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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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하여 매거진《B》는 제이오에이치의 관점으로 찾아낸 전 세계의 균형 잡힌 브랜드를 매월 하나씩 소개하는 광고 없는 월간지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브랜드 관계자부터 브랜드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싶어 하는 이들까지,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모두를 위해 만드는 진지하지만 읽기 쉬운 잡지입니다. ■ 이슈 소개 여든두 번째 매거진《B》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늘 뭔가에 길들여집니다. 나를 규정하는 일과 가족, 사회에서의 신분은 물론 새로운 세대와 그들로부터 탄생한 새로운 문화, 새로운 기술에 적응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 여기면서요. 우리가 늘 흠모해온 (대)도시에서의 삶이란 대체로 이렇습니다. 편의나 효율처럼 대부분의 사람이 미덕이라 여기는 개념마저 도시의 성질에 맞춰 형성된 것입니다. 이처럼 도시는 수 세기에 걸쳐 사람을 길들여왔고, 사람을 길들이기 위해 이상과 꿈을 팔아왔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도시는 길들이되 뭔가에 대해 묻지 않습니다.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고만 하죠. 질문이 없는 삶은 생존에 불과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매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니까요. 나라는 인간은 누구인지, 왜 삶을 계속하는지. 2019년의 마지막 이슈로 소개하는 발리는 그런 질문을 가능케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답을 찾으러 떠났다가 답을 구하고 돌아왔다는 '간증'이 호텔 평점이나 맛집 후기만큼 흔합니다. 호기심에 짧은 여행을 떠났다가 아예 정착했다는 경험담도 숱합니다. 인도네시아에 속한 1만여 개의 섬 중 하나인 대중적 휴양지 발리가 종교와도 같이 소비되는 것은 꽤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여기에 일종의 '영적 경험'을 누리도록 하면서도 세상과 단절되지 않는 생산적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점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핑과 요가의 대표적 성지로 발달한 것 역시 발리의 이러한 특별함을 증명합니다. 대부분의 육체적 활동이 몸과 정신 상태를 끌어올리고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지만, 요가와 서핑은 그렇지 않습니다. 서핑은 바다와 마주하면서 나를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요가는 더욱 본격적으로 나라는 껍질을 벗겨내는 과정에 몰입합니다. 발리에서 서핑과 요가 문화가 꽃피우고 투어리즘 이상의 문화가 생겨난 것이 단지 천혜의 자연환경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발리 곳곳을 취재하며 만난 사람 대부분이 발리인 특유의 포용성을 언급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지점입니다. 포용성은 좋은 도시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으로 꼽힙니다. 저희가 그간 도시 이슈로 소개한 베를린과 포틀랜드, 방콕도 포용성을 통해 재능 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았죠. 발리는 그중에서도 포용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 할 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머물다 자유롭게 떠나고, 2년 이상 산 사람과 2주 동안 머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발리에 잠시 머물고 있는 누군가는 발리를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이라 표현할 정도입니다. 이방인이 홈그라운드처럼 타지를 누빌 수 있다는 것은 국가의 관광산업 지원 정책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발리는 대체 불가능한 '목적지'로 많은 사람의 '특별한' 지지를 받습니다. 또 하나, 포용성과 함께 발리와 발리인을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로 꼽는 것은 '균형'입니다. 여기서 균형이란 외부 자극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자신의 것을 지킬 줄 아는 감각을 뜻합니다. 그 감각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힘을 기른 사람만이 누릴 수 있죠. 발리 사람들은 불가항력에 속하는 자연과 종교적 영향으로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것에 훈련되어 있습니다. 오로지 외부 자극이 이끄는 방향에만 집중하던 도시인이 발리에서 새로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입니다. 나의 몸과 마음을 어떠한 방향성도 없는 영점(零點)으로 되돌리면서 도리어 무게중심을 되찾는 것이죠. 매거진《B》가 인터뷰로 만난 어느 디지털 노매드의 말은 이 균형의 상태를 잘 설명합니다. "삶의 형태를 스스로 정하고 싶어 하는 다소 반항적인 사람들이 주로 발리를 찾습니다. (중략)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어떤 것이든 꽤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죠." - 편집장 박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