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대성당

남진우 ·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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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평론가 남진우의 일곱번째 시집 『숲속의 대성당』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617번으로 출간되었다. 시 쓰기란 “죽음을 향한 매혹과 그것의 유예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라고 밝힌 바 있는 그는 지상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이름하기 위해 신성과 악몽 사이를 끊임없이 부유해왔다. 지난 40여 년 동안 신성을 향한 신실한 마음으로 쌓아 올린 남진우의 시 세계는 ‘죽음’이라는 관념을 언어화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미학성을 완성해냈다. 마치 “‘신성한 숲’에서 길어온 것”만 같은 “언어와 이미지의 상징”은 신성을 자신의 시적 지향으로 삼으며 은수자(隱修者)와 같은 자세로 언어를 조탁해온 시인에게서만 나타나는 진실성이라 할 수 있다. 미증유의 시대에서 시인의 소임이란 “우주 저편의 소식을 받아적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한 그의 시편들을 따라가다 보면 죽음의 신비과 삶의 비밀의 열쇠를 하나쯤 움켜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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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시인의 말 1부 러시안룰렛 새를 접다 | 안개 | 주일 | 죽은 왕녀를 위한 조곡 | 길 위에서 1 | 길 위에서 2 | 기형도 | 거세 콤플렉스 | 그물 사이로 | 러시안룰렛 | 파라노이아 | 유리창 | 새잡이 | 에세이스트의 아침 | 빵과 포도주 | 거북의 노래 | 앙겔루스 노부스 2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인류세 | 이상한 나라의 뱀파이어 | 정원의 노래 | 계단족 | 범죄의 재구성 | 컬렉터 | 킹 퀸 그리고 잭 | 심야의 정담 | 초대받지 않은 손님 | 미모사 | 마술사 | 어느 날엔가 어느 곳에서 | 검표원 | 금지된 장난 | 꿈꿀 권리 | 죽은 자는 춤출 수 있다 | 캐츠아이 | 올가미 | 블랙아웃 | 밤의 문 | 역병 2020 | 숲속의 대성당 | 의자들 | 무색계(無色界) 3부 뉴욕 시편 불면 | 내가 본 것이 고양이였던가 | 세상의 종말을 위한 협주곡 | 내 두개골 속에 고인 검은 불 | 종점 부근 | 세 개의 심장 | 바람 부는 밤의 광시곡 | 생존자를 위한 비망록 | 깊은 밤 쓰러져 잠이 들면 | 그날 하고 그다음 날 | 달리의 식탁 | 웨스턴풍으로 | 침묵의 음계 | 낡은 액자 속의 생 4부 은수자(隱修者)의 꿈 사람의 아들 | 시인의 집 | 은수자(隱修者)의 꿈 | 장미창 | 불타는 시계는 얼어붙은 시간을 녹이지 못한다 | 돌 | 얼음의 책 | 주상 고행자 | 사막여우 | 범 내려온다 | 배회 | 킬링 미 소프틀리 | 수인 | 자화상 해설 이제는 돌아와 거울을 깨는 내 염통처럼 생긴 새야 · 정명교

