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야살스러운 여고생, 얄개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추억. 장마다 펼쳐진 키득키득, 하하, 호호, 좌충우돌 천방지축 얄개들의 가슴 뭉클하고 짠한 이야기. 콧잔등에 후춧가루를 뿌린 깨소금,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옥떨메, 단짝동무 둘이 펼치는 천방지축 고교 일기! 작가마저 ‘끝내 버릴 수 없었던’, ‘추억이 많은 소설’이라 고백한 1970년대 베스트셀러 얄개소설이 2000년대에 부활했다. 과거의 회귀와 찬양이 아닌, 오래된 미래에 사는 우리에게 사람다운, 사람을 향한 희망의 씨앗을 심는 소설이다.
편집자 리뷰
그때 그 햇빛 같던 소녀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산수유 꽃이라 불러야 하나, 목련꽃이라고 해야 하나, 난분분 떨어지는 벚꽃이라 불러야 하나 아니면 향기 진한 수수꽃다리라 불러야 하나 이도 저도 아니면 은사시나무라 해야 하나. ‘가난했지만 봄꽃처럼 눈부시던, 샘물처럼 맑던 그 시절의 아이들이 너무도’ 그리운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 박.범.신. 그는 ‘십대가 간직한 영혼의 순결성과 그 맑고 환한 빛은 여전하다.’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또한 우리의 영혼이 ‘삼월의 햇빛 같은. 사월의 봄꽃 같은. 아니 마르지 않고 언제나 맑은 물이 흘러넘치는 우물 같은’ 이 작품의 소녀들 같았으면 ‘참 좋겠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돈에 찌들고, 명예에 찌들고, 권력에 찌든 격랑의 세태에 산다. 삶아지는데도 미지근한 물 속에서 더욱 앞서기 위해, 더 많은 알을 낳기 위해 경쟁적으로 유영하는 우리는 개구리를 닮았다. 『깨소금과 옥떨메』는 몽롱한 영혼을 화들짝 깨우는 냉수 같은 소설이며 숲 속 맑은 공기 같은 자작나무 소설이다. 이는 재미에 치우친 단순한 얄개소설로만 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며 또한 일독을 권하는 이유다.
누구에게나 가을은 온다. 어떤 결실을 보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가지만 무성했는지, 아니면 잎만 무성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부는 바람에 흔들리기만 했는지, 앙겔루스 노부스처럼 저항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그것도 ‘맑은 영혼’으로, ‘영혼의 순결성’으로 말이다. 어쩌면 그 힘을 잃어가기에 군중 속 미아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그때 그 햇빛 같던 소녀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무엇이 되어 있을까’라는 작가의 후기는 마음이 아프다. 그때의 소녀들은 어머니가 됐다. 지금의 소녀들도 언제인가 어머니가 된다. 그런데 어머니가 병들면, 자녀의 건강 또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일 텐데……. 모든 게 병들어 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언제나 맑은 물이 흘러넘쳤던 우물 같은 어머니로의 회복이 절실하다. 이 소설이 밝고 명랑하게 읽히면서도 기저에는 그 물음과 해답을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하면 과장일까.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엄마가 알고 있는 특별한 이야기’이면서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특별한 이야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