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황사바람 속 여관에서 벌어지는 투숙객들 간의 살인, 오늘 밤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이 참상은 끝날 수도 있다! 몰아치는 황사를 뒤집어쓴 여관 건물 한 동 외에는 사방 80km 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 이는 이 희곡의 무대인 황색여관에 투숙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이 여관의 주수입원은 숙박료가 아니다. 바로 투숙객들 간에 싸움과 살인이 벌어져 하룻밤 안에 모든 투숙객들이 죽은 뒤 그 시체들에게서 거두어들인 돈과 패물이다. 이런 상황에 질려버린 이 여관의 유일한 종업원인 여관주인장의 처제와 그녀의 애인이자 유일한 요리사는 여관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여관주인 부부는 처제와 요리사에게 “손님들이 서로 죽이는 것은 우리 탓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너희들이 단 한 명의 투숙객이라도 죽지 않고 하룻밤을 넘길 수 있게 한다면 너희들에게 이 여관을 넘기겠다”라고 제의한다, “이곳을 떠나서 너희들이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약을 올리면서……. 하지만 언니와 형부에게서 ‘똥고집’이라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처제는 이 여관에서의 학살극을 끝내겠다는 결심을 실행에 옮긴다, 그녀의 고집보다 더 센 똥고집을 지닌 투숙객들과 언니와 형부 부부의 조롱에 맞서서…….?? ‘황색여관’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곳에 투숙한 손님들은 서로 다투다가 단 한 사람도 살지 못한다. 그런 끔찍스런 비극은 화해하고 타협하는 경험을 갖지 못한 채, 늙은 세대와 젊은 세대가 맞부딪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가 증명하듯이, 인간이 싸워서 얻는 가치에는 순서가 있다. 먼저, 자유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 자유를 얻었다. 그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 다음에는, 반드시 평등의 문제가 대두된다. <황색여관>의 손님들이 서로 싸우는 것도 평등의 문제 때문이다. 그런데 평등이란 거창한 형이상학적 문제가 아니다. 누구는 넓은 방에서 자는데 누구는 좁은 방에서 자느냐, 누구는 반찬이 여러 종류가 나오는 밥을 먹는데 누구는 반찬 없는 밥을 먹느냐, 누구는 마음대로 섹스를 하는데 누구는 섹스를 하고 싶어도 못하느냐, 그런 지극히 사소한 문제에서 갈등이 촉발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