Description

“지구본이 도는 것을 멈추자 죽은 새가 깨어나 지저귀기 시작했다” 오직 죽은 자만이 성스럽다는 믿음으로 영원을 말하는 이에게 드리우는 빛 죽음의 그림자 위로 언어의 닻을 내리는 남진우의 일곱번째 시집 시인이자 평론가 남진우의 일곱번째 시집 『숲속의 대성당』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617번으로 출간되었다. 시 쓰기란 “죽음을 향한 매혹과 그것의 유예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그리고 신은 시인을 창조했다』, 문학동네, 2001)라고 밝힌 바 있는 그는 지상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이름하기 위해 신성과 악몽 사이를 끊임없이 부유해왔다. 지난 40여 년 동안 신성을 향한 신실한 마음으로 쌓아 올린 남진우의 시 세계는 ‘죽음’이라는 관념을 언어화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미학성을 완성해냈다. 마치 “‘신성한 숲’에서 길어온 것”만 같은 “언어와 이미지의 상징”(시인 나희덕)은 신성을 자신의 시적 지향으로 삼으며 은수자(隱修者)와 같은 자세로 언어를 조탁해온 시인에게서만 나타나는 진실성이라 할 수 있다. 미증유의 시대에서 시인의 소임이란 “우주 저편의 소식을 받아적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대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 소감 중)라고 말한 그의 시편들을 따라가다 보면 죽음의 신비과 삶의 비밀의 열쇠를 하나쯤 움켜쥘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을 깨뜨린 자만이 마주할 수 있는 삶이라는 고통스러운 축복 새를 접는다 차곡차곡 머리와 날개와 몸통을 접고 또 접는다 새의 몸에 그어진 보이지 않는 선을 따라 부리에서 꽁지까지 앙상한 두 다리에서 발톱까지 다 접고 나면 내 손엔 가느다란 깃털 하나만 남는다 엄지와 검지 사이 가녀리게 떨고 있는 깃털 훅 불어 날리는 순간 새가 어느새 한 마리 새로 피어난 새가 가볍게 날개를 펼치고 허공 위로 떠오른다 아무리 접어도 접히지 않는 새가 빛 속으로 멀어져 간다 ―「새를 접다」 전문 새는 한 번 더 비상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허공으로 내던진다. 금방이라도 아스팔트에 곤두박질치기라도 할 것처럼 맹렬하게 추락하는 새를 보면, 그가 몇 번의 날갯짓만으로 높이 날아오를 거라는 사실을 예측하기 어렵다. 산다는 것이 반드시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겸허한 사실을 깨친 듯한 새는 시 속에서 공중과 바닥 이승과 저승 그리고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며 마침내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번 시집의 첫 시 「새를 접다」는 제목에서부터 ‘접는’ 행위에 반하는 ‘펼친다’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아무리 접어도 접히지 않는 새가” “깃털 하나만 남”기고서 “빛 속으로 멀어”진다는 진술은 1행에서 죽음과 맞닿아 있던 새가 다시 살아나 자신이 이룩한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 의미한다. 이렇듯 남진우의 시에서 “전신이 폐허이고 사막인(「앙겔루스 노부스」)”채로 살아남은 새들은 “새잡이의 시신을 뜯어 먹으며”(「새잡이」) 자기들끼리 모여 지저귀고 “대기를 날아가는 속도 그대로/사라”진다. “공기에 녹는 새”(「기형도」)도 불 속으로 뛰어들어 죽었던 새도 결국에는 “깨어나 지저귀기 시작”(「주일」)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중첩되는 새의 이미지는 ‘죽음’이라는 정적인 개념에 단숨에 ‘생’의 이미지를 불어넣음으로써 생명력을 더한다. 어느 곳에도 안착하지 않은 채로 삶의 그늘 한편에 맺혀 있는 새는 신성을 탐구하는 남진우 시의 안내자이자 한 줌 희망이라 할 수 있다. 새는 미량의 슬픔만으로 사라졌다가 다시금 안개 속에서 부활하는 존재, 시인은 빛 속으로 멀어져 가는 새의 흔적을 정제된 언어로 옮김으로써 독자의 눈앞에 생명의 경이를 펼쳐놓는다. 이미지 작동을 통해서 겉으로 표출된 절망의 분위기가 생의 의지로 전환하였다는 것은 이것이 기교를 넘어서는, 다시 말해 공적 효과를 갖는, 실천의 성질을 띤다는 것을 가리킨다. 순수한 이미지의 움직임만을 통해서 이런 전환을 일으켰다는 것은 남진우 시의 내부적 운동의 밀도가 여간 찰진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정명교, 해설 「이제는 돌아와 거울을 깨는 내 염통처럼 생긴 새야」에서 영원을 말하는 자만이 붙잡을 수 있는 지상에 닿지 못한 꿈의 신비 초인종을 누르자 소리는 나지 않고 한 줄기 피가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발아래 문틈으로 상한 우유와 녹아내린 치즈가 흘러나왔다 문이 열리고 남편과 아내가 걸어 나왔다 이마에 도끼가 박힌 남편과 가슴에 칼이 꽂힌 아내가 환히 웃으며 우리를 마중 나왔다 준비해 온 꽃다발을 건네며 방아쇠를 당기자 아내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고 남편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넘어졌다 모든 게 연극일 뿐이야 중얼거리며 현관과 복도를 지나 우리는 걸어갔다 [……] 딩동, 환청처럼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여보 손님이 왔나 봐,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아내가 내 가슴을 칼로 찔렀고 나는 마지막 힘을 모아 도끼를 내리쳤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부분 자기 살해의 꿈보다 더 감미로운 꿈이 있을까. 칼날이 심장을 관통할 때의 섬뜩함만이 인간에게 주어질 수 있는 유일한 축복이지 않을까. 오직 죽은 자만이 성스럽다.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어서 죽음이 찾아와주기를. 그리고 희망한다. 다만 그 죽음이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기를. ─남진우, 『죽은 자를 위한 기도』 뒤표지 글에서 첫 시집 『죽은 자를 위한 기도』에서 시인은 “오직 죽은 자만이 성스럽다”라고 고백한다. “이마에 도끼가 박힌 남편과 가슴에 칼이 꽂힌 아내”는 자신들의 죽음을 예감하기라도 한 듯 비로소 환하게 웃고 내 품 안에서 “목덜미의 피를 빨리고 나른히/죽어가는 새하얀/나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뱀파이어」) 역시 죽음 앞에서 오래 갈망하던 평화를 되찾는다. 이렇듯 시인에게 죽음은 “영원히 깨지 않는 잠”(「정원의 노래」)으로, 가장 평온하고 온전한 상태를 의미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남진우의 시에서 죽은 자는 “부서진 관짝을 밀고 나와/부스러지는 흙덩이를 헤치고 올라와” “해골춤을 추”고 “관 뚜껑 올려다보며/여긴 왜 이리 비좁나 투덜대다 돌아눕는”(「죽은 자는 춤출 수 있다」) 등 마치 자기들만의 축제를 벌인 듯 활기를 보여준다. 오랜 시간 ‘죽음’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죽은 자가 남기는 말을 빠짐없이 옮겨 적으려 한 시인에게 “삶과 죽음에 관한/궁극의 수수께끼를”(「올가미」) 푸는 열쇠 꾸러미는 죽음을 희망이라 부르고 삶을 악몽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죽음의 이미지를 단번에 몽환적인 꿈의 세계로 이동시키는 시인은 “누군가 내 꿈에 덫을 놓았다”(「역병 2020」)며 “꿈꾸지 마 꿈꾸지 말라니까/꿈을 꾸면 저 폭군이 우리를 죽이고 말 거야”(「꿈꿀 권리」)라고 꿈을 꾸는 자에게, 죽음과 가까워지는 우리에게 경고를 하는 듯하다가도 가장 성스러운 죽음을 위해 기꺼이 미지의 세계로 발을 옮긴다. 한 편의 잔혹 동화처럼 읽히다가도 그 끝에 씁쓸한 유머를 남기는 남진우의 시는 고요한 밤 숲속 한가운데 놓인 욕조를 발견한 이에게 고요히 다가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미 영원히 계속되는 악몽 속에 있는 거예요”(「밤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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