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인간은 어디까지 빨라질 수 있는가
스피드에 대한 집념이 만들어낸 과학 승리
영국 사람의 축구 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사랑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F1이다. 영국인에게는 즐길 거리가 스포츠밖에 없어 모든 스포츠에 열광한다는 말이 있지만 모터스포츠를 향한 관심은 그 정도로 설명되지 않는다. 백발의 할아버지도 F1 드라이버의 이름을 줄줄 읊고, 뒷마당에서 자동차를 손수 만드는 백야드 빌딩(backyard building)이 흔한 취미로 꼽히는 수준이니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 사람도 자동차를 사랑하지만 그 결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자동차를 이야깃거리로 삼을 때는 주로 브랜드, 디자인, 유지비, 차의 크기나 감가상각비를 가지고 비교한다. 자동차가 아닌 모터스포츠로 화제를 좁히면 대중의 관심은 레이싱 모델에만 쏠린다. (해외에서는 레이싱 모델을 ‘그리드 걸(grid girl)이라고 부르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진 문화며 F1에서는 완전히 퇴출되었다.)
유홍준 작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유명해진 글귀가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모터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수백억 연봉을 받는 톱 드라이버와 헬리콥터로 출퇴근하는 F1 팀 소유주,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주용 자동차는 마치 라스베이거스와 두바이의 화려한 쇼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트랙 너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단 1초의 기록이라도 단축하기 위해 각 팀은 200~300명의 엔지니어를 운용하는데 이들은 공기역학, 신소재공학, 엔진 및 브레이크 시스템 등 첨단 과학 기술을 현실에서 구현해낸다. 더 높이 날기 위한 로켓과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한 잠수정이 그러하듯이 레이스카는 더 빠르게 달리겠다는 인간의 집념이 만들어낸 과학 승리, 그 자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스포츠, 세상에서 가장 엄격한 스포츠, 세상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스포츠. 전 세계 23억 명이 즐기고 있는 위대한 스포츠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태초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질주 본능이 극한으로 깨어나며 심장이 터질 듯한 느낌을 공유하다 보면 어느새 F1 마니아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