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이윤학 · Poem
124p
Where to buy
Rating Graph
Avg2.6(39)
Rate
2.6
Average Rating
(39)
시인 이윤학이 <그림자를 마신다>(2005) 이후 3년 만에 펴낸 일곱 번째 시집. 하찮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집중하거나, 개인적 체험이 녹아 있는 공간에 천착하거나, 일상에서 만난 표정들을 검박하게 옮겨놓는 등 기존의 이윤학 시세계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한층 더 따뜻해졌다. 그리고 이번 시집에는 연애시가 많다.

[9주년] 해피 젝시 데이!

젝시믹스 9주년 기념 ~80% 빅 세일

젝시믹스 · AD

Rating Graph
Avg2.6(39)

[9주년] 해피 젝시 데이!

젝시믹스 9주년 기념 ~80% 빅 세일

젝시믹스 · AD

Author/Translator

Comment

1

Table of Contents

시인의 말 제1부 전생(全生)의 모습 봄 복숭아꽃 핀 언덕 환타 페트병 환상 금대계곡 샛별 까치가 와서 버드나무 꽃가루 발자국 기도 지일의 봄 차돌과 만남 먼지는 왜 물에 끌리는가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콘크리트 꽃밭 배추밭 죽도(竹島) 제2부 개 같은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하여 벚꽃 밥 새싹 매미 벚나무 한 그루 하얀 찔레꽃 집터 황혼의 아스팔트 당신 마늘 자운영 꽃밭 개똥 불씨 하얀 라일락이 핀 골목 함박눈 싸락눈 제3부 그 집 앞 철로변 피대를 감아 돌린다 농부 아직은 버찌가 연분홍일 때 불탄 집 숨소리 풋옥수수 무화과 열매를 땄다 사철나무 열매 눈 위에 배밭2 눈 위에 배밭1 겨울 어스름 한여름 일요일 공주집 개가 문 자국 복숭아나무 아래서 제4부 고산사 숨 달맞이꽃 지나가다 책 읽는 동상 저물도록 땡감 개운산,소쩍새 홀림 부곡여인숙 앞 폭염(暴炎) 이쑤시개 수릉구지 집으로 가는 길 각시난골 해설 - 침묵의 무늬 / 박주택

Description

생의 폐부로 파고들어 건진 빛, 선명한 상처 속에 맺힌 열매 이윤학 신작 시집,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90년대 이후 우리 문단 최고의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윤학 시인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신작 시집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를 출간했다. 2005년 출간한 『그림자를 마신다』(문학과지성사) 이후 3년 만이다. 이윤학 시인은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청소부」 「제비집」 등이 당선되어 시단에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여섯 권의 시집을 냈다. 부쩍 활발한 시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윤학 시인이 이번 시집에는 연애시가 많다고 살짝 귀띔한다. 그의 이번 시집도 하찮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집중하거나 개인적 체험이 녹아 있는 공간에 천착하거나 일상에서 만난 표정들을 검박하게 옮겨놓는 지금까지의 시세계와 맥을 같이 하지만, 시인의 시선은 한층 더 따뜻해졌다. 생의 허기짐과 결핍을 성찰적 시선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이번 시집은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에서 보이고 있던 고통의 이미지가 많이 사라진 대신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 『그림자를 마신다』에서 보이고 있던 관찰자적 시선을 한층 더 강화하여 삶의 문제들을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상엿집, 녹슨 함석지붕 햇볕은 그곳을 일찍 떠난다 리기다소나무들, 훌쩍 자라 있다 아는 사람들 해마다 줄어든다 아는 사람 없는 세상을 살지 모른다 그는 어디 갔나? 툇마루에 앉아 보면, 그는 항상 집에 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어둠이 내렸다, 그는 길가 도랑에 처박힌 것일까? 앞으로 반 발자국, 뒤로 좌로, 우로, 반 발자국 코스모스 꽃잎을 훑어놓으며 거리낌 없이 자동차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황혼의 아스팔트」 전문 이윤학 시인은 상엿집, 녹슨 함석지붕과 같은 허름하고 낡은 것에 시선을 둔다. 그곳은 햇볕이 일찍 떠나고 리기다소나무만이 을씨년스럽게 자라 있는 곳으로 지금은 폐가가 되어버린 곳이다. 그곳에는 “코스모스 꽃잎을 훑어놓으며/거리낌 없이/자동차”들만이 지나다닌다. 그곳은 우리들의 황폐한 내면과 닮아 있다. 죽음을 처리하는 곳인 상엿집에서 죽은 이들을 생각하는 시인의 쓸쓸한 마음은 그러나 어느새, 지나가는 자동차에 흩날리는 코스모스 꽃잎을 보며 위안 아닌 위안을 받고 있다. “앞으로 반 발자국, 뒤로/좌로, 우로, 반 발자국” 앞뒤로 흔들리는 코스모스 꽃잎들의 움직임은 쉼표들 사이에서 심지어 어떤 경쾌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점심 무렵, 쇠줄을 끌고나온 개가 곁눈질로 걸어간다. 얼마나 단내 나게 뛰어왔는지 힘이 빠지고 풀이 죽은 개 더러운 꼬랑지로 똥짜바리를 가린 개 벌건 눈으로 도로 쪽을 곁눈질로 걸어간다. 도로 쪽에는 골목길이 나오지 않는다. 쇠줄은 사려지지 않는다. 무심코 지나치는 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밀려가듯 개가 걸어간다. 늘어진 젖무덤 불어터진 젖꼭지 쇠줄을 끌고 걸어가는 어미 개 도로 쪽에 붙어 머리를 숙이고 입을 다물고 곁눈질을 멈추지 않는다. 하염없이 꽃가루가 날린다. ─「개 같은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하여」 전문 이윤학 시에 나타난 생명체는 공격적이거나 야생적이어서 위협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찮고 사소한 목숨들로 여겨지는 벌레나 곤충들로 연민의 대상이자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달팽이, 나비, 구더기, 바퀴벌레, 개구리는 대체로 이윤학의 시에서 알레고리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 시에서 등장하고 있는 개 역시 주인에게 복속되어 있다가 탈출하는 생명으로 묘사됨으로써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대신하고 있다. 이윤학의 시는 대상과 세계를 그리되 점묘하듯 그려낼 뿐 그것을 의미화하거나 사유를 개입시키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의 짐을 객체에게 전가시켜 나와 객체가 하나가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우리가 생활하는 중에 무심코 스치고 지나갈 수 있는 주변의 것들에 깊은 관심을 갖는 이윤학 시인의 시는 사소한 것, 눈길 가지 않는 것, 중심에서 멀어진 주변인, 도시 변두리나 전근대적 풍경 등을 관찰자적 시선으로 포착하여 그것을 생명화한다. 그리고 그 생명화는 넓은 세상에 놓여진 한 줌의 진실을 이해하게 해준다. 이윤학 시인은 대상을 공허함, 허무함 속으로 빠뜨리지 않는다. 다만 침착하게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이던가…… 그리고 나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게 만든다. “잊고 살”아온 것에 대한 성찰, 그리고 “나는 나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말처럼 온전하고도 영원한 자아를 찾아가는 이윤학 시인의 시들은 크고 진정한 주체로 가기 위해 고통을 응시하고 그 고통으로 본질을 새롭게 한다. “오래전에 요절한 추억”이라는 말에서처럼 시간을 부정하되 공허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진실하게 죽고자 하는 생명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다.

Collections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