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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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루파하나가 이 책에서 불교철학의 역사를 정리하는 기본 관점은 해체와 재건이다. 무상과 무아와 공은 변화하는 세계의 근저에 놓인 영원불변의 기초나 본질이나 실체를 부정하는 비토대주의·비본질주의·비실체주의라는 점에서, 항구적 절대자를 정점으로 축조된 형이상학적 건축물을 허물어뜨리는 반절대주의적 해체의 과정이다. 그러나 모든 구조물이 철거된 황량한 허무의 공터가 종착점은 아니다. 고정 불변의 일방적 시각을 떠난 중도의 입장에서, 상호간의 맥락에 따라 모든 구성요소들의 관계성을 복원하는 연기가 새로운 재건의 과정으로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체와 재건의 과정을 통해 달성되는 것은 일체의 집착과 거기서 유래하는 괴로움이 모두 사라진 진정한 자유, 즉 열반이다. 이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기본 철학은, 괴로움을 야기하고 또 소멸시켜 가는 인간의 구체적 경험을 분석의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경험론이며, 괴로움의 소멸로 이어지는 결과에 따라 모든 수단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실용주의이다. 이처럼 근본적 경험론과 실용주의에 입각한 재건의 과정이 바로 초기불교의 핵심이다. 그런데 칼루파하나는 이런 초기불교의 전통이 충실히 계승되었느냐의 여부에 따라 후대의 불교를 연속과 불연속으로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