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

Jung Sung-il and 19 others · Essay
3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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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사랑했던 소설, 그 소설이 바꾸어 놓은 '현실의 연애' 이야기. 싱어송라이터 요조, 영화평론가 정성일, 시인 황인찬, 소설가 김중혁, 기생충학 박사 서민, 만화가 김보통 등 완전히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스무 명의 남자와 여자. 이들 앞에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제목만 쓰인 빈 종이가 놓여졌다. 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갔을까? 스무 명의 저자는 '읽기'라는 '만남'을 통해 자신들과 지극히 사적인 관계를 맺은, 그래서 완전히 새롭게 보이는 연애소설들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책꽂이에 꽂지 않고 서랍 속에 넣어 둔, 연애가 끝나고 나 혼자만 읽고 싶었던 이야기'다. 그들이 했던 연애, 그들이 읽은 소설, 그리고 그들이 필요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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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연애는 하는 것 Pour mon 'CŒUR' _ 요조/ 「야행」 눈썹 _ 김보통/ 『속 깊은 이성 친구』 잠들지 않은 꿈 때문일까 _ 박현주/ 『채굴장으로』 「마츠 이스라엘손의 이야기」 사드와 나 _ 정지돈/ 『몰타의 매』 『독보건곤』 『규방철학』 둘 다 같은 일 _ 김소연/ 『요오꼬, 아내와의 칩거』 고르고 또 고르자 _ 서민/ 『사랑이 달린다』 『사랑이 채우다』 소설은 읽는 것 절도 _ 황인찬 / 『독학자』 가스등이 어두워질 때 _ 이도우/ 『워싱턴 스퀘어』 부서져라 아린 남성의 사랑 _ 백민석/ 「철도원」외 2편 가장 어려운 예술은 사랑이니까 _ 김민정/ 『눈』 사랑의 시대 _ 박준/ 『상실의 시대』 나는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다 _ 김중혁/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 번역 불가능한 Love의 세계 _ 안은별/ 『산시로』 잃어버린 기회의 이야기들 _ 김종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무모하게 사랑할 특권 _ 배명훈/ 『데브다스』 시간은 필요한 것 다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_ 정성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백야』 내가 산 것 _ 금정연/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안 그러면 아비규환」 연애소설 애호가를 애호하는 이유 _ 정세랑/ 『제인 오스틴 북 클럽』 『시라노』 아수라 걸 in Love _ 박솔뫼/ 『아수라 걸』 비극도 희극도 못 되는 그저 그런 이야기를 추억하며 _ 주영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Description

'읽기'라는 만남, 새로운 방식의 연애를 만나는 시간 연애가 끝나고 '진짜 연애'가 시작되었다 연애의 끄트머리에서 건조해진 마음을 순도 높은 사랑 이야기에 푹 담그고 싶을 때, 우리는 연애소설을 찾게 된다. 그렇다.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이란 건 언제나 연애가 끝났을 때 시작된다. 싱어송라이터 요조, 영화평론가 정성일, 시인 황인찬, 소설가 김중혁, 기생충학 박사 서민, 만화가 김보통 등 완전히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스무 명의 남자와 여자. 이들 앞에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제목만 쓰인 빈 종이가 놓여졌다. 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갔을까? 스무 명의 필자는 '읽기'라는 '만남'을 통해 자신들과 지극히 사적인 관계를 맺은, 그래서 완전히 새롭게 보이는 연애소설들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책꽂이에 꽂지 않고 서랍 속에 넣어 둔, 연애가 끝나고 나 혼자만 읽고 싶었던 이야기'다. 그들이 했던 연애, 그들이 읽은 소설, 그리고 그들이 필요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읽기'라는 만남, 새로운 방식의 '연애'를 읽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연애 부재중'의 헛헛함, 건조해진 마음을 따뜻한 글에 푹 담가 보자. 저마다 사랑했던 소설, 그 소설이 바꾸어 놓은 '현실의 연애' 이야기 모든 소설은 일종의 연애소설이다. 우리 삶에 '사랑'이 중요한 화두라면 소설은 사랑을 다루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설을 읽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삶과 예술의 끝없는 되먹임이다. 도돌이표 같기도 하고, 끊임없이 교차하는 선 같기도 하다. 싱어송라이터 요조는 파리의 어느 카페 테라스에 앉아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펼쳤다. 그리고 거기서「야행」의 '현정'과 만났다. 현정은 어느 날 신세계백화점 육교 위를 걷다가 어느 낯선 남자에게 손목이 잡혔고, 그 길로 끌려가 겁탈 당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그 일이 자신이 원했던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일부러 통금시간이 임박한 밤거리를 느릿느릿 걸었다. 술 취한 남자들의 접근을 기다리면서, 그 남자같은 남자를 다시 만나길 바라면서.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깊은 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현정을 보면서 요조는 '외롭다'고 말하는 자신의 징그러움과 마주하고 말았다. 나는 내가 징그럽게 구는 일보다 그 징그러움을 내가 매 순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더 괴로웠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러지 말아야지 했다. 그랬으면서 또 징그럽게 굴었다. 하루 종일 두리번거리며 눈알을 굴렸다. 조바심을 냈다. "아무라도 좋아."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래 놓고 정말 아무나가 다가오면 도망쳤다. 