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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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문학의 빛과 소금이 된 세계 여성 시인들 “훌륭한 인간이 되기를 원치 않으며,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열세 번째 책 《세계 여성 시인선: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는 주류 문학사에서 주변부로 존재하며 오늘날 여성문학이 자생하는 데 빛과 소금이 된 23명의 근현대 여성 작가의 명시를 엄선한 시선집이다. 오늘날 페미니즘은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용어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나, 여성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인식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예속 상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 시문학의 대중성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페미니즘이 궁극적으로 양성평등을 통해 인간해방을 실현하고자 하는 신념과 실천이라고 할 때, 여성문학은 가부장제 사회가 주입한 ‘여성다움’을 무비판적으로 내면화한 ‘여류문학’과는 차별된다.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의 시인들은 열등한 성으로 고정화되었던 여성의 체험과 글쓰기가 1960년대 이후 인간회복과 휴머니즘의 중요한 가능성으로 떠오르는 데 일익이 된 주인공들이다. “훌륭한 인간이 되기를 원치 않으며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고 선언한 한국의 1세대 페미니스트 김명순에서부터 억압된 여성 천재의 상징적 인물인 크리스티나 로제티와 에밀리 디킨슨에 이르기까지 독자는 시로 표현되는 여성의식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독일 근대 지성계의 대모 리카르다 후흐, 중국의 급진 혁명가 치우 찐, 영국의 페미니스트 시인 샬롯 뮤와 애나 위컴, 라틴 아메리카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퓰리처상 수상자인 양성애자 작가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등 9명의 해외 여성 시인들은 페미니즘 시문학의 가능성과 외연을 확장한 주인공들이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출간 의의를 갖는다. 아울러 세 가지 표지로 동시 출간된 이번 시선집에 수록된 나혜석의 산문 '이혼 고백장'과 각 시인에 관한 흥미진진한 소개 및 삽화는 기존 여성문학 독자에게는 새로운 결의 페미니스트 시 세계를, 여성문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깊은 공감과 뜨거운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페미니스트, 혁명가, 천재 작가, 남장 보헤미안, 그리고 익명의 여성들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여성시의 새로운 스펙트럼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의 문을 여는 세 시인은 한국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이자 보들레르 번역가인 김명순, 한국 최초의 근대 여성화가 나혜석, 한국 최초의 여성주의 잡지 '신여자'를 창간한 김일엽이다. “불순한 피” “금수(禽獸)”로 취급받았던 이 1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자기 체험과 고백, 사상을 문학화하여 가부장제 하에서 도덕적으로 위장된 여성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했고, 모두 사후에야 한국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같이 근대에 여성이 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가부장제가 규범화한 여성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아티초크가 국내 처음 소개하는 해외 여성 시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자기가 쓴 시가 빌미가 되어 참수당한 중국의 급진 혁명가이자 여성운동가인 치우 찐, “독일의 사포”로 불린 남장 보헤미안 엘저 라스커 쉴러, 불행한 결혼생활 뒤 자살한 영국의 페미니스트 시인 애나 위컴, 라틴 아메리카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그리고 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의 익명의 여성들이 시를 통해 담대하면서도 섬세하게, 처절하면서도 결연하게 자신이 처한 억압된 현실을 증언하고, 인간해방과 사랑을 꿈꾸었다. “너 자신은 이 등불의 빛으로 인간의 열정이 낳은 뜨거운 시들을 읽으리니 그 시들은 너로 인하여 더욱 깊어지리라”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가 소개하는 근현대 여성 시인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유로운 인간’이기를 갈망하는 여성의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어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류 문단의 주변부에서 존재하되 생명력을 잃지 않고 ‘여성문학’의 자생에 빛과 소금이 된 “인간의 열정이 낳은 뜨거운 시”들을 이제 한국의 독자들이 직접 경험하고 새 생명을 불어넣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