은 가족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갑작스럽게 소중한 존재가 아프게 되면 우리는 우선 환자부터 챙기게 된다. 아무 준비 없이 보호자가 되어 환자가 병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한다. 막중한 돌봄 노동도 불평하지 않고 떠안아야 한다. 아픈 이의 옆에 있는 사람은 으레 그래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라도 있는 것처럼, 자기 생활을 포기하면서 환자가 회복하도록 노력한다. 환자 뒤에 가려진 존재, 보호자로 사느라 자신이 얼마나 지치고 병들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이 책은 아픈 이의 곁에서 환자를 위한 삶만 요구받는 보호자, 간병 가족을 위한 책이다. 간병 가족과 보호자의 삶을 살피며, 아픔을 감추어야 할 특별한 일처럼 여기는 사회와 우리들의 시선을 되짚어 준다. 수십 년간 의료 간병 현장에서 환자만큼이나 힘들어하는 보호자들을 만나온 저자들이 보호자들이 어떤 심리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 다채로운 사례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환자의 고통에서 전이되는 우울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돌봄에 지친 보호자 역시 환자만큼이나 위태로운 존재이며 이들을 위한 공감과 지원, 사회적인 방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간병 살인과 같은 비극적 사건 등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아픔과 병듦을 숨기려 하고, 간병 노동을 주 보호자에게만 떠넘기려는 인식이 강하다는 측면을 꼬집는다. 아픔, 병듦, 돌봄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인정하고 잘 받아들여야 할 ‘인생의 여정’이다. 이 책을 통해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아픔과 돌봄이라는 생의 과정을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목격한다는 뼈아픈 고통
아픈 사람을 돌본다는 무거운 책임
그러하더라도 우리, 절대 생에 지치지 말기를……
글을 쓰면서 우리의 관심이 오로지 ‘아픈 이’에게만 집중되어 있고, 여전히 ‘아픈 이를 좀 더 잘 돌보기 위해 가족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음을 거듭 확인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 글을 쓰면서 우리 자신부터 간병하는 가족의 처지와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픈 이 곁에 선 사람은 어떤 심정인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관심 밖이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우리는 아픈 이에게만 집중하는 시선에 가려 보이지 않던 간병하는 가족들의 삶을 보게 되었다. 아픈 이만큼이나 아픈 그들의 모습을.
<들어가는 글> 중에서
출판사 서평
우리는 환자만 생각하느라 그 옆에 선 보호자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여실히 알게 된다
그들 역시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존재라는 걸…
아픔이 없는 삶은 있을 수 없다. 나이가 적든 많든 상관없이, 때로는 질병을 앓거나 때로는 예상치 못한 사고를 겪기도 하면서 우리는 아픔을 겪는다. 이렇게 아픔은 당연히 우리 삶에 있었지만 늘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습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재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픔 앞에 침착하기란 쉽지 않다. 만일 아픔을 겪는 존재가 내 가족, 소중한 존재라면 어떨까? 우리는 만사를 제쳐두고 아픈 이를 돌보게 될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아픈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마음으로, 돌봄의 영역으로 성큼 들어간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보호자’라는 역할도 맞이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아픈 이의 ‘보호자’가 되어 맞이하는 현실은 아픔만큼이나 기습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재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아픈 이의 곁’에 서서 아픈 이를 돌보는 삶에만 몰두하고, 또 그걸 요구받는 보호자, 간병 가족을 위한 에세이다. 저자들은 오랫동안 의료 현장에서 일하며 환자만큼이나 힘겨워하는 보호자들을 만나왔다. 이 경험을 토대로 다채로운 사례를 통해 간병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병원이라는 차가운 별세계에 갑자기 던져진 보호자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움을 겪는지를 살펴보며, 보호자라는 이름으로 내려야 하는 무거운 ‘선택과 결정’이 얼마나 이들을 숨 막히게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간병을 하면서 환자의 우울, 슬픔, 화에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간병 가족의 현실을 보여 준다. 주 보호자일 경우, 간병으로 인해 고립된 생활을 하기가 쉬우며 사회적 관계가 끊기게 되면 더더욱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보호자의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심리 상태가 되면 환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간병 가족, 보호자의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이유다.
누구나 보호자가 되고, 또 누구나 돌봄을 받을 수 있다
아픔, 그리고 돌봄은 기습도 재난도 아니다, 그저 생의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가 고립되지 않고 연결된다면 일어날 수 있는 기적에 대하여
저자들이 무수한 의료 현장에서 보호자들을 만나며 받은 인상은 ‘아픔과 돌봄을 마치 특별한 일’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남에게는 일어나지 않고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 재난처럼 일어난 일,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와 공감을 받기 어려운 일. 어쩌면 이것은 보호자들이 돌봄의 영역에 들어오면서 우리 사회에서 느끼고 받은 시선들이 아닐까. 과연 우리 사회는 아픔과 돌봄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또 호의적일까?
이 책은 간병 가족들이 선뜻 도움을 요구하기가 힘들고, 도움을 요청해도 받기 어려운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보호자 역시 자신의 삶이 있으며, 일과 챙겨야 할 다른 가족 등이 있기에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더욱 무겁다. 때에 따라 생업도 내팽개치고 온종일 다양한 스트레스 속에서 아픈 이의 곁을 지키는데, 이러한 상황을 누구와도 나누기가 어렵다. 우리 사회가 아픔과 병듦을 좋게 보지 않고 흠으로 보기 때문이다. “뭐 좋은 일이라고 말하나요.”라는 말 속에 힘겨운 돌봄을 숨기고 삭히는 이들의 고충을 알 수 있다.
아픈 이를 케어해야 한다는 막중한 의무만 요구하고, 그에 따른 배려와 안내, 도움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보호자는 상처받고, 또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냉혹한 간병 현실이기에 내 가족이어도 선뜻 나서서 돌보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을 탓하기 어렵다. 한편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간병 역시 가족 내 취약한 사람에게 떠넘겨지기도 쉽다. 간병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비극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보호자가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가혹한 돌봄 노동에 홀로 내던져진 환경이 자리한다. 돌봄은 이렇게 피하고만 싶은 일일 수밖에 없을까?
저자들은 아픔과 돌봄이 생의 한 부분일 뿐이며, 우리가 이것을 외면하지 않고 삶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아픔, 병듦, 돌봄’,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인생의 여정’이며,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위해 사회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이제까지 우리가 아픔과 병듦, 돌봄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우울하고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더 외면하고 싶고, 그래서 이들이 더 고립되기 쉬웠다. 하지만 누구나 보호자가 될 수 있고, 또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떠올린다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또 손을 내밀어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연결된 사회가 된다면 아픔, 병듦, 돌봄 역시 자연스러운 생의 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