밤마다 지쳤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니고 밤이 주는 감성에 기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맨 정신으로 매일 징그럽게 굴다 지쳐서 잠들고는 아침마다 천장을 노려보며 일어나야 했다. -요조 「Pour mon 'COEUR'」 중에서 번역가 박현주는 이노우에 아레노의『채굴장으로』와 줄리언 반스의「마츠 이스라엘손의 이야기」에서 요즘 사람들이 '썸'이라고 정의 내릴 만한 관계와 교차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두 소설 다 애초에 말할 수 없는 감정을 그렸고, 말하지 않는 감정은 취소하기도 쉽다는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스스로 인정할 수도 없는 비겁한 감정이다. '썸'으로 막을 내린 두 소설은 그녀에게 '연애'에 대한 확실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이 세계에 확실한 건 태어나서 죽는다는 운명밖에 없는데, 그래도 내가 확실하게 느끼는 감정이 존재하고 그를 느끼게 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연애가 아니겠는가. 세상엔 수억의 사람이 있으나 적어도 내가 상대에겐, 상대에겐 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확신을 얻어 가는 관계가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연애는 그 확실에 이르기 위한 불확실한 과정 자체이기도 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눈길, 모호한 손짓, 덧없이 스쳐가는 웃음이라는 불안한 허들을 넘어야만 하는 것. -박현주 「잠들지 않은 꿈 때문일까」 중에서 그런가 하면, 소설가 정지돈은 『몰타의 매』의 작가 대실 해밋과 그가 만들어 낸 연애 박사 '샘 스페이드'로부터 "여자는 믿지 마라. 사랑은 없다."를 배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그러더니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독보건곤』을 읽고 세상 여자를 '엄마와 창녀'로 구분했다. 사랑의 대상인 여성은 성적 대상이 될 수 없고, 성적 대상인 여성은 사랑의 대상이 없다는 논리다. 이쯤 되면 그가 성인이 되어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다행히 그는 다시 소설로 하여금 이를 극복하게 되는데, 그를 구제한 작품은 마르키 드 사드의 『규방철학』이었다. 그는 지금 "나는 누구와도 다르다. 그러나 나는 누구와도 같다.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에 있어서는 누구와도 같지만 사랑을 어떻게 하느냐는 누구와도 다르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든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남자가 되었다. 소설가 이도우는 『워싱턴 스퀘어』의 캐서린과 꼬리잡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사랑하는 모리스와의 결혼을 반대하며 유산을 한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독설을 퍼붓고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아버지. 그는 늘 캐서린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길 바란다. 몇 년 뒤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캐서린에게 '내가 죽고도 모리스를 다시 만나지 않는다고 하면 유산을 남겨 주겠다'며 딸의 의향을 묻지만 캐서린은 끝내 답하지 않는다. 딸의 진짜 마음을 알지 못하고 떠나게 된 것은 그가 받은 벌이었다. "왜 그 형과 헤어졌던 거예요?" 그는 내 첫사랑과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그게, 형도 모르더라고요." 그럴 것이다. 모를 것이다. 나는 헤어질 때 이유를 말하지 않았으니까. 후배에게 말했다. 내가 그 사람에게 딱 한 가지 잘못한 게 있는데, 왜 헤어지는지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 하나쯤은 나도 잘못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이도우 「가스등이 어두워질 때」 중에서 "당신은 내게 잘못했어요." 이도우가 헤어진 자신의 첫사랑에게 끝까지 하지 않았던 말이었다. 너는 영영 모르리라, 내가 떠난 이유를. 캐서린이 아버지에게 했던 조용한 복수처럼 '영원히 알지 못한 것은 그가 받은 벌'이었다고 이도우는 생각한다. 그녀는 "복수를 했는데 정작 상대방은 그걸 모르는 게 맹점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갚아 주었노라고 스스로 위안 받던 젊은 날이 애틋하다"면서 캐서린과 스쳐 지나간다. '읽기'라는 만남, 소설과 맺은 사적인 관계 영화감독 정성일은 첫 영화를 만들게 됐을 때, 자신이 중학교 2학년 때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뽑아 들었다. 그는 그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구절을 읊고 자신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쏜 베르테르. 머리를 관통한 총알 때문에 뇌수가 밖으로 터져 나와 있었고 숨을 간신히 쉬고 있는 베르테르를 보며 그는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이 총에 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 후 알 수 없는 우울함에 빠졌고, 좋아하던 여학생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학원도 나가지 않았다. 모두 그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다시 그 소설과 대면할 시간이 되었음을 느꼈다. 정성일은 그 책을 펴 놓고 각색을 해 나갔다. 소설이 모두 끝났는데도 영화에는 무언가 더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베르테르가 나에게 호소하는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나도 잘 알아요. 하지만 잠시만이라도 조금만 더 제 숨결을 남겨놓아 주세요. 하지만 그걸 어떻게요. 그걸 제가 감히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베르테르가 내게 말했다. 도움을 청하세요. 세상에는 연애소설이 그렇게도 많은데 당신을 도와줄 이가 한 명 없을 리가 없잖아요. 나는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괴테가 저지른 저 무자비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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